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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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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식구라는 말의 사전적 뜻은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이란다. 살면서 먹는 것만큼 소중한 게 있던가? 게다가 엄마가 해준 밥을 제일 맛있다는 건 진리니깐. 물론 도시락을 까먹던 친구들과 제일 친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함께 밥 먹는 직장동료사이에도 알 수 없는 동료애가 생기는 걸 봐도 함께 먹는다는 건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길을 떠난 외로운 여행자에게 먹는 행위와 함께 음식을 먹는 사람은 일상에서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 올 것이다. 여행자가 추억하는 달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누군가에게 무엇도 되려 하지 말아야 했는지 모른다. 결국, 잠시 살다 가는 세상에서 영원하고자 하는 마음쯤은 길 위에 버려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잘 먹고 잘 사는 일만 우리에게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p35

 

내가 즐겨보던 잘 먹고 잘사는 법이란 프로그램에서 시골밥상이란 코너를 무척 좋아했다. 양희은씨가 도시 청년들과 함께 시골을 다니면서 할머니와 함께 밥상을 차리고, 먹는 게 전부였는데 지방마다 집집마다 나물 무치는 법도 찌개 끓이는 법도 다 달랐다. 아궁이에 불 때서 밥을 하고, 뒤뜰에 묻어둔 독에서 김치를 꺼내는데 그게 내 향수를 마구마구 자극했다. 예전 외갓집에서 아궁이에 불 때던 일이며 할아버지 방에 쌓아둔 고구마를 구워먹고, 고둥을 바늘로 빼먹다 부러뜨리던 일. 지금은 변해버린 예전 외갓집이 너무 생각나 울컥 할 때도 있었다. 그래 잘 먹고, 잘사는 게 최고일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리. 뚜렷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보려고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일. 그래서 그것을 끝내는 확인하고 마는 일. 하지만 그 무엇도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쉽게 다가오지 않으리. 당신이 움직일 수 없다면 내가 가야 하리. 그 일은 희생이 아니라 희망이리. 무모한 일이 아니라 무한한 일이리. p147

 

중학교 때 짝이 어느 날 동물원의 테이프를 갖고 와 들어보라며 이어폰을 건네줬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란 노래였는데 막연히 좋은 노래라 생각했지만 그 뜻을 다 이해할 순 없었다. 하지만 연락이 끊긴 그 친구는 이십년이 지난 지금 노랫말처럼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똑똑하다 자만해도 겪어봐야만 깨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그럼 어느 순간 희미하던 것이 가까이 보이는 기쁨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가가기를 두려워하고, 벽만 쌓고 지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다. 누군가에게 달게는 기억되지 못하더라도 쓰게는 기억되지 말아야지. 움직이고 (무브~ 무브~) 희망하며 살아야지. 그래 그래야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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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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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로 서울 갈 일이 많았다. 몇 년 전만해도 촌사람인 난 서울지하철이 공포 그 자체였다. (뭐 부산이나 대구 정도는 두렵지 않다 ^^) 하지만 스마트폰이 생기고 부턴 길치인 나도 두렵지 않다. ~ 기술의 놀라움이여!!! 길찾기를 실행해서 따라가면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니 길을 물어볼 필요도 없고, 거의 도착지가 같기에 몇 번가면 익숙해져 가던 대로 가면 된다.

 

잠깐. 하려는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5년 전 처음 지하철을 탔을 땐 책 읽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난 어디든 누구든 책을 읽으면 그 책이 너무 궁금해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가 읽은 책이거나 좋아하는 작가면 책 읽는 이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괜히 반갑다. 하지만 표지를 못 보게 되면 첫사랑 떠나보내듯 아쉬움에 내리는 그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게 된다. 그러나 요 몇 달 서울을 다섯 번은 넘게 다녀온 것 같은데 책 읽는 사람 서너 명도 못 본 것 같다. 다들 스마트 폰을 보고, 듣느라 바쁘다. 짐이 많아도 항상 가방에 책 한 두 권 넣어가는 날보고 엄마는 그 놈의 책 그만 좀 들고 다녀!’라지만 책이 없으면 두려운데 어떡하랴? 하하

 

책인시공’. 이런 멋진 제목이라니.. 서울로 올라가는 KTX에서 읽었는데 기차랑 어울리는 책이였다. 서울 가는 이유가 그리 유쾌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을 떨칠 수 있을 만큼 책은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독자권리장전부터 키득거리면서 읽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가보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말이다.

 

일찍이 루치우스 세네카는 인간은 항상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듯 행동한다고 지적했지만 바쁜 시간 중에도 한가한 순간이 있는 법이다. 짬을 내고 틈을 내고 멍하니 흘려보내는 시간을 잘 활용하면 책을 읽을 시간을 얻을 수 있다. P67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던지지만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잘 던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 살 것이냐에 앞서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P78

 

정보가 체계를 갖추지 않는 구체적 사실의 집적이라면, 지식은 세상과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이론적 틀 속에서 사유와 실험을 통해 논리적으로 구성된 앎을 말한다. P81

 

나는 기차를 탔다. 녹색의 들을 미끄러지는 것처럼 달아난다. 산과 들과 나무와 풀과 전신주가 빼앵빼앵 돈다. 나는 문득 생각하였다. ‘세월이라는 것, 시간이라는 것은 이것보다 몇백, 몇천 배 빠를 터이지나는 공연히 멍-하고 앉은 것이 두려워 책을 꺼내어 읽었다. P177

 

난 사람사이 궁합은 믿지 않지만 책 궁합은 믿는 사람이다. 어느 순간에 만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천차만별이니깐. 어쩜 위에 쓴 문장들도 지금의 내 상황이라 더 눈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고민하던 일을 결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결정하기까지의 기간이 짧지만 길었듯이 앞으로의 인생도 그럴 것 같다. 차가운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그 느낌을 기억하며 하루하루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오니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한다. 이래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노력해야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삶이 아니던가.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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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벌써 5월이다.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맞이해 대학 친구가 결혼을 한다. 하하

스무살에 만나 십년이 훌쩍 넘은 시간동안 독신을 외치더니 배신(?)하고 결국 가는 구나 ^^

'다들 비슷한 애들끼리 모여서 결혼할 생각을 안한다'고 엄마가 만날 잔소리했는데 10년만에 동기 결혼식이라니 내가 괜히 다 설렌다. 베트남에 살고있는 동기부부도 오랫만에 나온다니 실로 어제의 용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거다.

 

세월이 흐르고, 나일 먹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지만 만나면 스무살로 돌아가서 희희낙낙  그게 또 어색하지 않는 걸 보면 친구들의 소중함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결혼해서 더더더 행복하길 바라며. 나도 내 앞에 닥친 일이 잘 됐음 좋겠다.

 

그럼 설레는 맘으로 에세이 신간소개해볼까? ^^

 

1. 나는 읽는다 - 문정우

 

 시사IN 창간호를 아직도 갖고있다. 첫 발간일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던지..

 열심히 읽다, 한동안 보지 않고 있지만 난 언제나 시사IN을 사랑하고, 그들을 응원한다.

 주기자가 요즘 어찌 지내는지 새삼스레 궁금하다. 2012년은 나꼼수때문에 살맛났었는데..

 

 문정우 기자도 좋다. ^^ (책소개에 때아닌 사랑고백만 줄줄이하는건지.. )

 내 독서욕을 불끈~ 올려줄까?

 서평도 아닌 것이 칼럼도 아닌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문기자라는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싶다.

 그저 말없이 읽지요.

 

 

 

 

 

 

2.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 김경

 

 글쓴이가 내가 아는 김경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내가 아는 그녀는 TV 영화소개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아하는 '시네포트'의 [김경극장]을 진행하던 이였는데 그녀가 맞을까?

 검색을 해봐도 모르겠다 이런.. (그런데 어느 순간 '시네포트'의 패널들이 다 바꼈다 ㅠㅠ 도대체 왜?? 재밌었는데..) 암튼 난 그녀가 소개해주는 영화들이 참 좋았다~

그래서 만약 그녀가 쓴 책이라면 두말없이 읽어보고 싶다. 그녀의 나레이션으로 듣던 따뜻한 말들이 글 속에도 담겨있을테니깐~ 게다가 제목도 맘에 든다.

 

난 봄을 안타고, 가을을 많이 타는 여자사람인데 올 봄은 생각이 너무 많다. 내 개인적인 일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봄이 봄같지 않은 날씨에 적응이 안되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여튼 이래저래 봄이 슬프다. 그래서 겨울처럼 사람의 체온이 그립다. 나 혼자서도 외로운거 몰랐는데 연애할때가 된건가? 그게 왜 하필 지금인가.. 내 맘대로 되는게 하나 없구만!!!

 

 

3. 시인의 책상

 

난 남의 집을 가면 가장 먼저 그 집에 책이 있는지, 서재엔 어떤 책이 있는지, 책상은 어떤 스타일인지에 눈이 가고, 궁금해진다.(드라마, 영화도 마찬가지다 ^^) 그래서 한동안은 디시-룸갤에서 서재를 막 구경하고 그랬었다.

 

그런데 '시인의 책상'이라니.. 시인은 왠지 소설가와는 다를 것 같다. 젊은 시인들의 책상엔 무엇이 있을까? 내 책상은 치우고, 어지르고, 치우다 어질러진 상태가 연속인데 남보여주기 싫은 내 방을 잊어버리고, 그들의 방을 염탐해보고싶네.

 

 

 

 

 

 

 

4.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동물을 많이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항상 보류의 대상이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라는 존재에 관심이 갔다. 그들은 무엇하나 잘못한 것없이 도둑이라 불리며 살아야했는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아팠다. 요즘엔 지나가다 고양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말을 붙인다.

'야!! 우리집에 갈래? 성격 독특한 개가 있긴하지만 내가 밥은 많이 줄 수 있는데..'라며~

하지만 그들은 나와 눈도 안 마주치고 골목으로 들어 가버린다. 목욕도 잘 시켜줄 수 있는데...

집에 해피녀석이 지랄견 수준을 넘는 골치덩어리라 갈수록 감당이 불감당. 그래서 앞으론 절대 동물 키우지 말자고 마음먹고 있는데 (내가 그래도 해피 넌 끝까지 책임져야하지 않겠냐?) 고양이는 한번쯤 꼭 키워보고 싶다. 근데 엄마는 고양이를 너무 싫어한다는게 함정.

 

 

 

 

5.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꺼야 - 김지수

 

맞아. 살다보면 행복한 순간이 분명 더 많았을텐데 우린 왜 아픈 순간만 기억하고 사는걸까?

행복하지 않았더라도 아프지 않았다면 괜찮은거 아닐까?

봄이 가기전에 (어젠 정말 여름 같았다. 봄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여름이 온거 같아 순간 불안~)

이런 책 의무적으로 읽어줘야 할 것 같다. 표지도 이쁘고, 표지도 이쁘고, 표지도 이쁘다. ^^

 

난 벚꽃보단 라일락을 애정하기에 라일락향 오래오래 맡았으면 좋겠다.

 

 

 

 

 

 

 

 

원피스가 도착했다. (노동절에도 근무해야하는 택배아저씨가 안됐지만 택배를 하루라도 빨리 받을 수 있으니 난 마냥 행복하다 ㅎㅎ) 아~ 이거야 원.. 치마라곤 중고등학교 6년 교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는데 더 늦기전에 원피스가 입고싶어졌다.

입어보니 이거 생각보다 편안하다. 물론 바지보다 신경은 좀 쓰이지만 기분전환엔 역시 쇼핑만한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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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kim73 2013-05-0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포트 김경극장의 그 김경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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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책 읽기 -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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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서른여섯권의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딱 열 권.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스무 살이 넘어서야 읽고, 십대 때 읽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던 호밀밭의 파수꾼이 첫 번째라 너무 좋았다. 아직도 콜필드를 생각하면 그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첫 사회생활에 적응이 힘들어 불안하고, 우울해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던 그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지.. 그래서 이 책을 선물도 많이 했었다. 그들이 나처럼 늦게 만나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아마 책을 쓴 저자의 마음도 내 마음과 비슷했을 것 같다. 책을 읽는다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위로받고, 조금의 힘이라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깐.

 

어제 서울을 다녀왔다. 촌사람에게 서울이란 복잡하고, 복잡하고, 또 복잡한 곳이다. 특히나 길치인 나에겐 더욱더. 지하철을 환승할 때도 표지판 따라 가면 되는데 혹시나 불안한 맘에 두 번, 세 번 노선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면 같은 자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본다. 책 읽는 사람 딱 한 명 봤다. 안타깝다.

 

한마디로 why 살아야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의미가 주어지는것이 아니라 찾아내고 만들어내야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p72

 

밑줄 그은 첫 번째 구절. 지금 글을 쓰면서 이상은의 삶은 여행을 듣는데 좋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노랫말 좋은 노래가 좋다. 입버릇처럼 옛날 노래가 정말 좋아..’라며 7080콘서트를 애청하는 걸 보면 정말 나이를 먹긴 먹나보다. 노랫말이 위 구절이랑 어울리는 듯하다. 이런 조화라니 이럴 때 난 말초신경까지 행복함을 느낀다. 가사 중 좋은 부분은삶은 계속되니까 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중략)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잠깐 삼천포로 빠져 이상은은 어느 순간부터 쓰는 가사마다 구구절절 마음을 헤집는다. ‘언젠가는이라던가 라던가. ‘공무도하가를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은.. ^^ ‘담다디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을 응원한다.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생각이나 말이 아닌, 내가 취한 어떤 행위이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하는 구체적인 선택이 나 자신인 것이다. 나란 결국 내가 선택한 행위의 집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p137

 

옳은 말씀!! 선택이 모여 결국 삶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근데 난 모든 선택 앞에 갈수록 자신이 없다. 소심은 병이고, 망설임은 옵션이다.

 

'어떤 대상을 예찬하다가 나와 같은 대상을 예찬하는 누군가를 보게 되면 마치 그 대상을 보듯이 그 누군가를 보게 된다. 무언가를 예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이 열려야 한다. 그 열린 마음으로 나와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을 보게 되는 것이다’ -p186

 

20년 한 사람의 팬으로써 절절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팬질도 20년쯤 되면 모여 욕하는 게 일상이다. ‘우리 진짜 팬 맞아?’라며 키득거리는 그 시간조차 행복하다. 내가 그 사람의 팬임이 자랑스러운 건 8할이 공연을 함께 보는 친구들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사람. 요즘 조용필님의 음반을 보며 우리도 그렇게 변치 않고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을 함께 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예찬. 진실로 부럽다.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은 사실 소통의지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것은 매우 유아적인데다가 때론 위험하기까지 한 욕망일 뿐이다’ -p212

 

'너는 진짜와 진짜 같은 것을 구별할 안목과 통찰력을 갖고 있느냐고. 너라는 존재는, 너의 인생은, 너의 욕망은 진짜와 진짜 같은 것 중 어느 쪽이냐고. 너는 진짜로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p263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이고,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무엇이며, 슬퍼하지 않는(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내부 가장 깊숙한 곳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무엇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건 언제 알게 될 것인가’ -p318

 

가슴이 뜨끔. 난 꽤나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정치 말고)인 사람이라 되고, 안되고의 기준이 너무나 명확했다. 나쁘다고 하면 그 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왜 어릴 때 더 망가지고, 부딪혀보지 못했었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무엇이 그렇게 겁나서? 무엇을 위해서? 가장 큰 벽이 결국 나 자신 이였다는 사실에 많이 아팠지만 차례차례 벽돌을 내려놓아보려 한다. 내려놓다 아니다 싶으면 다시 쌓으면 되고, 모양을 바꿔도 되고. 그게 뭐 대수라고? ‘뭐라도 되겠지란 생각으로 조금 가볍게 살았으면 좋겠다.

 

책을 덮으며 읽지 않은 스물여섯권의 책을 찾아서 읽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책을 읽게 된다면 저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낯모르는 젊은이를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했다던 카뮈처럼 나 역시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할 좋은 책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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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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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때였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김연수의 책을 빼들었던 순간. 한국 작가에 관심 없던 내가 한국소설코너에서 수십 분을 서성이며 보고, 또 보다 꺼내든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제목이 좋았고, 표지도 맘에 들었다. 하지만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몇 장 읽다 반납. 그땐 몰랐지 내가 김연수 작가의 독자가 될 줄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삶이라더니 책과의 만남도 나름의 운명이 있음을 또 한 번 느낀다. 맘에 들었던 책제목은 누군가의 시였고, 드디어 혼자만 간직하고 싶다던 그녀를 만났으니 말이다.

 

균형 잡힌 삶을 사는 데는 습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28

 

요즘 내가 절실하게 느끼는 바이다. 난 아무래도 착한사람 컴플렉스가 있나보다. 밖에서 그 누군가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한다. 나름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 생각했는데 결국 쌓아 놓은 앙금은 무너지듯 한 번에 터져 관계를 정리하거나 내가 떠나버리는 쪽으로 결론이 나버린다. 그리곤 나를 질책하며 균형이라곤 없는 생활을 해버리니 결국 망가지는 건 내 몸. 하지만 절망하진 않는다. 일찍 깨우쳐 건강을 다스린다면 더 건강히 살 수 있을테니깐.. 다만 망가질 때까지 나를 다스리지 못한 내 몸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우리의 유일하고 무한한 신성을 암시해주는 건 언제나 자연계, 열리지 않은 무수한 샘들이었다. 자신이 축복받은 존재임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아는 그런 상태에서는, 그늘에서 햇살 속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그 생명의 열기를 느낀다.’ -p32

 

어떤 것이나 어떤 사람의 탁월함과 특별한 가치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p75

 

지난 가을 단감을 맛나게 먹고 난 후 엄마가 거실 화분에 감씨를 몇 개 심어뒀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고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화분에 물주던 엄마가 날 급하게 불렀다. 콩나물처럼 감씨를 메달고 나오는 새싹.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였다. 정말 씨에서 싹이 나오다니.. 상추나 고추 모종을 텃밭에 키워보긴 했지만 싹 틔우는 건 난생처음이라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동물에 비해 식물에 별 감흥이 없던 내 맘이 변화된 시발점이라고나 할까? 만약 감나무로 큰다면 대대손손 집안의 가보(?)로 남겨야겠다.

 

상실은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있던 게 없어지는 거니까. 먹이고,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 안아 줄 대상이 하나 없어지는 것이다. 소중히 여기고, 걱정하고, 동정하고, 위안을 얻을 지각력 있는 생물체가 하나 없어지는 것이다.-p124

 

나는 피와 뼈로 이루어진 존재지만 특별한 체험과 생각에 의한 신념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신념들을 빚어내는 건 세상에서의 시간(거칠든 온화하든 충분히 친밀하고, 시적이고, 꿈같고, 단호하고, 사납고, 애정 깊고, 삶을 빚어내는)이다. -p133

 

2년 전 정월대보름 해피녀석이 열려진 대문으로 탈출해버린 후 난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자식 키우는 부모의 심정이 그랬을까? 울다, 울다 지쳐 잠들고, 비바람 부는 동네를 겉옷이 다 젖도록 찾아 다녔지만 녀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터넷 동물구호단체에 글도 올리고, 대문 앞에 녀석의 담요도 내놓고, 다른 동네까지 다 다녀봤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안 돌아오면 가망이 없는 거라고 했다. 그런데 2월 말 새벽 6시 옆집 아줌마의 전화. 해피로 보이는 녀석이 골목을 왔다갔다 수십 분 째 서성이고 있는 것 같으니 나가보라는 것이다. 세상에나 녀석이 돌아왔다. 어디를 헤매고 다녔는지 살도 빠지고, 털도 더러웠지만 꼬리를 흔들며 씩씩거리며 마당으로 뛰어 들어오는데 이산가족 상봉 저리가라였다. 좋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오만감정이 다 들었던 그 순간을 어찌 잊으리.. 그 후 개벼룩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문제란 문제는 다 피우고, 활동력이 좋아 감당이 안 될 때도 있지만 결코 밉지 않은 걸 보면 진짜 가족인 것 같다.(내가 욕하면 괜찮아도 남이 욕하면 편들게되는 뭐 그런 감정같은 거 말이다~)  녀석의 삶이 얼마든 마지막까지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어딜 헤매다 왔으며 집은 어떻게 찾아왔는지 지금까지도 너무 궁금한데 요즘엔 탈출하더라도 멀리 나가지 않는 걸 보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 하하 똑똑한 녀석!!

 

시도의 에너지는 정지의 안정성보다 위대하다’ -p134 가자미, 아홉 중

 

'세계지도에서 파란 쉼표 하나에 불과하지만 내겐 모든 것이 상징이니까. 우리의 스승이 되어주는 건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지 일반적인 게 아니다. 사랑의 관념은 사랑이 아니다. 바다의 관념은 소금도, 모래도 아니다. 물개의 얼굴은 관념에서 솟아올라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사건과 함께 풍성해지고 즐거워져야만, 비로소 생각이 시작될 수 있다. -p139

 

지난 주 스트레스에 관한 레포트를 작성하면서 스트레스 대처법으로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연하게 생각되지 않는 건 눈앞의 돌발 상황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 생기면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결국 세상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란 걸 한번 더 느꼈다. 생각해보면 완벽한 날도 드물었지만 완벽하지 않은 날도 없었던 것 같다. 벚꽃이 지고, 라일락향이 짙어지는 계절. 초등학교 6학년 창문 가 내 자리엔 옆엔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20년이 지났지만 라일락향이 느껴지면 난 교실 속 열두 살의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 봄 혼란한 생각도 정리하고, 추억여행도 했으니 그녀를 만나 더없이 좋은시간이였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유명한 시 기러기중 곱씹어도 너무나 좋은 부분을 남겨본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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