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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침울의 늪에 빠져있을때 만나게 된 책이다. 그나마도 순전히 작가만을 보고 만난 책이다. 그렇지만 하마터면 볼수 없을뻔한 것이었는데 출판사측에서 연락을 해줘 내 손에 들어올수 있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에 책을 읽을때 만큼은 온전히 책에만 집중했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내용인지 알수가 없다. 표지그림만으로 대충 배경이랄까, 잘사는 어느집 여성이 나올것이라는 단순한 예상만을 할 뿐이다. 평범한 노리코 앞에 연하에 돈많고 능력있고 섹시한 고라는 남자가 나타나 청혼을 한다. 그와 결혼하면서 상류층 사모님이 된 그녀의 사적인, 그녀만의 사적인 이야기다. 

공감하기 어려운 호화로운 생활을 3년간 해온 노리코의 모습이 그림처럼, 액자에 갇혀있는 고정된 그림처럼 보였다. 하지만 끔찍이 아끼는 아내를 자신이 의식하는 계급에 맞도록 강요하고 아내의 과거, 생각, 행동, 취미등 모든것을 무시하는 고에게서 질려가는 노리코의 마음만은 이해할수 있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생기를 잃는다는 말이다. 오해가 없길!- 그녀가 침울한 지금의 나와 닮아있어 내가 괜히 다 눈물이 났다.  

사랑이라는 것에 있어 생기는 문제가 무엇때문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있는 요즘이다. 아주 사적인 시간이라는 제목이 내게는 순도 100퍼센트의 역설로 들릴만큼. 이런것에 생각도, 경험도 없던 때엔 남자도 여자도 같은 사람이니까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여자라고, 남자라고 딱지를 붙이지 말고 생각하면 된다고 믿었다. 아픈 경험을 하고 난 후 남녀간의 차이와 사랑에 대해 책을 읽어댔다. 그리고 나는 내가 나름대로 어른이 됐다고 느꼈다. 상대를 믿고 잘 아껴줄수 있다 라고. 그럴줄 알았다. 참 우습게도...... 닥치고 보니 나는 내 기분도, 마음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휘둘렸다. 그에 따라 나도, 그사람도, 우리사이도 냇물에 떠내려가는 종이배처럼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면 할수록 함께 있는 것이 어려운 종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함께 살고 싶다는 유혹에 저항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것같다......................하지만 원래 사랑했던 혹은 서로에게 상냥했던 남자와 여자 사이에 냉혹한 말이 처음으로 오갔을 때의 심적 충격은, 세상의 그 어떤 큰 사건에도 필적할 만하다. 또 만일 한족이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을 때, 다른 한쪽이 그런 말로 상처를 준다면 그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보통의 범죄와 달리,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 그것은 누구도 심판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 

81년 5월에 썼다는 이 작가의 말이 20년도 더 지난 지금 내게 뼈저리게 공감이 되는지...... 그냥 자체만으로도 마음 깊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게 다나베 세이코 작품의 힘인것같다. 답은 모르겠지만 위안은 받게된다. 아주 솔직해질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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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산문집을 좋아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정도에 비해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전시대의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어렵고 모진 시절이지만 그래도 자꾸만 눈이 가는걸 보면 내가 그 세대들의 자식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박완서라는 이름은 신뢰가 두터운 하나의 브랜드 이름과도 같았다. 장편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읽어봤고 단편인 보시니 참 좋았다를 읽어봤는데 장편도 단편도 모두 든든한 만족감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한사람의 애독자가 되었다. 그런 작가의 산문집이 나온다니 당연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무척 원한 책이었지만 막상 손에 쥐고보니 이렇게 읽을 수 있는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처음엔 자그만 집의 밭에 꽃을 심고 잔디 가꾸고 잡초를 제거하는 그런 전원생활의 모습이 나온다. 지금 시골에 있는 내겐 무척 정겨운 모습이다. 엄마와 같은 우리네 이웃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에 대한 부분, 소중히 인연을 맺은 지인들의 이야기, 자라온 과정을 쓴 이야기 등등 모두가 인간적이었다. 열렬히 환호하는 내게 우상과 같은 작가의 큰 모습이 아니라 나와 같이 실수도 하고 속상한 일도 겪으면서 기쁨도 슬픔도 가지고 살아가는 따뜻한 이웃의 한사람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장을 덮을땐 마음이 무척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할수는 없지만 함께해서 든든하고 정이 가는 한 사람을 지면으로나마 만날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기뻤다. 그렇게 애틋한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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