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유형
자신에게 100퍼센트 들어맞는 유형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려면 사람의 숫자만큼 많은 유형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을 특정한 범주에 끼워 맞추려 들면 결국 자신의 의식에서 자기 성격의 일부분을 제외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하나의 구체적인 유형과 동일시하는 것은, 스스로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특정한 역할로 자신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을 여러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는 것은 실제로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인식이 부족하면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과 비슷하다는 착각에 빠지고, 남들이 나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때 그들이 뭔가 잘못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예전에는 나와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에너지가 넘치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와 연결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이 무언가를 회피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나와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걸 이해한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성격과 성향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하고, 남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마도 내향적인 파트너가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 두 사람의 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오해할 것이다.
자기 자신과 다른 유형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많은 커플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 P56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
자존감과 자신감은 다르다. 자존감은 자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깊은 가치를 아는 것이다. 자신감은 자신의 능력과 행동에 대한 믿음이다.
자존감은 굉장히 높지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자아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적합한 도전을 찾고, 그 도전을 성공으로 이끈다.
더 일반적인 조합은 자신감은 높고 자존감은 낮은 경우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특정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직장에서 훌륭한 동료로 인정받고 전문 분야에서 당당하게 능력을 발휘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그들은 자신이 남들이 좋아할 만큼 괜찮은 사람인지 확신을 갖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높은 기준은 낮은 자존감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높은 기준은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한 방편이다. 자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할수록 당신은 그것을 보상할 전략을 찾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이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리의 행동은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행동 방식에 부합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문화에서 자라났다. 우리 중에는 어릴 때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라는 비난을 들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엄마는 항상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말했어요."
- 잉어, 50세

우리는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까다로운 아이였을 것이다. 부모는 그런 우리를 못마땅하게 여겼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를 잡고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이 민감한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아이의 마음속에는 자기가 누군가를 피곤하게 하고 실망시켰다는 기억이 남게 된다. - P64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남들과 어울리기 힘든 사람이지만,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그들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다. ‘본질적으로 나는 누구의 사랑도 받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노력하면 공동체에서 받아줄 것이다.‘ 여기에는 노력하지 않으면 모든 사람이 나를 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다.
당신이 자신을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보상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 당신의 가정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낮은 자존감과 높은 기준은 서로 강화하고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만일 계속해서 보상적인 전략을 만들어 높은 기준에 맞춰 행동한다면, 당신은 끝까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당신이 그들에게 주는 도움을 좋아하는 건지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당신은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가정을 유효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느낄 때도 그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높은 기준 때문에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 P68

높은 기준을 세우고 다시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는 악순환은 당신의 자아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신이 부과한 과도한 요구 때문에 탈진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성향은 당신을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만든다.
지금 당신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설정해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제 그 기준치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과중한 부담에 짓눌려 허덕이는 삶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기준을 낮추는 첫 단계는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 원칙을 재검토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기준을 낮추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행동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당신이 예상하는 그런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해야 한다. 높은 기준에 맞춰 살지 않아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더 여유로운 자아를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겠지만, 기준을 낮추고 개인적인 행동 원칙을 벗어나는 행동을 시도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당신은 완벽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고, 오히려 당신이 더 느긋하고 편하고 유쾌해져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남들에게 계속 도움을 주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괜찮다는 경험은 자아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신은 자신의 기준을 낮춤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에너지를 더 많이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사이클에 들어가게 된다. - P70

기준을 낮추기 힘들 때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을 높은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살아왔다면, 그런 고리를 끊는 것이 매우 불안하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그런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군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항상 "네"라고 말해왔다면, 가끔 "아니요"라고 말해보라. 아니면 "오늘 저녁에 아이를 돌봐드릴 수는 있지만, 9시까지만 가능해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라고 말함으로써 당신이 제공하는 도움에 한계를 정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기준을 낮추면 남들에게 소외당하거나 버림받을 거라는 두려움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우려는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의 친구들 중에는 당신이 사려 깊고, 협조적이고,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친구로 선택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당신이 지금까지 주었던 도움을 제공하지 않으면 흥미를 잃을 것이다.
당신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몇 명의 친구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단지 이익을 주기 때문에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계속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친구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나의 우정에 편리함 외에 더 중요한 다른 요소가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옳은 일인가?
몇 명의 친구는 당신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친구가 당신의 곁을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당신이 주는 도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인정하고 좋아하는 진정한 친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물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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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효과는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한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식료품을 살 때 20분을 더 걷더라도 1만 원을 절약할 수 이쓴 상점을 선택하지만, 145만 원짜리 양복을 144만 원에 살 수 있다고 해서 20분을 더 걸어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20분은 어디까지나 같은 20분이고, 1만 원은 어디까지나 같은 1만 원이지만, 대비 효과로 인해 그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 P137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화창한 날이 계속되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고 한 괴테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오직 대조에서만 강렬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어찌 즐거움 뿐이겠는가. 인간은 ‘비교의 동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대비 효과‘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는 ‘이웃 효과‘를 통해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음미해보기로 하자. - P140

‘문전 걸치기 전략‘의 원조는 이른바 ‘벤 프랭클린 효과‘라는 말까지 낳게 만들 정도로 탁월한 묘기를 선보인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펜실베이니아 주의회의 한 의원이 프랭클린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서 원수처럼 굴자, 프랭클린은 한 가지 꾀를 냈다. 그의 자서전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람의 호의를 얻으려고 나는 굴욕적인 존경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그 주의원이 매우 희귀하고 진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 책을 숙독하고 싶다며 며칠간만 빌려줄 수 없겠는냐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그 책을 즉시 빌려주었고, 나는 일주일 안에 매우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그 책을 반환했다. 그다음 우리가 주 의사당에서 만났을 때(그는 결코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으나) 나에게 말을 걸고, 매우 친절했다. 그 후 그는 어떤 일이든지 나를 도와주려 했고, 우리는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으며, 우리의 우정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것은 내가 옛날에 배웠던 교훈의 또 하나의 예가 된다. 즉, 그 속담은 다음과 같다. ‘예전에 너를 한 번 도와준 일이 있는 사람은, 네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욱더 너를 다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 P149

큰 부탁을 위해 작은 부탁을 먼저 하든 작은 부탁을 위해 큰 부탁을 먼저 하든, 우리 인간은 부탁을 주고받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상호성의 동물‘인 셈이다. 문전 걸치기 전략은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말하는 ‘상호성의 법칙‘과도 통하는데, 치알디니가 문전 걸치기 전략의 함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 게 흥미롭다.
"아무리 사소한 요청도 함부로 승낙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승낙이 우리의 자아 개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두려워, 다음부터는 아무리 내가 지지하는 대의와 관련 있는 청원서라도 서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치알디니가 매우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게 흥미롭다. 아니 어쩌면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의 연구 방법도 그런 식이었다. - P151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상호성의 법칙law of reciprocality‘이다. 쉽게 말해,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다"는 것이다. 1985년 멕시코 지진 때 극빈국인 이디오피아가 5,000달러 상당의 구호금을 보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왜 그랬을까?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 때 멕시코가 이디오피아 편을 들어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즉, 사람들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군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면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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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를 통해 우리는 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생각하려고 하고, 그럴 때마다 희미한 미소와 함께 행복에 젖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슬픔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생각하기보다, 그 사람을 자신의 곁에서 없애줄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기쁨의 만남이 아니라 슬픔의 만남을 영위하고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공적 생활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우울하고 슬픈 감정 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들은 그런 우울한 상태를 불가피하게 감내하고 있다. - P161

다행스럽게도 가족이나 연애와 같은 사적인 관계에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그나마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면 과연 기쁨과 행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스피노자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더 큰 완전성, 기쁨, 그리고 쾌활함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가 끝난 뒤 오락거리를 찾아서 밤거리를 헤매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에게 오락 산업은 슬픔과 불행에 붙이는 일회용 반창고인 셈이다. 호프집에서, 카페에서, 영화관에서, 음악회에서 슬픔과 우울함으로 만들어진 종기를 핥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이것은 제대로 된 처방전일까? 인스턴트로 제공된 기쁨, 값싸게 구입한 쾌활함이 삶에 진정한 행복을 부여할 리 만무하다. - P162

삶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삶의 현장에서 기쁨과 유쾌함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피노자가 우리에게 역설했던 ‘기쁨의 윤리학‘이다. 분명 잃어버린 행복과 기쁨을 되찾는 일은 손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초인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 P162

"만일 행복이 눈앞에 있다면 그리고 큰 노력 없이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등한시되는 일이 도대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
-『에티카』 - P162

선물을 받고 나면 항상 그 선물의 액면가와 유사한 대응 선물을 고르는 것이 우리의 일상적인 관례이다. 이것은 우리가 주고받는 대부분의 선물이 명목상으로만 선물일 뿐, 그 이면에는 뇌물의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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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예측하고 검토하는 습관은 매우 유용한 능력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위험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당신의 문제점은 만성적인 걱정과 불안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당신이 끊임없이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면, 그런 능력의 스위치를 아예 꺼버리는 방법을 배우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이완 기법이나 명상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 P49

높은 민감성을 가진 사람들은 한 가지 일이 가지는 모든 측면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사물을 철저히 파악하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성향의 긍정적인 측면은 남들보다 사려 깊고 독창적이라는 점이다. 작가, 예술가, 자유사상가 가운데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나는 짧은 시간에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돼요. 내게는 직장에서 회의할 때 내 생각과 느낌을 파악하고 좋은 행동 방향을 선택하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요. 하룻밤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결정을 빨리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차츰 저의 행동 방식에 익숙해지더군요. 나중에는 동료들이 내 관점과 아이디어를 존중해 주었습니다. 철저한 논리적 사고에서 나온 결과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 P50

극도의 민감성은 충동성과 정반대 성향이다. 그러나 민감한 사람들 중에는 과도한 자극을 받거나 자극을 피할 수 없을 때 좌절하고 분노를 폭발시키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거나, 친구와 절연하거나, 진탕 마시며 놀거나, 폭음이나 폭식을 하거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마구 감정을 쏟아낸다.
이런 성향은 경계선 성격장애(BPD,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민감한 성격은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거나 고통을 주었을 때, 금방 자기가 한 행동을 후회한다는 점에서 경계선 성격장애와 다르다. 경계선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더 쉽게 화를 내고 방어적인 행동을 하는데 반해, 민감한 사람들은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훨씬 더 많이 느낀다.
민감한 당신은 잘못된 일을 피하고 싶어 한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어떤 식으로든 해를 끼쳤을 때 당신은 오랫동안 자책하고 슬픔에 빠질 것이다. - P51

감각적인 것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민감한 사람들은 신중한 전략을 선택한다. 그들은 흥분보다 안전을 중요시하고,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일부는 모험과 새로운 탐험을 즐기기도 한다. 쉽게 싫증을 느끼지만 동시에 자극에 민감하다면, 당신은 감각적인 것을 추구하는 민감한 사람에 속할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 성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감각적인 것을 추구하는 민감한 당신은 반복적인 일에 쉽게 싫증을 내고, 틀에 박힌 일상을 따분하게 여긴다. 당신은 흥미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특히 전에 가보지 않은 새로운 장소에 가고 싶을 것이다.
감각적인 것을 추구하는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들은 쉽게 자극을 받고 압도당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기진맥진하고,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고 자책한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는 성향은 잘못된 게 아니다. 단지 두 가지 성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그것은 마치 한쪽 발은 액셀러레이터에 올려놓고 다른 발은 브레이크에 올려놓은 채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 P52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이거나
높은 민감성을 가진 사람들 중 70퍼센트 정도는 내향적이지만, 나머지 30퍼센트는 외향적이다. 내담자들에게 그들이 내향적이라고 이야기하면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혼자 있거나 가만히 앉아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걸요"라고 하면서 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내향적이라는 말이 모욕적인 단어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인 것 같다. 내향적이라는 표현은 말을 걸기 어렵고, 남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기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사이버 공간에 빠져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융(Carl Gustav Jung)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물질적인 세계보다 내면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들이 자신의 내면세계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내면세계에도 관심이 있음을 의미한다.
당신이 내향적이면서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피상적이고 물질적인 주제의 대화를 지루하게 느낄 것이다. 잡담은 피곤해하지만, 깊은 차원의 대화, 특히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한 일대일이나 소그룹의 대화는 즐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모임보다는 부담이 적은 소모임을 선택할 것이다.
반대로 외향적이면서 민감한 성격이라면, 당신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모든 시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내향적이면서 민감한 사람들처럼 혼자 조용히 인풋을 처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성격은 내향적인 성격과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풍부한 내면세게와 깊이 사고하는 성향은 융이 묘사한 내향적인 성격의 특징에 속한다. 내향적인 사람과 민감한 사람에게는 많은 외적인 자극이 필요하지 않다. 풍부한 내면의 삶이 있고, 자신의 사고와 상상에 의해 자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인풋과 경험을 깊이 숙고하고 소화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높은 민감성을 가진 사람들 중에 외향적이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면서도 내향적인 깊이가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대가족 안에서 자랐거나, 학교나 다른 공동체적인 삶의 양식에 익숙하다. 또 자기 주변에 사람이 많을 때 안전하고 익숙하게 느낀다. 그들 중에는 환경적인 압박감으로 인해 외향적인 성향을 갖게 된 사람들도 있다. 활기가 넘치고 외향적인 행동만 수용되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그런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 중에 70퍼센트가 내향적인 성향의 소유자라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소그룹 안에서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고, 사람이 적을 때는 쉽게 압도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감하면서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신경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사교적인 분위기에서 좌절하고 압도당하기 쉽다. 민감하면서 내향적인 사람들 역시 정도가 덜하기는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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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주기 아깝다는 심리는 남녀 관계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애정이 식었는데도 관계를 끊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게 현상을 유지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게 바로 ‘현상 유지 편향‘이다. 물론 전형적인 예는 아니기에, 이제 현상 유지 편향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자. - P88

미국 심리학자 해들리 아크스는 1985년 심리 테스트를 통해 개인적인 결정에서 매몰 비용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50퍼센트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 후 심리학계의 연구에선 개인보다는 집단이 매몰 비용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녀 관계도 그렇지만, 정치적 지지도 감정이 투자되는 일이기 때문에 열성 지지자들은 지지를 철회해야 마땅한 사태가 전개된다고 해도 지지를 철회하기는커녕 더욱 광신적인 지지를 보낼 수 있다. 그간 쏟은 노력과 정열이 아깝고 억울해서다.
그간 투자된 감정은 ‘권력 감정‘일 수 있다. 막스 베버의 정의에 따르면, 권력 감정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의식, 사람들을 지배하는 권력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식,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신경의 줄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는 감정" 이라고 한다. 특정 정치인의 팬클럽 회원들은 자신이 아무런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타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지지 대상과의 동일시 효과를 통해 자신도 권력 감정을 대리경험하면서 권력 중독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자신의 고귀한 감정을 투자한 이성과 결별할 때, 그 감정 투자에 대한 보상 욕구로 화병을 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격분한 나머지 보복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이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수가 매년 약 1만 명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그 오랜 세월 자신의 감정을 한껏 고양시켜준 것에 대해 배신을 저지르고 떠나는 연인에게 감사하는 사람도 있다. 감사까지 할 일이야 아니지만, 화병을 앓거나 보복을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감정에 매달리는 것도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떠나보낼 땐 보내주어야 한다. "안녕, 내 사랑!" 하면서 말이다. - P99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매우 어렵게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문제에 대한 당신 기분은 어떤가?"라고 묻는다면, 훨씬 쉽다고 생각하고 답을 내놓을 것이다. 물론 후자의 문답이 감정 휴리스틱이다. 박재성은 "경제 이슈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대중의 이해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감정 휴리스틱을 환기하고 이로써 대중의 판단과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논의에서 가장 필요한 게 바로 그런 노력이다. 기존 경제 논의는 자꾸 "그 문제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대중을 경제적 논의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냉정한 소비자를 바랄 기업은 없을 것이기에, 광고엔 감정 휴리스틱이 철철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새로움을 강조하는 ‘뉴‘,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내추럴‘, 남다른 가치를 지녔다는 느낌을 주는 ‘프리미엄‘이나 ‘골드‘, 의미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느낌을 주는 ‘웰빙‘ 등이 그렇다. 미국의 한 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한 시간 빠르게 온라인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당신은 좀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는 홍보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이 또한 전형적인 감정 휴리스틱으로 볼 수 있다.
감정 휴리스틱은 한국 특유의 정 문화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상진은 정은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관여된 사람들 사이에 애착과 친밀감을 만들어주는 사회관계적 원자재라고 정의한다. 서양의 사회관계를 개인주의적이라고 할 때 한국의 그것은 관계주의적이며, 한국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규정하며,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정치적 판단이 감정 휴리스틱에 의해 지배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라. 나름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답을 하려고 애는 쓰겠지만, 핵심은 그냥 "마음에 안 든다"는 감정 휴리스틱이다. 강양구가 잘 지적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할 때 ‘좋고‘ ‘싫고‘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그러고 나서 좋은 이유, 싫은 이유를 덧붙이지요. 이게 진실 아닐까요?"
어떤 이슈에 대한 정치적 지지 여부도 다를 바 없다. 한국인들의 정치적 당파성은 관계 중심주의이기 때문에 자신과 별 관계가 없는 공적 이슈에 대해선 자기 생각을 갖기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의 노선과 방침을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농후하게 나타난다. 즉, 정치적 지지의 성격이 연예인 팬클럽의 연예인 지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정치는 쇼 비즈니스와 같다Politics is just like show business"라고 말한 건 탁견이다. - P109

롤프 도벨리가 "가용성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라"고 했듯이, 가용성 편향은 공적 영역에서 동질적인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현상의 위험을 경고하는 데에 유용하다.
미국의 노동운동 지도자 앤디 스턴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전형적 이미지를 "볼보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비싼 커피를 홀짝이고, 고급 포도주를 마시고, 동북부에 살고, 하버드대학이나 예일대학을 나온 리버럴"로 규정한다. 이들이 입으로는 보통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들의 주변 환경이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 즉 가용성 편향이 문제라는 뜻이다.
사실 민주당은 정치 참여에서부터 정치자금에 이르기까지 부자 유권자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서 사실상 그들에게 발목이 잡힌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정책상 좌클릭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가난한 사람들마저 공화당에 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2004년 ‘민주당의 여피화‘를 지적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정치인들은 수사적 진보성을 전투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실천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정치적 불신과 혐오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가용성 편향은 우리말로 "노는 물이 어떻다"는 식의 표현을 원용하자면, ‘물 편향‘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다. 비슷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는 물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비슷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정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 수준에 따른 거주지의 분리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몰려 사는 경향이 가속화되면서 사회적 소통 · 통합과 관련된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 P116

정박 효과는 법정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정은주는 「판사를 좌지우지하는 검사: 초깃값에 의존하는 ‘정박 효과‘」라는 글에서 "판사에게 나타나는 휴리스틱으로는 ‘정박 효과‘가 대표적이다. 정박 효과란 사람들이 수치화된 값을 추정할 때 초깃값에 의존하는 현상이다. 집값을 추정할 때 공시지가를 고려하는 식이다. 문제는 얼토당토않은 초깃값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라며 박광배 충남대학교 교수(심리학)가 2004년 2월 형사재판을 맡은 판사 15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런 내용이다.
우선 판사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법정형이 5년 이상인 형법상 강간치상 사건을 동일하게 제시했다. 첫째 그룹에는 검사 구형을 2년으로, 두 번째 그룹에는 검사 구형을 10년으로 하고 세 번째 그룹에는 검사 구형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검사가 10년을 구형하거나 구형하지 않은 경우에는 양형 평균이 57.2개월과 57.5개월로 비슷했다. 하지만 검사 구형 2년 그룹의 평균은 42.5개월로 큰 차이를 보였다. 검사의 2년 구형은 법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데도 판사의 양형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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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8-02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롤프 도벨리가 말한 가용성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라는 말이 와닿게 느껴졌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