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 소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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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자도 담배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저 몸에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좋지않은 것이 아니라 나쁘다. 감자칩은 감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감자는 알칼리성 음식으로 몸에 좋으므로 감자칩도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감자칩은 이미 감자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쌀과자는 쌀이 아니고, 새우로 만든 과자도 새우가 아니며, 양파로 만든 과자도 양파가 아니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라고 광고한 햄버거 역시 게가 아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이러한 가공 식품들은 원재료가 갖고 있던 장점이 사라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해로운 것이 잔뜩 첨가된 돌연변이다.

 팜유 앞에 접두어처럼 늘 붙는 말이 있다. 바로 '식물성' 이라는 말이다. 팜은 야자 중에서도 짜면 기름이 나오는 기름야자(oil palm)를 말한다. 팜유는 분명 식물에서 나오는 기름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성지방과 매한가지이다. 심장병 전문가들은 심장병을 예방하는 데 있어 팜유같은 기름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팜유를 많이 먹으면 심장병이 생기기 쉽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포화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대개 동물성 지방에 많다. 하지만 팜유에는 동물성지방만큼이나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피 속에도 기름이 둥둥 떠나디고 혈관 벽에 기름 찌꺼기가 덕지덕지 달라붙고 결국에는 혈관이 막혀 심장병, 중풍도 생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밀은 주로 미국에서 들어오는 것이고, 캐나다, 호주에서도 들어온다. 밀을 비행기로 실어나를 수는 없기에 배로 수송하는데 수확하고, 선적해서, 태평양 건너 한국까지 당도하려면 몇달은 걸린다. 갓 수확한 햇밀이 아니라면 수확한 지 몇 년이나 지난 밀도 들어올 수 있다. 이것이 배을 타고 한국까지 오는 동안 과연 벌레도 안생기고 깨끗한 상태로 올 수 있겠는가?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포스트 하비스트(Post Harvest)이다. 포스트 하비스트란 수확을 한 뒤에 유통 과정 중에 벌레가 생기지 말라고, 썩지 말라고 농약을 치는 것을 말한다. 농사를 짓는 중에 농약을 치는 것은 그래도 비바람을 맞으며 씻겨갈 수도 있으나 수확한 것에 농약을 치면 소비자의 입안으로 들어올 위험은 훨씬 더 크다.  이렇게 농약에 찌든 밀은 국내로 들어와서 새하얀 밀가루로 거듭난다. 그 과정에서 껍질과 씨눈은 다 날아가 버린다. 껍질에 있던 섬유질은 온데간데없고, 씨눈에 들어 있던 노화방지 물질과 비타민들도 다 날아가 버린다. 밀 속 알갱이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껍질과 씨눈이 함께 섭취될 때에만 몸을 제대로 이롭게 할 수 있건만, 좋은 것은 다 없어지고 표백까지 된 이 가루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먹거리이다. 그래서인지 수입 밀가루는 쥐도 안먹는단다.- 생각을 바꾸면 살이 빠진다에서 발췌-

 이 책을 읽기 얼마 전에 읽은 책이다. 건강적인 면에 중심을 두고 체중감량을 이야기 한 책으로 바른 먹거리부분에 있는 내용이다. 몰랐던 내용이어서 놀라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기름이나 과자가 좋은음식이 아니라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밀가루에 대해선 제대로 생각해본적이 없어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고있던 식빵을 놓아버리게 만들었다. 그 후로 마트에 가면 반은 습관적으로 라면이나 과자코너에 갔지만 자세히 살피게 되었다. 하나같이 밀가루는 수입산이고 라면을 튀길때 쓴 기름은 특별히 큰 글씨로 팜유라고 쓰인걸 심심찮게 볼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밀가루음식을 좋아해 라면이나 빵을 잘먹었다. 오죽하면 라면공장의 공장장에게 시집가라고 어머니가 놀리셨을까...... 이제껏 그렇게 사랑했던 음식들이 이런것이었다니...... 자취하면서 밥을 잘 못먹어 라면을 거의 안찾게 된게 그렇게 다행스러울수가 없었다.

 언젠가, 그렇게 싫어하던 나물이 어쩐일인지 맛있게 느껴져 밥 한공기를 뚝딱 비웠더니 그 모습을 보시던 어머니께서 이제야 어른이 되는 모양이라고, 씁쓰름한 나물을 맛있게 먹을 줄 알면 그제야 인생의 맛을 아는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그 글을 볼때만해도 대부분의 나물을 입에도 안대는 편이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어서 기억을 해두었었다. 그리고 작년, 내게도 그런일이 찾아왔다. 어느 봄날, 밥상에 못보던 풀이 올라왔다. 내 입에 좀더 좋으라고 빨갛게 양념을 한, 파랗고 빨간 미나리였다. 초봄에 나오는 어린 미나리라고 해서 돌미나리라고 한다고 했다. 양념탓인지 조금은 더 나이를 먹은 탓인지 그 미나리가 너무 맛이있어 결국은 뒷집에 혼자 사시는 아주머니가 캐온 미나리마저 얻어먹어버렸다. 다먹고도 어머니에게 미나리 캐오라며 아양을 떨기도 했다. 억세지도 않고 향도 은은한게 쓰지 않고 풀내음마저 느껴졌다. 그 미나리를 시작으로,  쌈을 싸먹으며 호박잎을 먹어보기도 하고 상추로 겉절이 한것을 먹기도 하고 쑥국도 먹었다. 이렇게 나는 풀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읽고 있는 책에서 푸성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것이 건강서적에서건 소설에서건 산문집에서건 요리책에서건 미나리를 떠올리며 먹고 싶어 입맛을 다시다가 배고픔을 느끼곤 했다. 이 책을 알게 되고나선 내 손에 잡고 읽기까지 서점에 갈때마다 표지한번 쓰다듬고 입맛한번 다시고 표지한번 쓰다듬고 미나리를 떠올려가며 눈독을 들였다. 손에 쥐고 읽은 농부의 밥상은 단순히 채소설명으로 그친 책이 아니었다. 제목만 봐서는 내용의 범위를 짐작하기 어려웠고 표지에 떡 하고 차려진 밥상에 정신이 나가있어 몰랐는데 읽어보니 우리 자연을 사랑하고 우리 음식과 우리 몸과 우리 이웃을 사랑해서 어렵게 유기농 농사를 짓고있는 농부들의 삶과 마음이 담겨있었다.

 수확량을 늘리자고, 벌레 먹지 말라고, 좀더 보기 좋고 크자고, 좀더 입에 달고 맛있자고 억지로 변형을 가하는 농사를 거부하고 우리땅에서 나는 건강한 우리음식을 키워내고자 애쓰는 분들의 모습이 정말 고마웠다. 농사라는 말의 농자는 별 신 辰 자에 노래 곡 曲 자가 합쳐진, 별의 노래라는 뜻으로 하늘의 기운을 따르는 일이 농사라고 한다. 이런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며 우리 먹거리를 아끼는 분들이셨다. 서글서글한 그분들의 모습과 정겨운 밥상, 푸른잎이 가득한 농경지 사진들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았다. 다 같이 좋은 음식 먹고 같이 잘 지내자고 부지런히 농사짓는 그 마음이 얼마나 넓고 평온한지 모른다.

 이제껏 생각없이 먹었던것에 놀라고 우리 땅에서 나온 먹거리를 보면서 먹는다는것에 대해 조금은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먹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담는다는건 드라마속 요리사만 하는 말이 아닌것같다. 나라의 힘이 약해 불필요한 먹거리가 쏟아져 들어오는 요즘이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던 곳에 우리 자연과 우리 음식을 지키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걸 알면 한번쯤은 우리네 밥상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기회를 갖게되지 않을까? 

 장마다 빠지지 않고 음식이야기가 나와 힘들었다. 사진은 또 어쩜 그리 맛있어 보이는건지...... 하지만 난 아직 어른이 덜 된 모양이다. 아직 쓴맛에 덜 익숙해져 손이 가지 않은 달래가 냉장고안에서 장기투숙중이니 말이다. 오늘 저녁엔 다시한번 달래를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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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 2007-03-30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 쓰신 것 같아요.^^

kassia 2007-04-02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댓글달아주신걸 이제야 봤네요.. 잘쓰긴요.. 아니예요~~ 감사합니다.. 봐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