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노, 열정을 디자인하다 - 최초의 알파걸, 최고의 패션 패셔니스타
노라 노 지음 / 황금나침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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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속 사진의 포즈가 참 멋있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도도하고 곧은 자세가 검은 표지 속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라는데 사실 나는 처음 듣는다. 하지만 이건 내가 무지한 탓일 것이다. 지금 함께 숨쉬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무척 가깝게 느껴져 책을 손에 쥔것만으로도 반가웠다.
 
  거의 자서전과도 같은 책이어서 이 책은 노라 노의 가족내력과 어릴적의 일부터 시작한다. 더불어 그 당시의 우리나라 상황도 엿보인다. 그런데 이게 뭐야! 시작부터 가족자랑이다. 조금 있으니 이웃자랑도 나온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가족과 이웃에 대해 어떠했다고 쓴것뿐이지만 내겐 자랑처럼 보였다. 즉, 그녀는 큰 고생없이 사람을 부리며 자란 귀한 딸이었다. 질투 반, 부러움 반이 섞여 읽어나갔다.

  행복한 시절이 전쟁으로 끊어진다. 이른 결혼으로 가족을 떠났다 이혼마저 하고 피난도 가면서 힘든 시간이 닥친다. 아마 그 당시의 국민 모두가 힘들었을 것이다. 눈으로 글을 쫓아가면서도 마음으론 쉽게 와닿지 못한다. 전쟁과 이혼의 일을 치뤄내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주저앉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뛰어다닌 모습이 내눈에 들어왔다. 전쟁 후 집으로 돌아와 영어를 통해 일을 구하고 직장 상사를 통해 디자이너가 되기위해 유학길에 오른다. 이때부터 한국의 최초 패션디자이너 노라 노가 태어났다.

   유학경험을 바탕으로 아무것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간의 일들이 차근차근 펼쳐진다. 패션쇼 한번을 열기 위해 장소를 구하고 사람을 모으고 모델을 찾아 옷을 만들어 무대를 열고 마치기까지 모두 직접해야 했지만 그 재능과 열정을 이미 잘 발달된 패션의 나라가 아닌 조국에 꽃피워낸 그녀가 고마웠다. 패션 디자인이란 화려한 직업만큼 지나온 업적이 화려했다. 그 일로 맺어진 인연들 역시 화려하게 빛났다. 제자리에서 멈춰 낙후되지 않으려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도 환히 빛났다.

  하지만 그보다 나는 그 길을 걸어온 그녀의 마음가짐에 눈길이 가장 갔고 가장 오래 남는다. 무조건 잘하려 독을 갈지 않았다. 오히려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제의를 피하지 않고 성실하게 부딪혔다. 스스로도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웠을 테지만 닥쳐온 일에 정말 열심히 해왔다. 그래서일까? 많은 기회와 많은 성공이 가능했던것은...... 나는 아직까지도 두려운 것은 피하는 겁쟁이다. 이점이 나와 그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이다. 

  좋아했던 드라마 패션 70's 의 장면들이 책을 읽는동안 속속 스쳐갔다. 용감히 좋아하는 일을 찾아 먼 곳까지 가고, 나고 태어난 나라와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들이 많이 겹쳐 혹시 그 드라마가 노라 노를 모델로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을 통해서라도 만남이 즐거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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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밀리건 -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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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이와 비슷한 영화를 본적이 있다. 한 사람 안에 있는 서로 다른 인격들을 보면서 그때는 그래도 영화니까 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인상적이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서로 외모와 나이 지식, 감성, 기호가 모두 다른 타인들이 한사람의 몸안에 공존한다는것을 믿어도 되는 걸까?

  이책이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라는 것을 알고 단순히 영화 한편을 보는것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보게 됐다. 저절로 그렇게 됐다. 다중인격이라는 것이 뛰어난 재능의 사람이 꾸며낸 사기극에 지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문지식을 가진사람들이 행한 많은 시도끝에 인정된 것이라면 쉽게 거부하고 돌려버릴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명확한 원인도 해결책도 모르는 현상이기 때문에 무섭다고 해야할까, 조심스럽다고 해야할까 하는 마음뿐이다.

  심리학이나 정신질환에 관심은 많지만 관심만큼의 지식을 갖고있지는 못하다. 그래서 밀리건 이전에도 다중인격자가 있었다는 책속의 언급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게 없다. 이렇게 모르다보니 오히려 두려움과 관심이 배가 되는 느낌이 든다. 그 긴장감을 그대로 안고 책을 읽어 나갔다. 드문드문 기억이 끊기고 다시 현실을 인식하면 기억하던 때와는 많은 시간의 차이가 생기고 기억이 없으니 아는게 없어 무엇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 내게 생긴다면? 머리가 무거워진다. 이런문제는 가볍게 하는 상상도 허락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안에 있는 다른이를 너무도 오래 알아차리지 못했다는것이 더욱 끔찍하다. 자신이 다중인격임을 알고 자살했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쓰여있는데 충분히 -자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결코 순탄하지 못한 빌리 밀리건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그래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에게 동정심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사람이 받는 상처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 자신도 모르는 인격이 분열되어 기억에도 없고 원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된 그가 불쌍했다. 그와 동시에, 이런일이 가능하게 하는 우리몸에 대해 놀랍기만 했다. 이것을 신경의 문제인지, 정신의 문제로 해야할지 난 알수가 없지만, 오싹해질만큼 놀랍다는 생각은 한다. 가짜같은 밀리건의 나머지 인격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관이나 입장을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대로 지키고 있는것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직접 그를 만났다면, 나는 그에게 어떤사람으로 다가갔을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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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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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 하면 퍼레이드라는 단 한 작품으로 무척이나 강한 인상을 남긴 작가이다. 단조롭고 건조한 느낌을 주면서도 손을 놓지 못하게 하더니 마지막에 정신차리라고 쿵 하는 소리를 내는듯한 작품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다른작품은 못읽어봤기때문에 퍼레이드에서 남은 인상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가 밝은 작품을 썼다니 정말 궁금했다.

   한장의 풋풋한 내음을 풍기는 사진 한장으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기억쯤은 누구나 갖고있을 것이다. 그 느낌을 고스란히 글로 전해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퍼레이드와는 너무 다른 느낌이 놀랍기도 했다.

  주종목이 서로 다른 수영부 친구들인 다쿠지, 게이치로, 고스케, 료운은 마지막 수영대회를 앞두고 우승을 꿈꾸고 있다. 일초의 기록단축을 위해서 무더운 여름, 방학기간에도 꼬박꼬박 연습을 한다. 그들과 수영부원들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부서진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처럼. 집안문제도, 이성문제도 수영에 대한 열정만큼은 못미치는 듯이 보였다.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것이 있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대회에 나갈 실력이 못되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수영부원 쇼고의 모습도 작품을 빛내주었다. 내가 그렇게 무언가를 해낸적이 있었던가? 

  이 짧은 소설안에 멋진 글귀는 어찌나 많던지 그 글귀 한마디가 이 소설을 탄탄하게 밀어주고 있었다. '뭔가를 시작할때의 내가 가장 겁쟁이고, 내가 가장 용감하다' 이 말이 참 와닿았다. 나도 새로 시작하고 부딪히는 것에 대해 겁을 많이 먹는다. 그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 정신이 팔려있어 한번도 그럴때의 내가 가장 용감하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 겁나고 걱정되면서도 새롭게 시작하는 내가 참 용감하지 않은가. 앞으로 새로운 도전이 무서울땐 이 말을 외워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한구절 꼽으라면 여기.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p.11)

  내 고등학교 시절은 어떠했나 생각해본다. 자신감이 너무 없어 연극부활동을 포기했고 일어대회준비도 좀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대회후에야 결과를 보고 좀더 자신감이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거라고 후회를 했다. 쇼고처럼 눈물흘려가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워터의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열정을 쏟고 좋아했다면 내 십대의 마지막이 정말 반짝거렸을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나를 보고 좋을때라는 사람들의 말을 떠올리면 어쩜 지금도 오늘 내일이 미처 깨닫지 못한 절경속일지도 모르겠다. 숨막히게 뜨거운 햇살과 보기만해도 시원한 물의 감촉이 모두 느껴지는 작품 워터, 빛나는 사진 한장을 보는듯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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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런kiss 2007-08-2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차리라고 쿵 하는소리..표현이 기기막히네요.^^ 퍼레이드 꼭 읽어봐야 겠어요. 아울러 워터를 읽으면서 지난 고등학교 시절을 되새겨봐야겠어요.
 
꿈으로 본 역사 - 정사와 야사 속에 남아있는 놀라운 기록들
홍순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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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라는 것에 대해 아직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의견을 보인다. 나는 원래 사람의 의식에 대해 알려진것 이상의 능력이 있을것이라고 믿어왔다. 그 이유로 정신과의사가 되기를 희망했었고 의식이나 무의식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관심을 보이곤 했다. 꿈이 무의식의 활동이라는 사람도 있고 고민할 이유없는 것으로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어떤 평가를 받건 확실히 믿지는 못하지만 무언가는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있다.

   어려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또 꿈을 꿀땐 매일같이 꾸다가 안꿀때는 몇달씩도 꾸지 않는다. 별별 꿈도 다 꾸었다. 아직 결혼은 커녕 애인도 없는 내가 꿈에서 아들을 낳은적도 있고 유명연예인을 보기도 했다. 돈을 본적도 있고 예전에도 꾼적이 있는꿈을 또 꾸는경우도 더러 있었다. 흔히 말하는 예지몽같은 꿈은 한번도 꾸지 못했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꿈이 우리의 정신활동이라고 하면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앞서 꾸었던 꿈을 기록에서 찾아내 소개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꿈의 종류와 사례들, 꿈의 매매까지 보면서 그 많은 꿈중에 내가 꾼것과 같은것이 없어 당연함을 알면서도 아쉬웠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것은 다른데 있었다. 역사적 기록에 너무 치중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개성적인 생각은 보이지 않고 기록을 소개하고 간략한 설명으로 끝나는데다 이러한 나열이 너무 많아 지루함을 느꼈다. 주제가 꿈인지 역사인지 모르겠다. 꿈이라는 것의 신비로운 면을 기대했는데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꿈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라면, 역사적 기록의 다양한 소개보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꿈을 소개하고 어떠한 경우 어떠한 꿈이 욕망을 반영한 것인지, 앞일을 예견하는 예지몽으로 볼 수있을지, 지어낸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인지등을 말하는것이 좀더 흥미롭고 친근하게 다가왔을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용은 참 재미있었지만, 꿈이라는 소재를 주제로 맞추고 기대하고 책을 읽은 내게는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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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y 2007-08-2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꿈으로 본 역사" 오디오북이 나왔습니다. 읽는 것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편하네요.
http://www.audien.com/F_Goods.do?cmd=goodsDetail&goodsId=0008317&cateId=000081
 
이산 정조대왕 - 조선의 이노베이터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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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신념이 현실에 조롱당하고, 나의 꿈이 안타까운 희생을 키우는데...... 포기하지 않는 나는 과연 옳은 것이냐?

높은 평가를 받으며 끝난 너무도 짧았던 드라마 속 정조의 대사이다. 모두 보지는 못했지만 인상깊은 드라마였다. 개혁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밀고 나가려는 정조의 힘겨루기가 나오는 내용으로 드라마 속에 나오는 정조시대엔 이미 조선에도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았다. 망원경이 나오고 세계지도가 보이고 안경을 쓴 사람을 보면서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보이기도 했다. 그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나라를 바꾸고자 했던 정조에 대한 책, 이산 정조대왕을 보면 비교적 자세히 정조와 그 시대에 대해 알 수 있다.

  정조는 뒤주에 갖혀 죽은 비운의 사도세자의 아들로 그가 세손때부터의 살벌한 조정 상황을 숨죽여 지켜보며 자랐다. 유독 마음이 약하고 변덕이 심했다는 영조는 선왕을 독살했다는 소문과 정비의 소생이 아니라는 컴플렉스가 있어 주변의 반응에 민감했다고 알고 있다. 때문에 자신을 왕으로 추대한 신료들을 부정하는 아들을 보면서 자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충격을 받아 결국 자식을 죽이게까지 된다. 하지만 원래 감정이 풍부하고 정이 많은 영조여서 폐서인시킨 아들을 세자로 올리고 세손을 끔찍이 아끼고 보호한다. 어린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본 세손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왕위에 등극하고 곧 자신을 사도세자의 아들이라고 칭한다. 그렇게 왕이 된 정조가 어릴적부터 자신을 죽이려던 신료들에게 밀리지 않고 나라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많은 자료와 함께 소개되어있다. 그의 눈부신 정책과 그의 주변사람들에 대한 설명까지, 정조 사전이라고 하고싶다.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지루하지 않아 좋다. 당시의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서 기억하기가 쉬웠다. 학교다닐때 이 책을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여러 개혁정책을 하나 하나 읽으면서 위에서 언급한 드라마속 장면들이 드문드문 떠올라 더욱 이해가 쉬웠다. 드라마를 제대로 다 보지 못해 나라를 잘 이끌어보겠다는 왕에게 왜 시장 상인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서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책을 통해 시전의 폐단을 알고 이를 없애려는 정책을 안 뒤에야 드라마속 시전 상인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 속의 다양한 자료 사진도 좋았다. 정조라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모든것을 담아놓은 책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책은 엽기 역사 시리즈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분위기를 어느정도 가볍게 이끌고 유지시키면서 좀더 쉽게 쓰려고 했겠지만 때로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고 받아들이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대놓고 '임금의 개가 따로 없구만' 이라고 하는편이 '임금의 푸들이 따로 없구만' 이라고 돌려 표현한 것보다 더 좋다. 재미있는 표현이어서 마음에는 들지만, 이런 말을 할법한 사람들을 머릿속에 그리는 데에는 독이 된다. 또 한가지, 전체적으로 봤을때 작가는 정조시대에 등장하는 인물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을 미리 끝내놓고 그에 대한 것을 서술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적어도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할 때엔 많은 자료를 따지고 정황을 맞추어야 한다. 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자신의 평가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판단과정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저 누구는 어떠한 사람이었고 또 누구는 이런 사람이었다는 말만 있다. 사도세자와 그의 비는 특히나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인물인 만큼 섣부른 단정은 금하고 많은 자료를 통해 당시의 사실을 유추하는데 신경을 써야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정조 한사람에 대한 작가의 입장은 책 한권이라는 양을 통해 다방면으로 보여주었지만 그의 주변인물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서술을 보여주었다.

  나라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에서 보았을때 정조는 같은 아쉬움을 사람들에게 앞서 남겨준 소현세자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그는 왕위에도 앉지 못했지만 시야를 넓게 하고 더 나은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사람이었던 정조가 좀더 나은 형편에서 왕위에 올랐다면 우리 역사는,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만큼이나 큰 일을 할 수 있었던 재목으로서 정조를 기억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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