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1인용 식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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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평점 :
어찌된 인연인지 '윤고은'의 첫 소설 '무중력 증후군'도 읽었는데 이번 단편집도 읽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한 작가를 만나고, 선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뿌듯한게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부쩍 성장한 모습이라 기쁘다. 솔직히 '무중력 증후군'을 읽으면서 다른 건 다 빼고 그녀의 튀는 생각이 맘에 확 끌렸는데 (내용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지 말이다~) 여전히 달나라에서 온 듯한 상상력은 여전하더군.
일단 표제작인 '1인용 식탁'부터 어쩜 요즘 시대를 그렇게 딱 꼬집어 표출해 냈는지 모르겠다. 군중소의 고독이라는 현대인들. 그들은 혼자 무언가를 하길 두려워한다. 저마다 잘난 듯 살아가지만 외로운 사람들. 하지만 혼자라는 외로움보다 남들의 시선을 더 두려워하는 우리들. 그런 사람들에게 혼자 밥먹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이라니 정말 굿 아이디어!!!!
나 역시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데 두려움이 많아서 영화보기, 쇼핑하기, 심지어 목욕탕도 혼자 잘 못 다닌 여자였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갑자기 용기가 불끈 솟은건지 막상 해보니 암껏도 아니였다. 오히려 영화는 취향을 고려해 선택해야하는 번거로움과 집중면에서 혼자 보는게 더 좋았고, 쇼핑도 이리저리 다닐 필요없이 필요한 것만 딱 골라서 올 수 있으니 시간적인 면에서 괜찮았다. 게다가 아무도 날 눈여겨 보지 않더군~ 그저 내 생각일 뿐이였단 말씀. 그런데 한가지. 아직 혼자 밥먹기는 어렵더라구.. 외진 식당이나 사람들이 뜸한 시간이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는건 해봤는데 고기를 구워먹다니 아~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정말 고수들은 '강-약-중간-약' 생각하며 아무렇치않게 먹을까? 그렇다면 그게 진정 고기 맛을 음미하며 먹는 식사일까 싶다. 그저 혼자 먹기위한 방법을 습득하기 위한거라면 귀찮더라도 집에서 맛나게 구워먹는 쪽을 선택하고 만다. '혼자 밥조차 못 먹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누군가가 그랬다는데 다른 건 몰라도 밥은 여럿이 먹는게 맞는 것 같다. 그것이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말이다. 자고로 한솥밥을 먹어야 정이 든다지 않는가.
다름으로 '인베이더 그래픽'에서 주인공의 작업 공간이 백화점이란 설정. 역시 그녀는 튀는 상상력에 관찰력마져 좋은 것 같다. 2,30대 여성들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커피전문점만큼이나 백화점도 큰 비중을 차지하니깐. 백화점. 창문빼고 없는게 없는 그곳은 층마다 화장실과 휴게실이 있다. 마땅히 갈 곳없고, 돈없는 백수에게 남의 눈치보지 않고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그런데 그런 그녀만의 공간(?)에 침입자가 생기고, 공간을 누릴 자격이 부여되면서 그녀의 자리는 없어지려한다. 어딘가에 속하길 부담스러워하면서 막상 벗어나면 두려워하는 이중성.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 그녀나 그녀의 소설 속 중인공인 균 모두 현실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런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인베이더 그래픽'은 일상의 해방구가 아닐까? 현실을 아주 떠날 수 없지만 답답한 현실에서 버티기위해 자신만의 숨구멍하나 만들어 놓는 것.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결국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은 먼 곳이 아닌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결국 세상의 중심은 내 자신이니깐.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까지 세상 생각할 필요도 없지않나?)
'타임캡슐 1994'는 우연한 사고로 인해 묻어둔 타임캡슐을 꺼내 자료를 복구해 다시 묻으려는 것이 줄거리다. 하지만 2010년에 꺼내 본 1994년의 사건들은 많은 모순을 담고있다. 그 당시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은 별것 아닌게 되어버렸고, 맞다고 생각되던 일은 거짓으로 판명나버린 지금 그 자료들은 가치가 있는 것일까?
자료를 그대로 담을 것인지 수정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순간은 어떻게 기록되어지고, 남겨지게 될지 궁금했다. 아니 그보다 순간순간 잘 살아야 할 것 같고, 두렵기도 하고 뭐 그랬다. 몇 백년 전도 아닌 고작 몇 십년만에 진실과 거짓이 뒤집히다니 답답하다~
이처럼 이 단편집은 그녀의 시각과 생각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잘 보여준다. 현실을 직시하는 눈과 상상력이 어우려진 작품은 그래서 재밌고, 생각할 것도 던저주고, 같은 또래라서 그런지 공감되는 부분들도 많고, 즐거운 책 읽기였다. 원래 단편의 호흡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데 왠일인지 딱 맞아떨어져서 스스로도 신기해하기도 했다. 아마도 앞으로 그녀의 작품은 의무감(?)으로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이 성장해서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