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 망
마지막까지 남는다는 단어
나에게 희망이 없음은
아직
그 마지막이라는 곳에
이르지 못 했다는 의미일까.
싸늘한 사랑이
식어빠진 커피처럼
몸서리치게 하고
나를 둘러싼
인연의 끈들이
거미줄처럼 끈적이며
옭아매려 하는데
하늘마저도
냉정하게 쏘아보는데
아직 희망이 있다는 곳
마지막에 이르지 못한 걸까.
잠의 요정
속눈썹 끝에
대롱대롱
그네 뛰는 잠의 요정
떨어뜨리려
깜박깜박,
눈을 비벼도
여전히
코스모스
여보세요
가느다란 소리로
그렇게 외치며
하늘 향한 얼굴.
때마침 이는 바람에
옷자락 날리우며
작은 두 손 모아서
희망을 불태운다.
가을 풍경화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
곡식을 거둔 후의 텅 빈 들판
앙상한 나뭇가지
발을 옮길 때마다
지르는 나뭇잎들의 비명
쓸쓸히 웃음짓는
코스모스가 있다.
퇴색한
단풍잎 빛깔,
내 마음 속
풍경화에는.
死 海
언제나
맑은 물이
즐거운 소리를 내며
흘러가던
내 마음 속엔
지금
어디를 둘러보아도
맑은 물은 찾아 볼 수 없다.
짜디 짠 소금기의
호수만 있을 뿐.
물이 흘러가지 않으면
고여 썩듯이
내 마음 속 샘물도
그러했나 보다.
기쁨, 슬픔, 감동 들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침체해 버리는
사해(死海)가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