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 합본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서평 대신 존경하는 고은 선생님의 추천사를 적어봅니다.

어떤 진실은 그것이 고백을 닮을 때 더욱 절실하게 됩니다.+

기억에 남겨둘 만한 것이었습니다.

"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엽서를 끝내고 옆에다 태산 일출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에 그림 속의 해를 지웠습니다. 물론 일출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산에 아침 해를 그려넣는 일은 당신에게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신영복 교수가 보낸 엽서의 마지막 장은 단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이 아름다운 편력의 기록을 읽었습니다. 모진 시련은 인간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드물게는 그것은 인간을 승화시키기도 합니다. 신 교수는 지난 날 긴 시간의 시련을 통해서 그 자신을 어떤 증오나 착각에 파묻히게 하는 교조적 황폐화 대신 그 자신을 간단없이 단련하였습니다.

그 정신의 절도는 가히 수행의 그것이었고 고금을 오고간 지식의 오련 섭렵은 순결한 기도와 방불하였습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유려한 글은 상당한 풍류가 깃들여 있는 그의 그림과는 또 다른 화음을 울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글은 그간 우리가 자칫 잊을 뻔한 모성의 미학을 갖춘 경어체를 살려내면서 세상의 여러 도그마들과도 쉽사리 대립하지 않는 유연한 화해를 만들어 냅니다.

그가 아무리 지친 걸음으로 다니는 동안이라도 정신의 행적을 항상 초원 위에 남기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가장 인간적인 대화 형식인 2인칭 서간문예에 대한 새로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야 할 시간의 기품이 됩니다.

지난날 인도 중앙정부에 보관된 공문서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한결같이 정중한 편지로 되어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나는 옛날의 붓글씨나 깃털 펜으로 쓴 육필의 정신이 신교수의 '국내엽서'와 '해외엽서'의 한 자 한 자 새겨넣은 듯한 글들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어떤 진실은 그것이 고백을 닮을 때 더욱 절실하게 됩니다. 신영복 교수의 지적 염원이 유감없이 반영된 이 책의 산문은 그런 고백과 동행하는 신비를 슬쩍슬쩍 내보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의 춤추는 옛사람을 연상케 하는 활달한 붓글씨도 좋아하지만 그의 그림이 보여주는 묘법을 더욱 좋아 합니다. 때로는 유영국과도 가깝고 때로는 잘 발효된 신남화의 격조도 곁들이는 동안 그것은 서양의 솔직한 색상이나 동양의 여백이나 갈필의 지조를 고루 넘나들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찾아간 새로운 세게에의 예감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제까지 살아온 시대와 지역에서의 성장소설적 문화를 지향할 때 만날 수 있는 인간 자신의 새 각성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구ㅡ것은 문명의 시원인 나일강 기슭이나 르네상스시대의 라틴 세계와 아직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어떤 곳의 자연과 역사의 유산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축복입니다.

이제 신교수의 글이 [더불어 숲]이라는 이름을 달고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디어 기쁩니다.오늘을 힘겨워하는 많은 사람에세 희망의 숲이 되고 축복의 숲이 되리라 믿습니다.

1998년 6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mooth Jazz - 이정식의 0시의 재즈
Various Artists 연주 / 록레코드 (Rock Records)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이 앨범은 낮과 밤이라는 주제하에 듣기 편한 아름다운 스무드 재즈를 각각 12곡씩 선곡하였습니다. 재즈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는 마일즈 데이비스만 좋아하고 요즘 음악이 가볍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쉽다고 음악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음반입니다.

사실 정통 재즈 역시 그 이전의 단단한 형식을 깨뜨리고 시대와 함께 발전해온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런 변화 중의 하나가 편하게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걸로 변했다고 해서 무시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자주 듣던 연주자가 아니어서 그렇지 알고보면 굉장히 실력있는 주자들입니다. 기타리스트 척 로엡이나 베이스주자 브라이언 브롬버그는 이미 잘 알려진 젊은 대가들이고 판타지 밴드나 디멘션의 곡 역시 수준높은 연주를 보여줍니다. 저는 특히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척 로엡의 연주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음악평론가 최규용시는 이 앨범에 대해 이런 코멘트를 남겨놓았습니다.

"두장의 음반을 들어보면 감상자들은 보사노바부터 시작해서 펑크, 소울, 힙합, 디스코 등 현재 대중음악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다양하고 친숙한 리듬들의 향연에 놀라게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듣고 있던 음악이 스무드 재즈였음을 뒤늦게 확인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경
신나라뮤직 / 1994년 1월
평점 :
품절


mong님의 감동적인 리뷰에도 나오듯이  반가운 이름들이 많이 나오는 음반이지요. 김광민, 이병우, 장필순....그리고  '엄마와 성당에'를 듣다가는 몇 번씩 리플레이하게 되는 것이 저만은 아니란게 반갑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할머니와 성당은 아니지만 교회에 다녔었습니다. '엄마와 성당에'를 듣다보면, 그때 다니던 시천교회로 가는 언덕길을 아직은 젊던 할머니와 걷던 기억이 뭉개 뭉개 피어오릅니다. 아! 투명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 그리고 '파란 대문'이란 음악을 듣고 있으면 학교갈때마다 친구집 대문에서 "철수야 학교가자"하고 부르던 친구들이 떠오르구요. 음악을 듣다보면 어떻게 제 마음 속 깊이 간직된 그런 기억들을 이렇게 불러낼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런게 정말 좋은 음악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앨범입니다.

20년전에도 조동익 선생님이 괜찮은 베이스 주자라는 걸 알고 있었고, 이병우 선생님과 함께한 [어떤날]에서 충분히 낯이 익었었기 때문에 이 앨범이 나오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샀었습니다. 밤늦게 돌아온 제가 전축에 CD를 넣고 불을 끄고 잠을 청하려는 순간,  호수에 물결이 번지듯이 퍼져가는 음악의 아름다움이란! '엄마와 성당에'에 이르러서는 도대체 누워있을 수가 없었죠. 너무나 좋아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정말 평화로운 음악입니다. 그런데 그 평화로움이 저를 격동시키는 놀라운 음반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寓畵箱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일 처음에 꽃 봉오리와 '대부분 인간들은 사랑의 실체를 모르고 있다'는 말이 적혀있습니다.그리고는  작고 미천한 물고기가 인생을 비관하니까 겉이 아름다운 것보다 내면이 아름다운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깨달음을 향한 우화상자가 펼쳐집니다. 이때 '우화'의 '화'는 특이하게도 그림화입니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그림에 집중해주기를 귀뜸해주죠.

정말 '이게 소설가가 그린 그림 맞아' 싶을 정도로 아주 간략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핵심을 잘잡아낸좋은 그림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컷 한 컷이 신기한 느낌을 주죠. 좋은 그림책입니다.우화상자의 첫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림은 못그리니까 말만 인용합니다.

"저는 물벌레보다 느린 동작으로 우화상자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달팽이입니다. 빨리 달리는 동물들을 결코 부러워 하지 않습니다. 빨리 달리는 동물들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줄 모르는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리움이라는 불치병을 앓으면서 행려병자처럼 세상을 떠도는 미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나팔꽃이 멸종되지 않았으므로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외수 선생님은 정말 우리에게 깨달음을 들려줄 만한 사람이긴 한가?'하는 뜬금없는 생각이요. 깨달음을 빙자한 버블껌이 아닌가? '그냥 재미있기만 하면 됐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문제는 한컷 한컷의 유쾌한 유모어와 명확한 그림과는 달리 핵심이 쉽게 파악이 안된다는 겁니다. 우화 상자안에는 열심히 탐독한 자들이 조그만 소원 정도는 성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데 말이죠.이렇게 머리를 박박 긁다보면, 책에는 문득 '가슴으로 다가가지 않고 머리로 다가가면 희미하게 보인다'는 말까지 출몰하니 귀신이 곡할 일이죠. 사실 책을 읽음으로써 소원을 하나 이루긴 했습니다. 항상 눈에 띄는 이 책을 다 읽었으니까요.' [어린 왕자]를 읽는 게 나을까? 아니면 [외뿔]의 참된 의미를 알기 위해 이걸 다시 읽어보는게 나을까? ' 두번이나 읽었는데도 심사가 무척 복잡해지는 시간입니다. 에이 참!

끝으로 팬서비스를 위해 물벌레의 자기소개를 적어봅니다.

나는 우화상자 속에 들어 있는 물벌레다. 의암호에 서식하는 모든 잡식성 물고기들이 내게는 천적이다. 특히 베스는 공포의 대상이다. 의암호 전역이 베스의 폭력에 시달리고 이따. 토종물고기들은 거의가 멸종 위기에 처해 이따.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인간들 중에서 저명한 학자라도 나타나 베스가 정력에 조타는 학설만 발표해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이따. 인간들로부터 정력에 조타는 사실만 인정되면 어떤 생명체든지 멸종을 각오해야 한다.

오호 도대체 이게 무슨 책이란 말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les Davis - Kind Of Blue - Mid Price 재발매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앨범은 누가 참여했느냐만 밝혀도 평가가 거의 다 됩니다. 트럼펫에 마일즈 데이비스.(말할게 없죠?) 알토 색소폰 캐논볼 애덜리(이 사람도 말할게 없네요.) 테너 색소폰 존 콜트레인(더더군다나 말할게 없군요) 피아노에 빌 에반스(이 사람 모르면 간첩이죠) 윈튼 켈리(다른 사람에 비해 비중은 적지만 매우 뛰어난 명료한 소리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랍니다.) 베이스에 폴 체임버(이 사람도 무척 유명하죠.) 드럼에 지미 콥(이사람은 모르는 사람이구요.)이런 세션들을 찾아보면 퍽 나른하고 편안한 선곡을 위주로 서로 번갈아가며 연주했으리라고 추측을 할 수가 있습니다.

사실 이 앨범이 재즈 역사상 최고의 앨범으로 추앙받는 것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특별한 연출때문입니다. 그는 최고의 연주자를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녹음당일날 연주자가 다 모이자 그때서야 무슨 곡을 연주할 것인지 알려주고는 바로 연주에 들어갔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으나 완전히 즉흥연주로 일관했다는 거죠.누구나 재즈의 정수가 즉흥 연주라고 하지만 이렇게 무모할 수 있나 싶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최상의 앨범이 나왔으니 마일즈 데이비스는 결국 옳았던 겁니다. 브라보! 이 앨범의 모든 연주자들에게 마음껏 갈채를 보내게 하는 멋진 앨범입니다.

저는 재즈 앨범중 딱하나만 고르라면 짐홀의 [concierto]를 고릅니다. 또하나 더 고르라면 이병우의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을 고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 더 고르라면 그때는 이 앨범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천상의 하모니를 들려줍니다. 포기못하죠.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