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한사람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토지문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사람 작가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책 제목은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 딱 7개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상을 수여한 곳은 토지문화재단인데 설립자가 소설 토지로 유명한 소설가 박경리이다.


토지문화재단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단편집 제일 처음에 실렸던 '안락사회'이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개의 시점에서 쓴 단편소설이었다. 한국의 유기견 보호소에 가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곳의 광경이 얼마나 끔찍하고 처참한지 알지 못한다. TV나 인터넷 자료화면으로 보여지는 유럽, 특히 독일의 유기견 보호 센터라면 나름 넓은 공간의 사육장이 갖춰져 있으며, 사육장 내 보호되고 있는 동물의 숫자는 1마리 많아야 2마리 정도인데 비하여 한국의 유기견 보호소는 난민촌 그 이하이다. 국가에서 위탁운영하는 시설이라면 2주 이내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되며, 그 2주간의 기간 내에서도 안락한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 그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자동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 사고를 당하지 않으며 안전한 물과 사료를 배급받을 뿐이지 육각 케이지 안에 24시간 동안 갇혀있기 일수이다. 안락사가 없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라도 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다. 봉사자가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개체수 때문에 사료비나 병원비 고민을 떠안고 사는 곳이 대부분이다. 봉사자가 정기적으로 가는 곳이라면 최소한 중성화를 시키려는 노력을 하거나 아픈 개체를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고치기라도 할텐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곳이라면 중성화나 병원치료조차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먹을 사료부터 고민을 해야한다. 안락사회에서는 유기견 보호소의 끔찍한 실상을 적지는 않았다. 그저 한 마리의 개가 안전했던 가정에서 버려지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는 모습을 개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적어냈을 뿐이다. 글은 담담하지만 상황은 전혀 담담할 수가 없었다.


총 7개의 단편소설에서 기억에 남는 글은 '아름다운 나의 도시'였다. 주인공의 입장에 전혀 감정이입이 안 되서 였는지, 목표만 있을 뿐 목적도 계획도 없었던 그 사람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을 뿐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부자가 되고싶다는 열망과 본인이 나름 몸짱이며 나쁘지 않은 얼굴을 가졌다는 자부심이 그를 망하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최소한 겉멋이 좀 덜 들었거나 계획적으로 머리를 썼다면 망하지는 않았을텐데, 책의 결말대로 끝나는 인생이라면 그의 '돈 버는 재능'이 많이 아깝게 느껴졌다.

두 번째 단편소설의 제목인 코쿤룸은 누에고치라는 뜻이라던데 러시아어 кокон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그 전부터 SNS만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전인류가 모두 디지털누에고치가 되어 방 안에만 틀어박힌 채 나비도 나방도 되고싶어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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