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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寓畵箱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일 처음에 꽃 봉오리와 '대부분 인간들은 사랑의 실체를 모르고 있다'는 말이 적혀있습니다.그리고는 작고 미천한 물고기가 인생을 비관하니까 겉이 아름다운 것보다 내면이 아름다운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깨달음을 향한 우화상자가 펼쳐집니다. 이때 '우화'의 '화'는 특이하게도 그림화입니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그림에 집중해주기를 귀뜸해주죠.
정말 '이게 소설가가 그린 그림 맞아' 싶을 정도로 아주 간략한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핵심을 잘잡아낸좋은 그림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컷 한 컷이 신기한 느낌을 주죠. 좋은 그림책입니다.우화상자의 첫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그림은 못그리니까 말만 인용합니다.
"저는 물벌레보다 느린 동작으로 우화상자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달팽이입니다. 빨리 달리는 동물들을 결코 부러워 하지 않습니다. 빨리 달리는 동물들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줄 모르는 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리움이라는 불치병을 앓으면서 행려병자처럼 세상을 떠도는 미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나팔꽃이 멸종되지 않았으므로 아직 세상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외수 선생님은 정말 우리에게 깨달음을 들려줄 만한 사람이긴 한가?'하는 뜬금없는 생각이요. 깨달음을 빙자한 버블껌이 아닌가? '그냥 재미있기만 하면 됐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문제는 한컷 한컷의 유쾌한 유모어와 명확한 그림과는 달리 핵심이 쉽게 파악이 안된다는 겁니다. 우화 상자안에는 열심히 탐독한 자들이 조그만 소원 정도는 성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데 말이죠.이렇게 머리를 박박 긁다보면, 책에는 문득 '가슴으로 다가가지 않고 머리로 다가가면 희미하게 보인다'는 말까지 출몰하니 귀신이 곡할 일이죠. 사실 책을 읽음으로써 소원을 하나 이루긴 했습니다. 항상 눈에 띄는 이 책을 다 읽었으니까요.' [어린 왕자]를 읽는 게 나을까? 아니면 [외뿔]의 참된 의미를 알기 위해 이걸 다시 읽어보는게 나을까? ' 두번이나 읽었는데도 심사가 무척 복잡해지는 시간입니다. 에이 참!
끝으로 팬서비스를 위해 물벌레의 자기소개를 적어봅니다.
나는 우화상자 속에 들어 있는 물벌레다. 의암호에 서식하는 모든 잡식성 물고기들이 내게는 천적이다. 특히 베스는 공포의 대상이다. 의암호 전역이 베스의 폭력에 시달리고 이따. 토종물고기들은 거의가 멸종 위기에 처해 이따.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인간들 중에서 저명한 학자라도 나타나 베스가 정력에 조타는 학설만 발표해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이따. 인간들로부터 정력에 조타는 사실만 인정되면 어떤 생명체든지 멸종을 각오해야 한다.
오호 도대체 이게 무슨 책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