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만 누르지 말고... 몇 번 더 해보시압.
운 동 회 날
오 성 호
삶이란 게
가을 운동회날처럼
늘 마음 설레게 하는 것이었으면,
끝날 무렵이면 누구나
공책 한 권쯤은 챙길 수 있고
누구나 가족들 앞에
햇살처럼 뻐기고 설 수 있는 그런 날.
누구나 똑같은 출발선에 서서
긴장하고 서 있다가
총소리와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고,
공정한 출발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날.
어쩌다 재수 없이 넘어져서
꼴찌를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위로 받을 수 있는 달리기 시합처럼,
우리의 삶도 그럴 수 있다면,
진 자도 이긴 자도
떳떳하게 푸른 가을 하늘을 우러를 수 있는 그런 날들이라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란 거짓말이다.
도덕에도 주눅들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는 사랑.
비난의 돌이 날아와도 피는 흘리되 아파하지 않는 사랑.
그러나 결국 사랑으로 그 모든 것을 설득해내고야 마는 그런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속고 싶다.
허황된 무지개.
오늘보다는 내일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안고 하루하루 잠자리에 들기.
행여나 다른 날일까 조심조심 눈 떠 보기.
우리의 삶에 대해 우리는 모두 한바탕 멋드러지게 속아넘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