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끝나지 않는 울림
정진홍 지음 / 강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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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지 1년이 되지만 통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글을 쓸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선생님의 말투는 특이하다. 어찌보면 오만한 말투고 어찌보면 겸손한 말투이시다.  모든 권위를 해체하는 지적인 오만함과 다양한 삶의 현실에 대한 한없는 겸손! 선생님의 강의실에 앉아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도 이 책에 나오는 문어체 그대로 말씀하시니 책을 보면 곧바로 선생님이 나타나신다.  선생님 책은 어떤 때는 간곡하고 섬세한 목소리로 나의 고독을 어루만져 주신다. 그러나 어떤 때는 같은 글인데도 먼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언뜻 보기엔 편한 글인데 다시 보면 결코 쉽지가 않은 글이다. 그렇다. 선생님 글은 무척 사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하시기 때문에 내 삶의 고민을 투영하면 곁에 있는 듯 다독거려주시지만, 내가 단지 관념의 유희를 펼치고자 한다면 문은 닫혀 버리고 만다. 또 선생님은 끊임없이 한겹 한겹 연신 새롭게 질문하시기 때문에 어느덧 내 고민의 한계에 다다라 높은 벽을 발견한다. 따라서 나는 한편으로는 감정의 일렁임때문에 한편으로는 선생님 글을 압축할 능력의 부족때문에 리뷰를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리뷰가 계속 공란으로 남겨져 있어 제자된 도리로 몇 줄 남기려 한다. 리뷰라기 보다는 선생님과의 추억이라 할 글이지만!

정진홍 선생님의 강의를 듣던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으니, 내가 선생님의 강의를 듣게 된것은 10년전이었다.  졸업이 임박해서 "우리 학교에서 가장 강의 잘하신다는 분이 누구냐?"라고 물었을때 친구들과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선생님을 지목했었다. 누구나 졸업쯤에는 자신의 마음속의 질문에 진지해지는 시간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진지함이 날 선생님 앞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아! 다시 501호의 오래된 책상에 앉아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종교현상학과 신화학 수업은 언제나 새로운 세상으로 또는 더 깊은 존재의 아득함으로 우릴 이끌었었다. 첫 수업에서 항상 강조하시던 "만남과 스침의 존재론"은 언제나 가슴에서 메아리친다. 내 어찌 죽는날까지 그 수업을 잊을 수 있으랴! 사실 굳이 대학원을 포기한 것도 선생님이 그해 정년퇴직을 하신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을 아버지처럼 느끼며 살았던 시간이었다.

종교학과는 전혀 다른 직업인으로 살고있는 지금, 삶의 공허함 속에서 다시 선생님을 책으로 만난다. 사실, 고전에 대한 책을 선생님이 쓰셨다는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선생님은 어떤 책에 특별한 위치를 부여하는 걸 좋아하실 분이 아닌 줄 알기때문이다. 제목은 '고전'이라는 것보다는 '끝나지 않는 울림'이라는 과정에 중점이 주어져 있을 터이다. 즉, 우리 머리 속에 있던 고전이라는 개념의 해체에 해당하는 책이리라. 그 해체를 통해 우리를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끄시리라. 

선생님이 선택한 고전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삼국유사] [모비 딕] [햄릿] [마담 보바리] [돈 끼호테] [아 Q정전]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선생님은 이 책들을 자신의 삶의 고비마다 거듭 읽게 된다.그리고 그렇게 읽어갔던 그 읽기의 경험들은 그 당시의 삶과 고민을 당연히 담고 있다. 제자의 입장으로 보면, 읽기의 과정 중에 간간히 비치는 선생님의 젊은 시절의 고민과 궁색함의 모습이 무척 절절하게 들린다. 그렇다면 이걸 쓰고 계시는 선생님 역시 때로는 가슴이 멍해져서 때로는 억울해서 손을 잠시 멈추셨을 것이다. 선생님은 고전 읽기는 결국 삶의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때마다 새롭게 읽혀지는 무언가라고 생각하신다. 그러고 나니 생각이 난다. 선생님은 인생이란 삶이란 까도 까도 또다른 껍질이 나타나는 양파와 같은 거라 하셨었다. 삶의 중층성을 담고있는 상징적 속성을 지닌 원형은 우리를 묘하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고 우리는 신들린 듯 책에 탐닉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원형이란 우리가 겪는 고비의 높이만큼 절실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어떤 것도 사소한 것은 없다. 오해와 부질없는 시간마저도 우리의 삶이기에!

그러나 선생님에게 고전이란 이미 권위를 지니고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다. 선생님의 거듭 읽기는 게으르다 생각될 정도이다. 보통은 수십년에 걸쳐있어,  전에 읽었던 것은 저물녘 땅위에 깔린 그림자처럼 희미한 상태인지라 거듭 읽기는 첫 만남이나 다름없는 읽기가 된다.따라서 이 정보의 획득이나 정해진 교훈 찾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으른 독서는 독서의 대상, 즉 고전에 하등 권위를 주지않는다. 선생님에 있어 고전이란 거듭 읽게하는 힘이지만 그 힘을 권위로 인정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럼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고전이란 무언가?

"'되읽음'을 충동하는 긴 여운, 끝내 그 여운을 지울 수 없는 아련한 유혹을 내 안에서 일도록 하는 어떤 '처음 읽음'의 경험, 그리고 그것에 대한 회상, 그렇게 해서 어쩔 수 없이 '되읽음' 속으로 들어가 침잠하는 일, 이러한 일련의 구조가 이른바 '고전'을 마침내 일컫게 하고, '고전읽기'의 문화를 일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되읽음이나 되읽힘의 원초적인 충동과 종국적인 책임이 작가와 작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자의 정황과 맥락은 오히려 더 원초적이고 종국적일 수 있습니다. '읽음'이 없으면 '읽을 거리'의 존재 의미도 없어지니까요....독자는 읽기 문화 또는 고전 읽기의 문화를 만드는 저간의 현실 속에서 충분히 '무책임'할 수 있습니다. 읽어도 그만, 읽지 않아도 그만, 스스로 안달할 아무런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이 무책임이야말로 독자의 특권이고 작가의 횡포를 억제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기억나는 대로 옛날 젊었을 때 제가 읽었던 작품들을 뽑아 되읽고 싶은 것들을 그렇게 거듭거듭 읽었습니다."  

사실 이런 글들을 보면 느껴지듯이, 선생님의 문체는 특이하다. 매우 길고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서술하고 부연한다. 그래서 왜 평이하게 쓰시지 않느냐고 누군가 물었던 거 같다.우리도 대학국어를 배웠고 길고긴 접속문장보다는 뚝뚝 끊어쓰는 것이 글을 명료하게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명료함이나 전달성은 진정어림의 다음이라고 하셨다. "여러분. 우리가 글을 쓸 때 최초의 독자는 자신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독자도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절절한 무언가를 어떻게든 자기 말로 담아서 그걸 끝까지 다 표현해 보십시오. 마치 세상을 달관한 도사처럼 꾸미지 마십시오. 무언가 아는 체 하지 마십시오. 자연스럽고 짧고 쉽고...이런 거보다는 자기를 그대로 담는게 중요합니다.어떤 글은 오직 자신만 읽고 끝날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습니다. 자신에게 정직한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선생님의 믿음 그대로 글을 쓰신다. 잘 와 닿지 않을 때도 "이건 선생님의 진정이 담긴 글이야. 결코 허투로 쓰시진 않지."하고 마음으로 되뇌인다.

이 책을 읽으며 끝내 도달하는 것은 역시 '회상의 존재론'이다. 사람은 과거의 추억으로 돌아가 그 잃어버린 시간을 음미하고 싶어하나 똑같은 강물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은 현재를 살기위한 순간이다. 과거는 또다른 현재와 오래된 미래로만 존재하는 셈이다. 선생님은 그렇게 힘들여 가르쳐 주셨는데 아직도 선생님의 품안을 벗어나지 못한 나 자신을 부끄러워 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되읽음을 끝내고 이제 그 경험에서 얻은 것을 '회상의 존재론'이라고 이름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10년, 20년, 어느 것은 40년의 간격을 두고 되읽은 것이었는데, 그것은 실은 '되읽음'이 아니었습니다. 참으로 역설적인 말입니다만 그것은 '되읽은 처음 읽음'이었습니다. 작품도 저도 모두 '이전의 작품, 이전의 나'가 아니었습니다. 회상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 과거를 지금 이 자리에 현존하게 하면서 그것을 새로운 처음이게 한다는 회상에 대한 존재론적 서술이 그대로 낯설지 않은 내 삶의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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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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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한문 선생님의 회초리 밑에서 한시를 외운 기억 외에는 한시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도 이 책의 표지에 가득 그려진 단풍잎과 귀여운 소녀만 아니었던들 이 좋은 책을 평생 읽어보지 못했으리라. 한시란 강제로 멕여주던 토하고 싶은 무엇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한양대 국문과 교수인 정민 선생님이 따님 벼리에게 한시를 읽어주는 이야기이다. 우선 시원시원한 크기의 글도 편하고, 곳곳에 있는 그림과 시도 여유를 준다.또 맨뒤에는 그동안 설명한 한시의 원래모습도 적어놓고 한시를 지은분들도 간략하게 소개해 놓았다. 초등학생의 눈높이라지만 내용은 의외로 풍부하고 깊다. 나같은 문외한으로서는 우리나라의 한시를 편안하게 감상할 수가 있었던 고마운 책이다. 그 덕분에 난 한시라면 한번 읽어보고 무슨 뜻인가 궁금해하는 사람은 되었다.  

내가 책을 덮고도 자꾸 떠올랐던 시는 첫번째 시인 이달의 [무덤에 제사 지내는 노래]였다.

흰둥개가 앞서 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들밭 풀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두둑 길에서

저물녘에 손주의 부축받고 취해서 돌아온다.

한번 읽어서는 "뭔 이런 시가 있냐? 또 기분나쁘게 왠 무덤?" 이런 생각만 들뿐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찬찬히 이거저거 생각하시더니만 이렇게 질문을 던지신다. 역시 섬세한 감수성이 좋은 질문을 하게 하나 보다.

" 주의깊게 살펴보면 몇 가지 이상한 부분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무얼까? 우선 왜 아버지는 없고 할아버지와 손자만 성묘에 갔을까 하는 점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왜 산 위도 아니고, 밭두둑가에 있는 풀밭에 무덤이 많다고 했을까?  보통 풀밭에는 무덤에 쓰지 않는데 말이다. 또 할아버지는 왜 술에 취했을까? 저물녘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무덤 옆을 떠나지 못했던 걸까?"

그러고 보면, 선생님 얘기대로 '한 편의 시를 제대로 읽는 과정은 마치 숨은 그림찾기나 소풍날 하곤 했던 보물찾기와 같'은가 보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곰곰히 생각하고 찬찬히 따져본다면 이렇게 삭막한 일상 속에도 보물단지가 파묻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 이 책이다.

나에게 또다른 행복을 선물하신 정민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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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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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좋은 책이 절판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마도 현각스님의 사부 숭산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번잡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그런 뜻인듯 싶다.  

우선 이 책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 나는 이 책의 부제인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때문에 이 책을 보지 않았다.  하버드나 예일이 갖는 브랜드명 때문에 오히려 명문대생 선체험기같은 진부함이 연상되어 읽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싼값에 사서 싸게 읽으려다가 현각스님의 사연에 점차 압도되는 자신을 느꼈다. 그야말로 하버드는 껍질에 지나지 않았다. 참답게 살기위한 진지한 영혼의 끊임없는 길이 솔직하게 그려져 있었다. 현각 아니 폴 뮌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참된 인간의 길을 탐구한 사람들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옷깃을 여미고 한편으로는 나자신의 초라한 생각을 탓했던 것이 2년전이었다.

책자체도 깔끔한 글씨체와 여백, 그리고 군데군데 끼워진 사진까지 조화가 잘 이루어진 명작이었다.그러나  무엇보다 현각스님의 진지하고도 섬세한 글솜씨와 화엄경의 선재동자를 연상시키는 구비구비의 사연이 정말 감동스러운 책이었다. 여기서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싯달타 부처님이다. 그 분도 왕자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그리나 견딜수 없는 영혼의 갈급함으로 29세에 출가했다. 예일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이라함은 현존하는 인류문명 속의 왕자의 자리이다. 폴 뮌젠은 타오르는 열망과 끝없는 절망 속에서 출가했다. 두 분모두 서양 문명의 논리의 끝에서 새로운 열림을 찾았다는 면에서 동일하다. 그래서 나는 현각스님이 21세기의 또 한명의 붓다라고 생각한다.  

친한 친구가  화계사에 종종가서 현각스님의 법문을 들었던 모양이다. "형, 현각스님도 다 됐어. 이 책 표지에 나오는 날씬한 스님이 아니야. 설경구가 나오는 역도산 같이 돼셔가지구, 법문 중에도 콜라 페트 병을 입에 달고 계시드라구."난 폴 뮌젠과 콜라병이 매칭이 잘 안되었지만, 그런게 인생이고 그런게 구도의 길이라는 걸 조금은 안다. 꽃은 한번 피고 마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새롭게 다시 피는 것이다. 스님의 건승을 빈다.

최근에 존경하는 오강남 선생님의 [예수는 없다]를 읽다가 선생님이 쓴 [만행] 독후감이 맨끝에 달려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 책의 절판을 슬퍼하며, 오강남 선생님의 리뷰를 적어본다. (이하는 오강남 선생님의 글입니다.)

이 책은 미국 뉴저지 주의 중산충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화학박사 어머니와 사업가 아버지의 일곱 번째 아들로 태어난 젊은이 폴 뮌젠(1964년생)이 진리를 찾아 피눈물을 흘리며 걸어온 길을 자전적으로 엮은 구도기로, 출판이래 지금껏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폴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란 소리를 들어가며 장차 신부가 될 꿈을 키웠다.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성경을 읽고...미국에서 돈이 많이 들기로 이름난 사립고등학교를 거쳐 예일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비교 종교학 석사 학위를 끝냈다.

하버드와 예일은 미국 최고 사립대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미국 교육의 최고 이상이란 학부 과정은 학부중심교육을 실시하는 예일 대학교에서 마치고, 대학원 과정은 대학원에 역점을 두는 하버드에서 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은 바로 이런 과정을 끝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예수님의 말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것이었다. 오로지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한 문제의 답을 구하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정력을 바치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그 많은 교수의 강의와 인류의 정신사에 빛나는 철학자의 저술에 몰입했다. 그러나 진리에 대한 그의 목마름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버드 대학원에서 우연히 유명한 한국 선승 숭산스님의 강연을 듣고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오랜 동안의 번민과 고뇌 끝에 출가하기로 마음먹고 한국에 와서 '현각' 스님이 되었다. 그 길이 바로 예수님의 가르치심인 "진리를 알지니"를 바로 실행하는 길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외친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는 예수님의 가르침 때문에 출가한 것이다."( 2 권 58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별로 울 일이 없는 책인데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렸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듯하다. 첫째, 그 예민한 젊은이가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뇌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가슴아프게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출세가도, 성공의 문이 훤히 열렸는데도, 그 명석하고 아름다운 애인과 가정을 꾸며 '행복하게'살 수 있는데도, 오로지 진리의 길을 택한 그 숭고한 구도의 정열에 숙연한 마음,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었다.

스님으로 일단 출가를 하고 그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리는 그의 편지를 읽는 동안은 특히, 나도 그 나이 또래 자식을 둔 처지에서, 감정을 걷잡을 수 없었다.

"제가 가는 이 길이 두 분이 원하시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열심히 살아서 저의 본성과 진리를 찾으면 저는 모든 중생를 도울 수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던져서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입니까? 저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앞이 안 보여 벌써 몇 시간째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지 모릅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두분 가슴을 예리한 칼로 도려내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2권 61쪽)

나는 지금 이 글을 옮기느라 자판을 두드리며 몇 번이나 오타를 쳤는지 모른다. 안일한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둘째, 학문적으로 최고 경지에 오른 벽안의 젊은이가 아시아적 가치, 한국의 얼, 한국의 문화를 발견한 후 그렇게도 고마워하고 있는데, 우리 한국인 대부분은 그 보물을 코앞에 두고도 무시하며 대체 무엇을 찾아 멀리 헤매고 있다는 말인가 하는 안타까움에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우리는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미국화"를 위해 그리 광분해야 하는가?

현각스님의 글을 읽을수록 한국 사람 상당수, 특히 한국 기독교인 대부분이 불교라면 거짓 종교, 사탄의 종교, 각목 들고 싸움이나 하는 종교, 가까이 하면 재수에 옴이라도 붙을 종교로 여기고, 불교와 기독교는 영원히 적대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절에 불을 지르고 불상의 목도 자르고 해야 예수님으로부터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불리리라고 여기는 참담한 현실이 더욱 크게 내 눈앞에 부각되어 나를 한없이 슬프게 했다. 전통적으로 종교심이 깊고 왕성한 한국에서 종교라면 그저 성경절이나 암송하며 길거리에서 큰 소리 치거나 전도지나 돌리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그 많은 기독교인은 언제 이 현각 스님이 도달한 경지의 근방이라도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답답함과 좌절감이 가슴을 눌렀다.

한국인이면 누구라도 그렇듯이 나 역시 한국이 겪은 36년의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통치를 통탄해 한다. 그러나 지금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서양의 종교적 식민지 통치를 볼때 더욱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무슨 못된 짓을 해서 남의 종교를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짊어지고 우리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는 식민지적 발상에 얽매어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일제시대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이름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던 것과 뭐가 크게 다른가?

현각 스님은 제국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기독교, 쉬운 말로 '꼭막힌 기독교'에서 해방된 사람이다. 현재 '꼭막힌 기독교'는 유럽이나 미국 동부에서는 보기 드물고, 오로지 미국에서도 교육수준이나 경제상태가 지극히 저급한 남부 일부지역, 그리고 이 지역 출신의 꼭막힌 선교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한국,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일부 피선교지에서나 서식하는 기형적 현상이다.

현각스님은 스님의 길을 걷고 있는 자기가 결코 예수님을 떠나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선수행이라는 길을 통해 예수의 가르침에 더욱 충실할 수 있음을 고마워 하고 있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과 자비가 결국 하나"( 2권 177쪽)라는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현각 스님의 이야기에서 기독교와 불교가 어떻게 한 사람의 삶에 이처럼 조화롭게 녹아날 수 있는가 하는 하나의 실증을 보는 것 같아 감격을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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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 Metheny Group - Letter From Home - 재발매 Remastered
팻 매쓰니 그룹 (Pat Metheny Group) 연주 / 워너뮤직(WEA)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팻 메서니는 1980년대 이래 무려 25년을 재즈기타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사람이다.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그렇다고 쓰잘데 없는 겉멋에 치우치지도 않는다. 듣기 피곤하다고 생각되는 곡조차 계속 듣고 있으면 새로움과 더불어 열림을  경험하게 해주니 나는 그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기타의 붓다"!

내 머리속에서 팻 메서니에 필적하는 기타리스트는 거의 없는데 굳이 이야기 하면 알 디 메올라 정도이다. 특이하게도 두 사람은 아마 먼 조상이 스페인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라틴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어 알디 메올라가 Racing With the Devil같은 곡이나 Egyptian Danja같은 곡으로 또는 Meditearian Sundance로 귀신같은 핑거링 솜씨로 우리 입을 쫙 벌리게 만들다가 명반 [Tiramisu]로 온화한 모습을 보여주었을때 "야, 이제 이 사람은 갈데까지 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심미적인 세계로 접어들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나에겐 길이 없다. 내가 걷는 길, 그것이 바로 길이 될 것이다." 인간으로서 나는 너무도 부러웠다. 그러나 그렇게 훌륭한 알 디 메올라일지라도 팻 메서니를 생각하면 조금은 빛이 약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아무리 최강의 기타리스트라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 많은 음반 중 한정된 몇개에 더 강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변함없이 즐길수있는 편안한 음반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지금 이 앨범 [Letter From Home](89)은 명작 [Still Life](87)와 더불어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까지 가장 많은 팬을 이끌었던 명반 중의 명반이다.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분좋은 심장박동과도 같은 리듬감으로 연주한 편안하고도 아름다운 음반이다. 그동안 힘들게 구할 수 밖에 없다가 이렇게 재발매되니 기쁘기 한이 없다. 참고로 이번에 재발매되는 음반중에서 [The Road To You]는 두 앨범을 가지고 유럽 라이브를 한 실황앨범이다. 그런걸 보면 초기 팻 메서니 음악중에서 두 앨범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팻 메서니 음악은 (1) 80년대 초중반의 ECM시절 [Offramp](81)  [First Circle](84)   (2)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게펜시절 [Still Life](87) [Letter From Home] (89) (3) 워너시절 (4) 논서치 시절로 이어진다. 그 중에서 가장 팬들이 많이 늘어난 시절이 게펜시절이다. 그만큼 팻 메서니 그룹의 특성이 완성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 후로도 팻 메서니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팻 메서니를 기타의 붓다와 같이 추앙하게 되는 것이고, 반면 게펜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이번 재발매를 향유하시기 바란다. 당신들 앞에는 새로운 음악을 연 최고의 연주가 기다리고 있으니!

참고로 내가 가장 권하고 싶은 팻 메서니 앨범 5개를 적어보겠다.

1.Beyond Missoury Sky 베이스의 명인 찰리 헤이든과 팻 메서니의 기타만으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기타의 감미로운 향연!  기타와 베이스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가 이루어 진다는게 너무도 신기한 경이로운 앨범이다.  최근10년간 가장 많이 팔리는 최고의 앨범이다.  (One Quiet Night는 기타 솔로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기타 많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권하고 싶다.) 

2.Still Life또는 Letter From Home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별도의 앨범으로 팻 메서니 그룹 앨범 중 가장 애청자가 많은 앨범이다. 아름답고 편안한 음악이다. 개인적으로는 [Still Life]를 더 좋아한다.

3.Offramp 또는  The Way Up 팻 메서니 앨범 중 연주력이나 참신한 시도 등으로 평론가나 매니아 사이에서 필청의 음반으로 손꼽히는 음반이다. 초보자가 듣기는 좀 버겁다.

** 끝으로 한국의 팻 메서니 김민석이 이끄는 TrioLogue의 데뷔앨범 [Speak Low] 역시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또 한국인으로 세계적인 재즈기타리스트인 Jack Lee의 [Asian*ergy]는 팻 메서니에 필적한다. 과장이 아니니 애정을 가지고 들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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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 Metheny Group - Still Life (Talking) - 재발매 Remastered
팻 매쓰니 그룹 (Pat Metheny Group) 연주 / 워너뮤직(WEA)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팻 메서니는 1980년대 이래 무려 25년을 재즈기타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사람이다.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고 그렇다고 쓰잘데 없는 겉멋에 치우치지도 않는다. 듣기 피곤하다고 생각되는 곡조차 계속 듣고 있으면 새로움과 더불어 열림을  경험하게 해주니 나는 그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기타의 붓다"!

대표적인 브라질 뮤지션 토니뇨 호르타(최근의 잭리앨범에 자주 언급된다)와의 만남을 통해 브라질 음악과 교류하게 된 팻 메서니가 브라질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만든 앨범이 이 앨범 [Still Life]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minuano인데,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팻 메서니 그룹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팻 메서니 DVD를 사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팻 메서니 그룹은 오직 팻 메서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석굴암 벽에 있는 보살들과 같이 최강의 세션이 즐비하다. 그들이 팻 메서니와 함께 공연하는 모습을 DVD로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Secret Story DVD]를 가장 좋아하지만 [Imaginary Day DVD]같은 것은 간혹 오이뮤직 같은데서 3000원이나 4000원으로 구입가능하고 대체로 만원내외면 살수가 있다. 가격대 만족비로 본다면 이것도 ‚I찮다.

참고로 내가 가장 권하고 싶은 팻 메서니 앨범 5개를 적어보겠다.

1.Beyond Missoury Sky 베이스의 명인 찰리 헤이든과 팻 메서니의 기타만으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기타의 감미로운 향연!  기타와 베이스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가 이루어 진다는게 너무도 신기한 경이로운 앨범이다.  최근10년간 가장 많이 팔리는 최고의 앨범이다.  (One Quiet Night는 기타 솔로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기타 많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권하고 싶다.) 

2.Still Life또는 Letter From Home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별도의 앨범으로 팻 메서니 그룹 앨범 중 가장 애청자가 많은 앨범이다. 아름답고 편안한 음악이다.

3.Offramp 또는  The Way Up 팻 메서니 앨범 중 연주력이나 참신한 시도 등으로 평론가나 매니아 사이에서 필청의 음반으로 손꼽히는 음반이다. 초보자가 듣기는 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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