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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식구’라는 말의 사전적 뜻은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이란다. 살면서 먹는 것만큼 소중한 게 있던가? 게다가 엄마가 해준 밥을 제일 맛있다는 건 진리니깐. 물론 도시락을 까먹던 친구들과 제일 친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함께 밥 먹는 직장동료사이에도 알 수 없는 동료애가 생기는 걸 봐도 함께 먹는다는 건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길을 떠난 외로운 여행자에게 먹는 행위와 함께 음식을 먹는 사람은 일상에서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 올 것이다. 여행자가 추억하는 달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누군가에게 무엇도 되려 하지 말아야 했는지 모른다. 결국, 잠시 살다 가는 세상에서 영원하고자 하는 마음쯤은 길 위에 버려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잘 먹고 잘 사는 일만 우리에게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p35
내가 즐겨보던 ‘잘 먹고 잘사는 법’이란 프로그램에서 ‘시골밥상’이란 코너를 무척 좋아했다. 양희은씨가 도시 청년들과 함께 시골을 다니면서 할머니와 함께 밥상을 차리고, 먹는 게 전부였는데 지방마다 집집마다 나물 무치는 법도 찌개 끓이는 법도 다 달랐다. 아궁이에 불 때서 밥을 하고, 뒤뜰에 묻어둔 독에서 김치를 꺼내는데 그게 내 향수를 마구마구 자극했다. 예전 외갓집에서 아궁이에 불 때던 일이며 할아버지 방에 쌓아둔 고구마를 구워먹고, 고둥을 바늘로 빼먹다 부러뜨리던 일. 지금은 변해버린 예전 외갓집이 너무 생각나 울컥 할 때도 있었다. 그래 잘 먹고, 잘사는 게 최고일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리. 뚜렷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보려고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 일. 그래서 그것을 끝내는 확인하고 마는 일. 하지만 그 무엇도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쉽게 다가오지 않으리. 당신이 움직일 수 없다면 내가 가야 하리. 그 일은 희생이 아니라 희망이리. 무모한 일이 아니라 무한한 일이리. p147
중학교 때 짝이 어느 날 동물원의 테이프를 갖고 와 들어보라며 이어폰을 건네줬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란 노래였는데 막연히 좋은 노래라 생각했지만 그 뜻을 다 이해할 순 없었다. 하지만 연락이 끊긴 그 친구는 이십년이 지난 지금 노랫말처럼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똑똑하다 자만해도 겪어봐야만 깨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그럼 어느 순간 희미하던 것이 가까이 보이는 기쁨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가가기를 두려워하고, 벽만 쌓고 지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다. 누군가에게 달게는 기억되지 못하더라도 쓰게는 기억되지 말아야지. 움직이고 (무브~ 무브~) 희망하며 살아야지. 그래 그래야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