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깃들자 우리는 모두 밤새도록 빗장이 걸리는 옥사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에서 우리의 옥사로 돌아오는 일은 내겐 언제나 괴로운 일이었다. 옥사는 유지로 만든 양초가 희미하게 비추고 있고, 숨막힐 듯한 무거운 냄새로 가득 찬, 길고 좁고 후텁지근한 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내가 이곳에서 10여 년을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평상 위에 나의 몫이란 세 장의 판자뿐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나의 모든 공간이었다. 이 방 안의 평상에만도 30명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겨울에는 일찍 빗장을 지르는 까닭에 모두들 잠들 때까지 네 시간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웅성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웃음, 욕설, 쇠사슬소리, 악취와 그을음, 삭발한 머리들과 낙인 찍힌 얼굴들, 남루한 의복, 이 모든 것이 욕설과 혹평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렇다, 인간은 불멸이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이며, 나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 P25
더욱이 여기에는 어떤 표면적인 겸손, 말하자면, 관등상의 어떤 조용한 달관 같은 것이 배어 있었다. <파멸한 민초인 우리들은.> 그들은 말했다. <자유의 세상에서 살 수 없으니, 이제 푸른 거리는 그만 하고, 줄이나 잘 서세>, <어머니와 아버지 말씀 듣지 않았으니, 이제 북가죽소리나 들으세>, <금실 잣기가 싫다더니, 이제 망치로 돌이나 깨야 하는구나>. 모두들 이따금씩 교훈이나 일상적인 속담과 경구의 형식을 빌어 이렇게 말하곤 했지만, 결코 심각한 생각에서 말하는 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단지 말뿐이었다. 과연 그들 중의 한 명이라도 자기의 죄를 마음속 깊이 새기는 사람이 있었을까? 만일 유형수가 아닌 어떤 다른 사람에게 죄수들의 범죄를 비난하도록 해본다면(비록 러시아적인 정신에서 죄수를 비난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죄수들의 욕설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들 모두는 얼마나 욕설의 명수들인지! - P31
이미 말했지만, 몇 해가 흐르는 동안에 나는 이러한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그마한 참회의 징후나, 자신의 죄에 대한 고통스러운 생각들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그들의 대부분이 마음속으로 자기가 완전히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허세, 악질적인 예들, 대담성, 잘못된 수치감이 그 원인이긴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누가 이 파멸해 가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헤아려 그들에게 숨겨져 있는 모든 세상의 비밀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몇 해 동안에 누군가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들 내부의 고독과 고통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떤 특징을 포착하고 이해하고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은 결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범죄라는 것은 이미 준비되고 주어진 관점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가 없을 듯싶다. 범죄의 철학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좀 어려운 것이다. 물론, 감옥이나 강제 노동과 같은 제도가 범죄자를 교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단지 범죄자를 벌하고, 평온한 사회를 향후에 있을 죄인의 음모로부터 안전하게 할 뿐이다. 감옥의 죄수에게 가장 힘든 강제 노동은 오히려 증오와 금지된 향락에 대한 욕망과 무서운 경솔함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리고 단호히 확신컨대, 그 유명한 독방 제도도 단지 위선적이고 기만적이며 표면적인 목적만을 달성할 뿐이다. 이 제도는 사람에게서 생명의 즙을 짜내고 영혼을 소진케 하여 영혼을 나약하고 놀라게 만든 다음, 반쯤 미치광이가 된 바싹 마른 미라를 교화와 참회의 본보기로 보여 주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사회에 대항했던 죄수는 사회를 증오하고,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며, 잘못한 것은 사회라고 여긴다. 더욱이 그는 이미 사회로부터 형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신은 거의 정화되었고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마침내 죄수가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판단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렇듯 모든 가능한 관점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면 누구나, 어느 곳에서나 항상 모든 가능한 법률에 따라, 세상의 태초에서부터 두말할 것도 없는 범죄로 간주되며, 인간이 인간으로 남아 있을 그때까지도 그렇게 간주될 수 있는 범죄가 존재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가장 무섭고 가장 자연에 거스른 행위와 가장 터무니없는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어린애처럼 천진한 웃음을 지으며 참지 못해 말하는 것을 들었던 곳은 감옥뿐이다. - P35
돈과 담배는 괴혈병과 그 밖의 다른 질병으로부터 죄수들을 구해주었다. 일도 그들을 범죄로부터 구해 주었다. 일이 없었다면, 죄수들은 유리병 속의 거미처럼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었을지도 모른다. - P39
나는 감옥에서, 몸집은 아주 거대하지만 어떻게 그가 감옥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얌전하고, 조용하며, 온화한 한 죄수를 알고 있었다. 그는 감옥에 들어와 사는 동안 내내 한번도 남과 다툰 적이 없을 만큼 악의가 없고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서부의 국경에서 밀수를 하다가 잡혀 왔는데, 여기서도 참지를 못하고 술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는 몇 차례나 징벌을 당했고, 그가 또 얼마나 매를 무서워했는지! 사실 술을 몰래 들여오는 일 자체는 그에게 하찮은 수입을 올려 줄 따름이었고, 이를 통해 부자가 되는 것은 오로지 극단 주인일 뿐이었다. 이 기인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는 아낙네들처럼 울기를 잘 했고, 벌을 받고 난 뒤에는 수차례나 밀매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용기를 내서 그는 한 달 내내 자기를 이겨 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자제를 하지 못하고 마는 것이었다……. 이 사람 덕분에 감옥에서도 술은 궁핍하지 않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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