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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을 알게되면서 방송출연과 일상생활등이 담긴 간략한 분량의 동영상도 보게되었다. 이제껏 신체장애의 벽을 홀연히 뛰어넘은 사람들의 강한 힘을 몇명 보았지만 패트릭 헨리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었다. 무언가 초월한 느낌도, 겉모습을 인식하는게 무안할 만큼의 에너지와도 다른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이 특별히 아름다운것도 아닌데 그는 따뜻한 햇빛을 연상시키게 했다. 이건 지금도 참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첫인상이 보통 얼굴에서 그중에도 눈에서 결정되곤 한다지만 그에겐 눈이 없다. 이 현상에 대해 그저 미소가 포근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것같다.
헨리를 먼저 알고 그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책을 읽는것이 일반적인 순서이겠지만 난 그 반대였다. 책을 보다가 그를 알게됐다. 하지만 그 순서는 책을 통해 그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되면서 무의미해진다. 서글서글하고 천진한 미소가 크게 자리잡은 후로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알고있고 말도 몇번 섞어본 사람을 떠올리며 그에 대한 글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묘하게도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그 동영상을 본 후 펼친 책의 서문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데 도움을 주었던 브라이언트 스탬퍼드의 회상이 펼쳐졌다. 그는 서로 다른 팀을 너무 열렬히 응원하는 나머지 분위기가 험악해지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패트릭 헨리의 연주가 특별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했다. 모두를 하나로 묶어준 것이다. 그는 이를 기적같은 경험이라고 했다. 어쩐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먼저 만나 그의 웃는 모습과 말하는 모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까지 모두 봤다. 비록 휠체어에 타고있었고 앞을 못보기는 했지만 그냥 그것뿐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가 태어나던때부터 시작된 책의 첫머리에서는 조금 놀랐다. 그는 지금 보이는것보다 훨씬 안좋은 상태로 태어난 것이다. 우선 양쪽 눈이 모두 없었다. 시력이 없는게 아니다. 안구 자체가 양쪽 모두 없었다. 무안구증이라는데 양쪽 모두 그렇게 되는게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뿐이 아니었다. 척추도 S자 모양으로 휘어있었고 팔다리의 발육에도 이상이 있었다. 충분히 가혹한 이 상황에서 지적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무서운 상태는 나도 처음 들었다. 책을 읽고있어도 감히 한숨도 내뱉기가 조심스러웠다. 때문에 지금의 헨리가 보여주는 밝고 씩식한 모습이 무척 눈부시다. 남과 다른 차이점에 무너지지 않고 어른스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인 그가 정말 대견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책 속에서 너무 애늙은이같은 말을 자주한다. 싫지는 않지만...
헨리의 밝은 모습만큼이나 책을 통해 눈에 크게 들어온 것은 패트릭 가족의 모습이다. 장애아를 가진 집에서는 자칫 불화가 생기고 심하면 가정이 깨질 수도 있다. 아들과 야구게임을 하고 뛰어노는 상상으로 젖어있던 패트릭 존에게 헨리의 장애는 그저 도망치고 싶고 자신의 무기력함을 절실히 보여주는 벽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리 훌륭한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아내가 자신의 부족함까지 모두 떠맡아 일을 해냈고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아내덕분에 자신도 점차 바뀌었다고 했다. 이런 고백과 함께 헨리의 음악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누구에게든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행복해보였다. 슈퍼우먼인 아내와 함께 연주하고 아들을 챙기며 깊이 사랑하게 된 아버지, 형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것은 무엇이든 잘 해내는 동생 제시와 캐머런. 이들의 모습이 무척 결속력이 강하고 행복해보여서 지금의 헨리는 결코 기적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헨리의 모습은 분명히 인상적이다. 책의 말미에 번역자가 엄마로서 이들을 만났다고 쓴 글을 읽었다. 땡큐 스타벅스로 이미 만난적이 있는 그녀이다. 전엔 몰랐지만 그녀도 역시 병원에서 아이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때문에 이 번역이 단순한 일의 의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좀 더 힘을 낼 기운을 얻었다고 했다. 이런 마음까지 보태진 탓인지 무언가 귀한 것을 본 것만 같다. 책 한권을 통해 만난 이들 모두가 계속해서 건강하고 행복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