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일이나 성공, 행복은 운명처럼 찾아오지 않는다. 때로 우리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정신이 팔린다. 야심만만하던 20대 초반에, 나는 내가 이렇게 살 거라고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다. 좀 더 중요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나 잘나가는 사람, 영향력 있는 사람. 하지만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채로 30대가 되고 말았다. 슬픈 일이지만 이게 내 인생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고,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 P170

나는 여전히 ‘책과 빵‘에 있다. 작년까지는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으니, 올해부터는 그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해 보려고 한다. 카페를 열 떄 이상할 만큼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던 말이 있었다.

"사람은 고독할 수는 있지만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고립되지 않기 위해 카페를 열었고 고독하기 위해 카페를 닫았다. 지금 나는 고독하지만 고립되어 있지는 않다. 생각해 보면 카페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이득을 본 셈이다. - P177

바르데츠키를 비롯한 많은 심리상담가들은 우리가 과거에 받은 상처부터 스스로 달래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면 그 상처는 이제 내 일부가 된다. 조제의 장애처럼 말이다. 벗어날 수도 덜어 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끝도 없이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자신을 미워하기보다는, 상처와 장애를 안고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할머니 없이, 츠네오 없이 혼자 살아 나가는 조제처럼.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장을 보고 조용한 집에서 묵묵하게 요리를 하는 조제처럼. 요리가 끝난 후에는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의자에서 쿵 하고 담담하게 떨어지는 조제처럼. - P187

그리하여 나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완전히 헛짚은 남자에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 남자는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다. 아, 이게 다 《따귀 맞은 영혼》 덕분이다. - P189

임혜지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대가로 학력에 비해 적은 보수와 실력에 비해 낮은 사회적 위상을 떳떳하게 감수한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얻는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극소수나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기회 또는 환상임을 안다. 모두 가질 수 없다면 하나만 가져도 좋다는 이 씩씩한 중년 여성은 이런 삶의 철학들을 자신의 생활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허공을 떠도는 좋은 이야기들이 아니라 스스로 한 걸음씩 내딛어 보고 깨달은 것만을 투박하고 단단한 언어로 말한다. 이 책의 빛나는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다. 임혜지는 그녀 자신의 말대로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은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의 훈계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엄마와 언니의 조언이 아니던가.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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