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조치는 결단코 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여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인간들이란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려면 그들의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예 크게 주어야 합니다. - P24

의사들이 소모성 열병에 대해서 말하는 바가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그 병은 초기에는 치료하기가 쉬우나 진단하기가 어려운 데에 반해서,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진단하기는 쉬우나 치료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국가를 통치하는 일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정치적 문제를 일찍이 인지하면(이는 현명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합니다), 문제가 신속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식하지 못하고 사태가 악화되어 모든 사람이 알아차릴 정도가 되면 어떤 해결책도 더 이상 소용이 없습니다.
로마인들은 재난을 미리부터 예견했기 때문에 항상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화근이 자라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쟁이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적에게 유리하도록 지연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자신들의 본거지인/역자) 이탈리아에서 필리포스와 안티오코스를 맞아 싸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선수를 쳐서 그리스에서 그들과 전쟁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로마인들은 그리스에서 그 두 세력을 상대로 싸우는 것을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피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더욱이 로마인들은 우리 시대의 현인들이 늘상 말하는 "시간을 끌면서 이익을 취하라"는 격언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역량과 현명함에서 비롯되는 이익을 취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은 모든 것을 몰고 오며, 해악은 물론 이익을, 이익은 물론 해악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 P27

강력한 도움을 준 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이로부터 항상 또는 거의 항상 유효한 일반 원칙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즉 타인이 강력해지도록 도움을 준 자는 자멸을 자초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세력은 도움을 주는 자의 술책이나 힘을 통해서 커지는데, 이 두 가지는 도움을 받아 강력해진 자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 P34

역량 대 행운
그렇다면 새로운 군주가 전적으로 신생 군주국을 다스릴 때 부딪치는 어려움의 정도는 그의 역량이 어떤지에 따라서 좌우된다고 저는 주장하겠습니다. 그리고 일개 시민에서 군주가 된다는 것은 그가 역량이 있거나 행운을 누린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 둘 중의 어느 한 요소가 어느 정도까지 어려움을 더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법합니다. 그러나 그가 행운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 낮다면, 자신의 지위를 더욱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다른 국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그 국가에 거주하면서 다스릴 수밖에 없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 P44

역량의 사례들
행운 또는 타인의 호의가 아니라 자신의 역량에 의해서 군주가 된 인물들을 살펴볼 때, 저는 모세, 키로스, 로물루스, 테세우스 등과 같은 인물들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모세는 단지 신의 명령을 행한 집행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신과 대화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로 선택되었다는 신의 은총 자체만으로도 칭송받을 만합니다. 그렇다면 왕국을 획득하거나 건국한 키로스 등과 같은 인물들을 검토해보겠습니다. 그들 역시 탁월한 인물들임을 알 수 있고, 그들의 특별한 행동들과 조치들 역시, 검토해보면, 위대한 신을 섬기고 있던 모세의 그것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행적과 생애를 검토해보면, 질료를 자신들이 생각한 최선의 형태로 빚어낼 기회를 가진 것 이외에는 그들이 행운에 의존한 바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기회를 가지지 못했더라면, 그들의 위대한 정신력은 탕진되어버렸을 것이고, 그들에게 역량이 없었더라면, 그러한 기회는 무산되어버렸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모세의 출현을 위해서 유대인들은 이집트인들에 의해서 노예상태에서 탄압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으며, 그 결과 유대인들은 예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로물루스가 로마의 건국자이자 왕이 되기 위해서는 그가 알바에서 태어나자마자 거기에서 머무르지 못하고 내버려지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키로스 왕 역시 메디아인들의 지배에 불만을 품은 페르시아인들과 오랜 평화로 인해서 유약해진 메디아인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리고 테세우스도 아테네인들이 분열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회들이 이 위대한 인물들에게 운좋게 다가온 것이라면, 그들이 지닌 비범한 역량이야말로 그들로 하여금 이러한 기회를 포착, 활용하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의 나라는 영광을 누리며 크게 번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처럼 자신의 역량으로 군주가 된 인물들은 권력을 얻는 데에 시련을 겪지만, 일단 권력을 쥐면 쉽게 유지합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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