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구판절판


그 때는 나 역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독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고독한 사람들의 영혼에 섬세하게 접근할 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정확히 말해서 내 젊은 나이는 나 자신과 관련지어서만, 그리고 어떤 행복의 추구만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상상케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삼십년 후면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아주 멋진 것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만 것이다.

그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만일 삼십년 후에도 하느님이 그에게 생명을 주신다면 그 동안에도 나무를 아주 많이 심을 것이기 때문에 이 1만 그루는 바다 속의 물방울 같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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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놈 셋이서 - 개정판
천상병 외 / 답게 / 2003년 3월
품절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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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날 - 현대작가선 13
이철수 지음 / 학고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1. 옹졸해서 그런지 이렇게 큰 책에 여백이 숭숭한 내용이 부담스럽다. 삼인에서 나온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그릇의 기쁨]이 훨씬 와 닿는다. 아래 내용은 절판된 이 책을 회고하기 위한 인용문들이다. 판화 그림은 빠지고 글귀만 적는다는 것이 우습지만 적어본다.

2.

약자는 억압을 당하느라 강자는 군림하느라 병들어갑니다. 자기 비하와 멸시와 가난과 외로움으로 위축된 영혼의 이웃에, 사치와 사교와 군림과 허장성세로 썩어가는 영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느 것도 온전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서 비루먹은 영혼들 때문에 우리 존재의 그늘은 크고 어둡습니다. 그 그늘에서 작은 위안의 빛을 찾는 지친 영혼들에게 미술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부끄러워집니다.

제 그림도 꼭 같습니다. 그 안에서도 자신을 온전히 지키고 싶어하는 순결한 영혼이 있습니다. 그들과도 손을 맞잡고 희미하게 웃어줄 미술이 있어야 합니다.

흔들리는 존재들끼리도 함께 붙안으면 의지가 되는 법입니다. 거기 함께 있고 싶습니다.(9쪽)

 

3.

- 가난한 머루 송이에게 -

겨우 요것 달았어?

최선이었어요...

...그랬구나...

몰랐어.

미안해!

4.

-문을 열고-

오관의 문을 열고

조용히 기다리면

두루 길

두루 소식

 

5.

-등-

아이들 이름으로

등 두개를 밝혔다.

가난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게 되라고

 

6.

꽃 한송이-

꽃이 피어서

제 안에 있던 빛이

다 드러났구나.

밝고 아름답구나.

 

7.

-가을꽃-

눈부신 가을 꽃처럼

누구나 반짝이는 별빛이지

당신도

나도

누구라도

8.

- 별의 바다에서-

별의 바다에,

아득한 별들의 바다에 이르다.

그 바다를 다시 떠나는 날,

그날도 거기

당신과 나,

같이 있게 되기를

 

9.

-길에서-

성이 난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 속에서 기꺼이

바람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 두고 마음 풀었습니다.

10.

-이렇게 좋은 날-

해가 뜬다

집집마다 하나씩 해가 뜬다

좋은 날이다.

이렇게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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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리백 작품집: 나무를 심은 사람, 위대한 강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1. 10여년 전인 것 같다. TV를 보다가 잘 알지 못하는 애니메이션에 이끌리듯 녹화버튼을 눌렀었다. 이 일은  평생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농부의 삶과 고결한 환경사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깊은 감동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조화된 단연 최고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라 할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훌륭한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데 그에 덧붙여 장면의 전환도 무척 섬세하고 우아해서 황홀할 지경이다. 이 작품을 그린 화가는 이 작품을 그리다가 한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저절로 혼신의 노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정말 탁월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아름다움이야 러시아 애니메이션 [유리 노르텐슈타인 작품집]이 대신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이 작품의 신비로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원작인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작품의 힘은 주인공 부피에 노인의 단순한 삶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다. 

2. 주인공 부피에 노인은 말이 없다. 다만 나무를 도토리를 심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과묵한 부피에 노인의 삶은 기독교가 농민의 삶과 닿아 생태주의로 개화하는 광경을 보여준다. 기독교의 사랑은 단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교과서는 말하지만,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의 기독교는 그 틀을 벗어난다.

기독교는 형식과 위세를 버리고 한없이 낮아져서는 이름도 없어진다. 그렇지만 그것은 부피에 노인의 삶을 통해 빛으로 사랑으로 퍼져나아가서는 사람과 뭇 생명이 하나되는 세상을 열어준다. 그렇다! 엄청난 기적을 이루어가는 노인의 행적이란 매일 일정량의 도토리를 심는 것 뿐이었다. 절망 속에 뿌린 희망의 씨앗은 나무가 되고 나무는 숲이 되고 숲은 생명이 된다.

내게 기독교인이 되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이 작품을 보고 있을 때였다. 이 작품은 사람이 희망의 빛이 되는 과정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너무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3. 아! 이 작품이 이제 국내에 출시된다.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나와 만인이 소장하는 것인데 조금 비싸게 나왔다. 이 작품과 얼마전에 출시된 [스노우 맨]을 같이 구입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솔직히 나는 오래된 내 비디오로 때울 생각이다.^^ 참고로 캐나다인 프레드릭 벡의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가져와서 만든 책이 두레 그림책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지금 내가 참고로 보고있는 책은 두레에서 나온 [나무를 심은 사람]인데 미국 삽화가가 목판화형식으로 만든 또다른 삽화를 싣고 있다.책을 사신다면 프레드릭 벡의 그림이 실린 책을 권하고 싶다. )

4. 최근에 읽은 이윤기 선생님의 산문집 [내려올 때 보았네]에도 이 작품에 대한 일화가 적혀있다. 참고로 인용한다. (아래는 인용문)

5. 1996년 어느 날, 침대에 누운 채 TV를 보면서 빈둥거리다 프로그램이 심드렁해서 채널을 돌려보았다. 애니메이션이 걸려들었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그림이 퍽 인상적이었다. 부드러운 선으로 그려진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매우 밝고도 신선했다. 직업적인 만화가의 그림이 아닌, 한 장 한 장이 모두 화가의 그림 같았다.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조금씩 이해하는 순간, 앉음새를 고쳤다. 범상한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보고 나니 옷깃이 여며졌다. 아, 정말 대단한 애니메이션을 보았구나, 싶었다. 주인공은 신 같았고 이야기 내용은 신화 같았다.

이야기 내용 중에 프로방스라는 말이 자주 나와, 소싯적에 프로방스 지방에서 유학한 고려대학교 김화영 교수께 여쭈어보았다.

내용이 이러저러한 애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족보 있는 작품을 극화한 것 같은데요, 대체 누구의 무슨 작품입니까?

당신, 아직도 장 지오노의 그 유명한 [나무를 심은 사람]도 모른단 말이야? ....(235-236쪽)

6. 참고 :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을 그린 프레데릭 백(두레에서 나온 [나무를 심은 사람] 95쪽에서 인용)

탁월한 애니메이션 비디오 [나무를 심은 사람]

지오노의 이 작품은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일으키면서 시청되고 있다. 이 영화는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고 주인공 부피에의 거룩한 삶에 큰 감명을 받은 세계적인 화가 프레데릭 바크가 그림을 그려 만들어졌다. 그리고 캐나다 국영방송(CBC)이 제작을 맡아 나오게 되었다.

바크는 화가일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문명의 진행에 대해 회의하고 괴로워하는, 깊은 사상을 지닌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 너무 공감하여 5년 반 동안에 2만 장의 그림을 그려 이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87년 아누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제 2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또다시 대상을, 그리고 제 60회 아카데미상에서 단편상을 받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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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때 보았네
이윤기 지음 / 비채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1. 이 책이 내가 산 책 중에서 가장 표지가 예쁜 책이 아닐까? 이 그림을 그린 박방영이란 분이 궁금해 진다.

2. 이 책이 내가 만난 가장 멋진 제목이 아닐까? 고은 선생님의 짧은 시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저며와서 한동안 멍하다.

3. 이윤기 선생님의 첫 산문집인 [무지개와 프리즘]을 보면 [희랍인 조르바]에 있다는 다음 구절이 맨처음에 우릴 반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므로.

그에 비한다면 이 얼마나 한적하면서도 담백한 말인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10년 사이에 선생님도 나도 머리에 서리가 늘었다. 그래선지 이런 여백이 너무도 좋다. 물론 이 여백이란 '나'라는 주어가 사라진 탓일 것이다. 

4. 선생님도 고백하시거니와 내 어찌 높은 오도송을 짐작할 수 있으랴. 그렇지만 요즘 일이 안풀리면 83쪽에 인용해 놓은 남송시대의 시인 육우의 시를 떠올린다.

산궁수진의무로 山窮水盡疑無路

산이 막히고 물이 다하여 길이 없을 줄 알았더니

유암화명우일촌 柳暗花明又一村

버들 그윽하고 꽃 밝은 또 한 마을이 있네.

5. 그리고 75쪽에 적힌 함민복 시인의 시구도 떠올린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6. 꽃으로 시작하여 꽃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결국 삶에 대한 것이다. 사람이기에 죽음에 다다를때까지 부여잡고 가야하는 삶의 무언가에 대한 것이다. (36쪽)

삶이라는 것은    윌리엄 스태퍼드

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도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7. 그렇지만 우리의 삶이란 자잘한 일상과 초라한 이웃에 대한 따스한 눈길과 사랑이 담긴 손길로 채워질 수도 있을 터이다. 인문학이란 바로 이것에- 우리의 삶..이 소소하고 보잘 것 없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있는 꽃을- 즉, 지혜와 사랑을- 찾게 하여 아름다운 길을 걷게 한다는 것-에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연히 찾아온 멧새 하나를 그윽히 바라보다가 멧새의 추운 겨울을 생각하고 따스한 봄행차에 같이 즐거워하며 끝내 그의 떠나감에 그리움을 품는 시인의 모습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깊은 깨우침을 준다.  사실 이 대목이 가장 가슴 찡했던 대목이었다. 아마도 이윤기 선생님이 고은 선생님의 오도송에 이렇게 짝을 지우신 것 같다. (아래 시는 316쪽)

춘신 春信          청마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에서

작은 깃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나 아름다운 그 자리 가지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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