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날 - 현대작가선 13
이철수 지음 / 학고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1. 옹졸해서 그런지 이렇게 큰 책에 여백이 숭숭한 내용이 부담스럽다. 삼인에서 나온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그릇의 기쁨]이 훨씬 와 닿는다. 아래 내용은 절판된 이 책을 회고하기 위한 인용문들이다. 판화 그림은 빠지고 글귀만 적는다는 것이 우습지만 적어본다.

2.

약자는 억압을 당하느라 강자는 군림하느라 병들어갑니다. 자기 비하와 멸시와 가난과 외로움으로 위축된 영혼의 이웃에, 사치와 사교와 군림과 허장성세로 썩어가는 영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느 것도 온전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서 비루먹은 영혼들 때문에 우리 존재의 그늘은 크고 어둡습니다. 그 그늘에서 작은 위안의 빛을 찾는 지친 영혼들에게 미술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부끄러워집니다.

제 그림도 꼭 같습니다. 그 안에서도 자신을 온전히 지키고 싶어하는 순결한 영혼이 있습니다. 그들과도 손을 맞잡고 희미하게 웃어줄 미술이 있어야 합니다.

흔들리는 존재들끼리도 함께 붙안으면 의지가 되는 법입니다. 거기 함께 있고 싶습니다.(9쪽)

 

3.

- 가난한 머루 송이에게 -

겨우 요것 달았어?

최선이었어요...

...그랬구나...

몰랐어.

미안해!

4.

-문을 열고-

오관의 문을 열고

조용히 기다리면

두루 길

두루 소식

 

5.

-등-

아이들 이름으로

등 두개를 밝혔다.

가난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게 되라고

 

6.

꽃 한송이-

꽃이 피어서

제 안에 있던 빛이

다 드러났구나.

밝고 아름답구나.

 

7.

-가을꽃-

눈부신 가을 꽃처럼

누구나 반짝이는 별빛이지

당신도

나도

누구라도

8.

- 별의 바다에서-

별의 바다에,

아득한 별들의 바다에 이르다.

그 바다를 다시 떠나는 날,

그날도 거기

당신과 나,

같이 있게 되기를

 

9.

-길에서-

성이 난채 길을 가다가

작은 풀잎들이

추위 속에서 기꺼이

바람맞고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 두고 마음 풀었습니다.

10.

-이렇게 좋은 날-

해가 뜬다

집집마다 하나씩 해가 뜬다

좋은 날이다.

이렇게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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