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침법으로 푼 경락의 신비
김홍경 지음 / 책만드는식물추장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은 일찍부터 사두었다가 읽지 못하고 한의대 졸업하는 해에 거듭 읽었던 책입니다. 저는 경제학과 종교학을 공부하던 사람으로 10년전 친한 선배가 한의대로 가면서 '통속한의학 원론'과 금오선생의 '동의로의 초대'를 건네주어서 우연찮게 읽게되고 감명을 받고 어찌어찌 한의학도가 된지라, 마지막 해 마지막 달에 읽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알다시피 이 책은 새천년 금오시리즈로 '내몸은 내가 고친다'와 짝을 이루는 글입니다. '내몸은 내가 고친다'가 음양오행을 통한 생리론 병리론 질병관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책은 (1) 경락이란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우리의 삶과 접목시켜볼수 있나라는 경락 침구학 분야와 (2) 종교심이 강한 금오 김홍경 선생이 잊혀진 침법인 사암침법을 나름대로 소화하고 재해석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을 그려놓았습니다.

(1) 경락 침구분야는 오운육기의 재해석 부분이 볼만하고 평소 말씀하시던 손가락/발가락에 흐르는 경락의 특성이나 주역팔괘의 재해석 역시 볼만합니다. 오히려 단순 암기식으로 변해버린 제가 마치 초등학생처럼 호기심에 가득찬 금오선생님의 질문을 보니 마치 예과생으로 되돌아간 듯 신선했습니다. 

(2)선생의 인생역정을 책에 따라 재구성해 보면 이렇습니다. 아마도 48년생이실 거 같은데요. 67-73년봄까지 경희대다니시고 스물다섯인 73년에 한의원개업을 하시고 74년 여름에 디스크 환자때문에 사암침법에 입문하게 되십니다. 스물 일곱인 75년 송광사로 출가했다가 76년 파계하게 되시고 이혼등 정신적으로 피폐한 생활을 보내시다가 34세인 82년 한의사를 그만 둡니다.그 당시 동국대나 경산대쪽에서 요즘으로 보면 정신과 강사를 하신거 같은데요. 35세인 83년 이것도 때려치웁니다. 83년도는 선생님이 그 유명한 경허스님의 제자 만공스님의 법어집 '보려는 자기는 누구냐'를 읽고 혜암스님의 제자가 된 해이기도 합니다. 혜암의 참선지도로 삼초경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발견하고 사암침법의 체계를 완성하고 36세인 84년 사암침법 강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음해엔 정신적인 부모인 혜암이 입적합니다. (그 유명한 사암침법 강의는 봉사활동과 더불어 고행을 병행함으로써 지식을 가르켜 준다기 보다는 자신의 모습을 느껴보는데 주안점이 주어져 있습니다. 활발한 활동을 하시다가 2004년으로 일단 막을 내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다가 결국 조그만 일상을 소홀히 하지 않고 절실한 질문을 가슴에 품고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무언가 성취하는게 있을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암침법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이라 하더라도요. 한의학도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끝으로 금오선생님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한의사가 아니라 구도자,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보살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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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re To Say : Solo Guitar
Joe Pass 연주 / 록레코드 (Rock Records)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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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음반을 듣다보면 경이로운, 감동때문에 도대체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명반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음반이 그렇다. 좋아하는 재즈 기타리스트가 타계한 후 미발표곡 중 고르고 골랐다는 사실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지만 오로지 솔로연주로 꽉 채워져서 광막한 검은 커튼 위에 흰붓으로 점점이 물감을 떨구고 또는 선으로 일필휘지하는 대서예가의 감동을 느껴볼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하시라..  아, Django를 가장 닮았다는 노대가의 손끝에서 흘러내리는 명곡 Django! 투명한 기타 톤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 한켠에 눈물이 고인다. 이제..이제 조 패스는 더 이상 우리에게 그의 음악을 연주해 줄 수가 없다. 그러나 우주 저 너머에도 그의 기타 소리는 우리의 사랑과 존경을 타고 흐를것이다. 죠 패스, 그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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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t Baker - Almost Blue [2CD] - Best of Chet Baker
쳇 베이커 (Chet Baker) 연주 / 강앤뮤직 (Kang & Music)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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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My funny valentine,
sweet comic valentine
You make me smile with my heart
Your looks are laughable, unphotographable
But you're my favourite work of art
Is your figure less than Greek?
Is your mouth a little weak?
When you open it to speak
Are you smart?
Don't change a hair for me
Not if you care for me
Stay little valentine, stay
Each day is Valentine's day

10년넘게 애청하는 곡인데도 정확한 내용을 몰라 서글프긴 하지만 아는 만큼만 적습니다.

이 노래는 Chet Baker(1929-1988)의 연주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래전부터 있던 유명한 곡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곡을 들으면 곧 쳇 베이커가 떠오르는 것은, 쳇 베이커의 연주가 뛰어난 점도 있지만 쳇 베이커가 이 노래와 동일한 삶의 궤적을 보여주다 죽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즉 이 곡에는 다음같은 쳇 베이커의 인생을 떠올리게 하는 비유와 상징이 풍부합니다.

 원래 쳇 베이커는 감미로운 음성의 가수이자 멋진 얼굴의 꽃미남 트럼펫 연주자였습니다. 그러다가 방탕한 생활에 빠지고 음악인으로서도 나락의 길을 걷다가 급기야 68년도에는 갱들에게 무자비한 구타를 당한후 이와 턱뼈가 부서지고 얼굴이 흉칙하게 변해버리게 되지요.-생각해보세요,트럼펫주자의 턱과 이가 부서진 것은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부러뜨려진 거나 같으니까!- 절망에서 걸어나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특유의 애수어린 트럼펫주자가 된 쳇 베이커가 언제나 즐겨 연주하던 곡이 이 곡이었고 달리 보면 그의 인생과 애수가 이 곡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생각 됩니다.(쳇 베이커의 초기의 앨범과 그의 마지막 콘서트 앨범의 두 얼굴을 비교해보면 이 이야기가 좀더 실감이 날 겁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그의 마지막 콘서트 앨범 2장과 짐홀과 협연한 concerto, 필립 케서린과 협연한 strolling앨범입니다. 이렇게 고른 것은 저는 기타음악을 주로 듣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목을 우리식으로 해석하면 <내가 만든 못난이 발렌타인 인형>정도 일거 같은데 제 추측이 맞다고 가정하고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굳이 이 해석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못난이 인형은 못난이 아들도 연인도 될 수있고 볼품없는 자신의 외모나 인생- 심지어는 낙태를 생각하는 축복받지 못하는 배속의 자식조차-될 수 있는 좋은 상징이기 때문에 감상의 폭을 넓고 깊게 확장시키면서도 또다른 해석을 열어두기 때문입니다.즉, 못난이 인형은 아주 조그만 자신의 창작물에 만족하는 일상의 느낌에서부터 주위의 공감은 받지못하지만 자신의 길이 되어버린 외로운 운명에 대한 사랑까지 담을 수 있는 좋은 상징이기에 우리를 하나의 해석으로 질식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합니다. (저도 확신은 없고 하나의 해석 가능성일 뿐이니 제대로 아시는 분은 꼭 알려주시길 기대합니다.)


너는 못난이 발렌타인 인형,

깜찍한 모양의 발렌타인 인형, 넌 나를 진정 미소짓게 하는구나.

네 표정은 우스꽝스럽고 (조잡해서) 사진을 찍어 자랑할만하지는 않지만,

널 내가 만들었다니 스스로가 대견스러워.

네 모습은 미끈한 그리스 조각상만 못하고 네 입도 약간 얇은 것 같지 않니?

네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연다고 똑똑해 보일거 같지도 않아.

하지만 날 위해 머리카락 한올만큼도 변하지 말아다오.

만약 네가 날 좋아한다면 볼품없는 이대로 변하지 말아다오.

이대로 머물러 다오. 나의 꼬마 발렌타인 인형아! 

 매일 매일 난 못난이 발렌타인 인형을 보며 미소짓곤 하네.
 
 
저는 이렇게 해석해보고 쳇 베이커의 발렌타인 인형은 이미 흉칙하게 변해버린 얼굴과 언제부턴가 엉망이 되어버린 초라한 자신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니었나 생각해보곤 합니다. 일그러진 얼굴과 슬픈 인생을 끌어안을수 있었기에 쳇베이커는 그 소리를 빚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이 곡은 진정한 위안과 자신에 대한 연민, 트럼펫에 대한 연가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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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이미지
조셉 캠벨 지음, 홍윤희 옮김 / 살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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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도로 있는 동안 영어가 안되어서 원서를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는데 이제 이렇게 보기쉽게 나와주니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연초엔 멀치아 엘리아데를 만나보았는데 이제 조지프 캠벨의 마지막 걸작이라니! 정진홍 선생님 밑에서 '신화의 힘'을 읽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시간은 흘러 그 여유로운 강의실도 차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생활인이 되어 간혹 나오는 책을 위안으로 삼지만 제 생활의 체험이 성숙하게 되면 다시 종교학도가 되어 그 강의실에 앉고 싶습니다.

전 사실 이책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다만 융이 마지막 남겨준 자비로운 책 '인간과 상징'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뿐입니다. 저는 이 책옆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도 신화의 힘도 다시 놓을 것이고 융의 인간과 상징 엘리아데의 성과 속, 인간과 우주도 다시 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화 속으로 침잠하고 영원 속으로 비상하고 싶습니다. 종교학도 선배님께 감사드리고 종교학도 후배님을 부러워 하며 번역자의 첫 이야기를 마음속에 되뇌어 봅니다.

"신화는 당신이 걸려 넘어지는 곳에 당신의 보물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것은 조지프 캠벨이 어느 대담에서 '천일야화'의 한대목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이런 대목이다.
'어떤 사람이 밭을 갈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쟁기가 무언가에 걸렸다.
그는 무엇이 걸렸는지 보기 위해 더 깊게 파고들어가다가 고리를 하나 발견했다.
 그 고리를 들어올린 순간, 그는 보물이 가득한 동굴을 발견했다.
 
캠벨은 신화가 바로 이 보물이 가득한 동굴로 들어가는 통로라고 본다.
그리고 그 동굴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보물을 발견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내면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캠벨의 책은 바로 이 보물이 가득한 동굴로의 초대이다.

(옮긴이의 글 첫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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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영원으로 - [할인행사]
프레드 진네만 감독, 버트 랭카스터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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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작품으로 1941년 진주만공습 전후의 하와이가 배경인 영화입니다.역사상 가장 아카데미상을 많이 탄 작품 중 하납니다. 권투를 좋아했으나 실수로 친구의 눈을 멀게 한 일병은 전출한 부대의 진급에 눈먼 중대장의 회유와 협박을 받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고집불통 일병과 그를 지켜보는 인사계 상사. 그리고 그들에게 불어오는 미녀들과의 사랑의 바람! 특히 해변에서 벌어지는 시네마 천국에서 나오는 멋진 키스신!야! 이 영화에서 나오는구나!

이렇게 얘기하면 상투적인 군대 영화같은데 아니에요. 퍽 복잡하면서도 진주만 공습을 배경으로 퍽 다채로운 다툼과 일상, 사랑 등등의 일들이 교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개인의 신념과 조직과의 갈등, 그리고 알수 없는 운명의 힘-이런 것들이 뭔가를 자꾸 생각하게 하는 걸작 영화입니다.  제가 더 말을 아끼는 것은 굳이 영화의 감동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벤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급의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카데미상을 8개나 탔으니까요.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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