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재테크, 쇼핑하듯 즐겨라
고란 지음 / 새로운제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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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이 그야말로 '희망사항'이다. 나 역시 '쇼핑'이라는것을 좋아하는 여자로 굳이 살 것이 없어도 살 것처럼 돌아다니기를 자주하고 즐거워한다. 이렇게 재테크를 할 수 있다면...... 웬만한 보험을 든것보다 마음이 든든할것같다. 하지만, 아직은 그저 꿈에 불과하니 꿈만꾸는 나같은 사람을 위해 글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하며 알아도 읽고 몰라도 읽는다. 내머리도 사람머리이니 자꾸 읽다보면 뭔가 더 잘 알게되지 않겠냐는 제법 우직한 생각을 하면서.
 

  재테크 좀 한다는 사람이면 생활화 하고있을 CMA에 대한 것부터 펀드, 주식, 보험에 이르기까지 보통사람이면 한번쯤 들어보고 쳐다보고 해봤을 수단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 정보공유와 설명에 충실해서 읽으면 윤곽을 잡고 얻을것도 많다. 신용관리, 복리, 세금과 같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것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고 있다. 각각에 대한 설명을 한바탕 한 후에 궁금해 할만한 것에 대해 질문과 답변형식으로 서술된 부분이나 한미모양을 내세워 소설이라도 읽는듯 눈으로 따라가며 차근차근 재테크를 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좋았다. 좀더 정리되고 배려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펀드에 중심이 있는 것으로 느꼈다. 그만큼 비중에 가장 높았고 주식, 보험의 순이었다. 요즘 펀드 투자율이 워낙 높으니 그럴것이다. 하지만 재테크 수단이 펀드나 주식만 있는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관심과 성향에 따라 누구에겐 경매가, 누구에겐 부동산이 더욱 나을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는것은 아쉽다. 반대로, 그만큼 펀드와 주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다시한번 실감하는 부분이다.
 

  책의 가장 첫머리에, 이제 막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눈높이를 맞췄다고 쓰여있다. 재테크 방법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책을 덮어도 좋다고까지 쓰여있다. 그런만큼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많이 하는 수단을 언급하고 설명해준다. 책의 타겟을 고려하면 나는 이 책에 높은점수를 주고싶다. 초보들의 막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틀을 잡아줄수 있을것으로 생각한다. 언니라는 말이 귀에 착착 감기듯 눈에 들어와 잘 아는사람의 글을 읽는듯한 착각이 든다. 당연히, 부담없이 편히 읽을 수 있다. 나보다도 모아둔 자산이 많으면서 적금에 충실한 친구들에게 살짝 선물해주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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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엮음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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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책을 읽으려 노력은 하지만 아직도 알지 못하는 좋은 작품이 많아 대부분의 책을 쥐면 큰 기대를 한다. 이 책도 그랬다. 이언 매큐언이란 이름도 낯설기만 한데 아는 사람은 무척 반가워하고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새로운 작가, 처음 접하는 작품, 들려오는 칭찬, 매력적인 표지디자인, 서머싯 몸 상 수상작이라는 글귀까지. 모두해서 그야말로 입에 침이고일만큼 설레이며 이 책을 기다렸다. 
 
  딱히 어떤 이미지나 분위기를 기대했던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정말 아름다울줄 알았다. 책을 읽고나니 이런 내게 어이없고 웃음이 나온다. 총 8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은 제목만큼이나 난해한 느낌을 들게하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첫 이야기인 입체기하학이 너무 당황스러워 한순간은 정말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입체기하학의 비밀을 알고선 아내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BBC에서 드라마제작을 기획했다 무산됐단다. 아주 일반적인 입장에서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입체기하학 이후 이어지는 단편들도 내겐 불편했다. 정말 강도가 참 세다.

   비록 마음은 불편했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각 단편이 보여주는 행위는 분명 폐쇄적이고 암울하지만 그것을 행하는 과정이 너무 태연하다. 자신의 호기심과 궁금함을 풀기위해 어린 여동생을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내용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일상 속에서 반짝 하고 기억에 남을 하나의 기억꺼리에 불과하다. 그렇게 그 일은 호기심 해결과 함께 친구보다 더 먼저 경험이 쌓였다는 뿌듯함(?)을 낳으며 지나간다. 죄책감이나 위기의식이 없다. 큰 감정의 기복이 없이 이렇게 사건이 일어나고 끝이난다. 이렇게 서술해내는 솜씨가 난 너무 미워진다. '학교 선생처럼 생긴 사람이 글은 악마처럼 쓴다' 라는 이 말이 이해됐다. 내눈엔 그의 사진도 무섭게 보였지만......

  글이 꼭 예쁘고 행복해야만 하는것은 아닐테지만 <첫사랑, 마지막 의식>을 읽는 동안은 어둡고 답답했다. 요즘 떠들썩한 초등학생 납치 살인사건이 많이 보도된다. 이전엔 몸값요구나 원한을 푸는등 개인적인 이득을 위한 것이 많았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죄의식도 없이 우발적으로 성추행을 하고 살인을 하는 경우가 늘고있다. 외면하고 싶은 단면이 어쩌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 살인기사를 잘 보지 않는 내게 이 책이 불편한건 당연할 것이다. 여유만만하게 어두운면을 그려낸 <첫사랑, 마지막 의식>. 모두 읽고 나서야 작품 속 나비-단편제목-에 나오는 터널을 빠져나온듯 탁 트인 공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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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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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끝은 악이요, 악의 끝은 선이다. 이 글귀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눈여겨 보았다. 책에 저렇게 크게 씌여진 글은 보통 광고나 주제인 경우가 많다. 선과 악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해 냈을지 잘 지켜봐할듯 싶다.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외국의 귀신이 아닌, 명확한 이유가 있는 사건이 일어나리라는 짐작도 할 수 있었다. 비록 라만고라는 타국의 것을 소재로 했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공포물의 냄새가 났다.

 

갑자기 꾸기 시작한 악몽. 꿈속에서의 나는 전혀 다른 남이 되어있다. 그것도 평소의 나로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짓을 했던 사람. 그 악행의 죄값인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고통이 생생히 느껴지는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씩 없어지는 손톱. 잠이 들면 매번 다른 사람이 되어 살해당하는 악몽을 꾸고 그때마다 손톱은 빠져나가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밝혀나가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흥미로웠다. 손톱에 대해서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도 있고 다른나라에도 비슷한 말이나 이야기가 있는것으로 안다. 그리고 지금, 책 속에 손톱을 먹는 라만고가 새로이 등장한다. 아마 라만고는 작가가 지어낸 것이라기보다 책에서 소개한대로 실제 마다가스카르섬의 베스틸레로족의 관습일것같다. 그것의 본질마저 같은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친구와 함께 네일샵을 하는 주인공 홍지인이 하나 하나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제법 전개속도도 빠르고 흡입력이 있어 금새 읽었다. 영화로 만들어질 이 작품에 대해 더이상 언급할 수는 없지만 라만고의 실체가 재미있었다. 빙글빙글 도는 관계인듯한 선과 악을 표현한 표지의 문장을 이해 할 수 있을것도 같다. 딱히 무언가 무섭지도 않은데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든다. 사실 나는 공포물을 참 좋아하는데 요즘은 잔인한 장면을 빼면 남는게 없는 작품이 많아 실망을 많이 하던 참이었다. 초조하고 긴장감이 적당히 지속되어 피곤함을 누르고 새벽까지 읽어낸 소설이다. 이 기분을 그대로 이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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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우광훈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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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읽어온 소설을 나라별로 추리면 우리나라 소설도 그리 많진 않다. 그나마도 고전소설이 더욱 많아 최근에 출간되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는 신경써서 눈길을 한번은 더욱 주곤 한다. 이 책도 처음엔 그런 이유로 보게됐다. 예술과 관련한 소재에도 흥미로웠고 사기극이라는 단어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런 작품이 우리나라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것이 내심 반갑기도 했다. 외국인의 눈에 이해할 수 없는 맹목적 애국심이 이런것일테지만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사실, 예술 특히 미술과는 담을 쌓고 사는 편이어서 베르메르라는 이름을 보고도 아무생각이 없었다. 너무 어려운 말이 많아 이 책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얕은 한숨을 내쉬고 표지를 넘기고 보니 소설의 시작 전에 그림이 몇장에 걸쳐 실려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은 너무도 유명한 진주 귀고리 소녀였다. 이 작품은 한참 떠들썩할때 영화를 본적이 있어 잘 알고있었다. 스스로도 우스운건 작품은 알면서 화가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마음을 누르고 좀 더 친근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염려와는 달리, 그림에 일자 무식이래도 큰 지장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그림이 주는 느낌을 문자를 읽는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상상할 수 있어 큰 아쉬움은 없었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가브리엘은 고전주의 화풍이 지배하던 세상에선 틀림없이 성공했을 것이다. 문제는 가브리엘이 중요시여긴 모든것이 새로운 유행에 밀려 모두 무시당하는 현실이었다. 피카소가 유명세를 떨치는 그 당시에 그의 작품은 '복사품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너의 작품을 그려라' 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의 가치관과 노력 모두가 외면당하는 시기였고 결국 그는 남몰래 위작을 그리게된다. 그가 재판장에서 하던 호소가 인상적이다. 아직 대중의 눈길을 끌지못하는 문화 직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나게 했다. 그 좌절이 안타까워서, 지금도 같은 심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쉽게 잊혀지지는 않는다.
"소수의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따뜻하게 수용할 수 있을 때 문화는 비로소 진보하리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씁니다. 그 선두에 서야 하는 사람들이 유행과 물질적 가치만을 절대적으로 여기고, 그 외의 시도들은 고루하고 격이 떨어지는 허황된 것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정규 미술학교에서 퇴학당한 저는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도 언제나 열외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벽이 창작의 현장에서 저를 내몰았고, 결국 전 약삭빠른 장사치로 전락해야만 했습니다. 제 위작은 결국 이러한 세상에 대한 분노요, 복수극에 다름 아니었던 것입니다." p.312
 
  잘 정리된 한 사람의 일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어긋나는 점이 생기면서 혼란에 빠지면서 끝을 맺는다. 그 혼란덕분에 나는 혼자서 이책의 후속을 기다린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다른 형식과 분위기라고 해도 좋을듯하다. 가짜 베르메르 가브리엘에서 그림의 역사로 초점이 옮아가도 좋겠다. 모처럼 재미있게 읽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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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풍경 - 정약용 시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0
정약용 지음, 최지녀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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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이런말을 하기 무척 민망하지만 중,고등학교에 다닐때엔 나도 작가가 되고싶었다. 책을 즐기고 간간히 백일장과 같은 대회에 나가면서 수업을 빠지는 것을 즐거워하던 발칙한(?) 학생이었다. 그런 내게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중학교에 다닐때 내 글을 지도해주시던 선생님께서 내게 '넌 산문타입이니까 시는 쓰지마' 라고 하셨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것이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걸 아직 모르던 때였다. 그래서 괜한 욕심에 충격(?)을 받아 남의 시를 두 눈 부릅뜨고 보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생님 말씀이 심하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처음으로 글짓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느낀것도, 처음으로 좀 더 세세히 교육을 받은것도 모두 산문에 속하는 글이었다. 나는 시를 제대로 느끼기도 바쁜 처지이니 시까지 잘쓰고 싶은 마음은 크나큰 욕심이었다. 담아내지도 못하는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나선 시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척 오랜만에 시집을 손에 쥐었다. 다산 정약용의 시집. 

  책을 훑어보고 조금 막막했다. 시는 무척 많은데 그 시에 대한 해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읽어도 멍하게 넘어가야 할 판이다. 글을 너무 수학문제 풀듯 해설에 치우치는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시대에 다른 성별에 다른 생각을 갖고있던 사람이 표현한 그 마음을 내 잣대로 헤아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없는걸 어쩌나. 외국방송을 틀어놓고 들리면 들리는대로 안들리면 안들리는대로 넘어가던 마음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주제에 따라 분류된 시를 읽으면서 한사람의 마음뿐이 아닌, 당시의 나라사정이 훤히 보였다. 뜻이 컸던 사람인만큼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나라사정이 답답했을 것이다. 백성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가 느꼈을 마음을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다산의 일생마저 담긴 이 시집에서 내게 많은 공감을 끌어낸건 역시 가족을 생각하며 쓴 시가 있는 부분이다. 가족에 대한 마음이라면 짐승에 대한 것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 법이다. 유배생활을 했던 그에게 가족에 대한 마음은 잘 알겠다. 가장 애틋하고 따뜻했던 부분이었다. 

  시가 끝나고 실려있는 해설을 통해 좀 더 정약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다산 정약용이라는 사람을 더욱 잘 알게 된듯한 친근함이 가장 큰 득이 된것이라 생각한다. 줄줄 흘러내려온 문장 못지않게 많은것을 담긴 시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내 마음도 담담하고 차분해지면 시 한줄 쓸 수 있으려나. 천천히 두고두고 읽어도 새로운 기분이 들것같은 시집이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짧은 시 한편 소개하겠다.
 

8년만에 아들을 만나
 

생김새는 내 자식 같은데
수염이 나서 딴사람 같애.
집에서 보낸 편지를 갖고 오긴 했지만
틀림없는 진짜인진 의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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