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코끼리의 등>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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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등
아키모토 야스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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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에서 혹은 영화에서만 봐왔던 일이, 결코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되던 일이 나와 가족 앞에 닥쳤을 때 그 기분은 안 당해본 사람은 죽어도 모를 것이다. 이를테면 스포츠나 공연을 tv로 백번봐도 직접 찾아가서 보는 것과 천지차이인 그런 느낌 말이다. 정말 피부로 딱 다가왔을 때 그 황당함과 억울함(대상없이 세상 모두를 원망하는 그 억울함 말이다. '왜 내가, 내 가족이 이래야하냐'는 그런 원망..) 너무 놀라 눈물도 나오지 않을만큼의 놀람. 하지만 결국 받아들여야하는 현실.
2년동안 병원을 입원하고, 퇴원하면서 세상을 떠난 사람을 열명도 넘게 봤다. 죽음과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지내면서 죽음의 슬픔보다 살기위해 겪어야하는 고통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봐야만 했다. 웃으면서 지냈던 사람이, 건강하게 퇴원했던 사람이, 나와 동갑이던 친구가, 너무나 어린 학생이, 고작 백일지난 딸을 둔 젊은 아빠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싸우던 모습은 옆의 사람마져 숭고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온 몸이 다 진무르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버티던 그들의 모습. 그래서 인간의 의지는 세상 무엇보다 크고, 대단한가 보다.
병에 걸리고 싶어 걸리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누군가는 그랬다. 세상을 살다보면 한순간에 사고로 죽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원없이 치료받고, 가족들의 사랑도 느끼고, 삶의 소중함도 깨달으면서 이렇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뒤따랐을까..
후지야마가 마지막을 담담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마지막 허물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을 보면서 가지고 갈 짐을 다 놓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왜 가정에만 충실하지 못해 아내에게 그런 섭섭함까지 남기나 싶기도 했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중년 아저씨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순 없었다. 하지만 억지 울음도 슬픔도 만들지 않고, 그저 담담히 담담하게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은 괜찮았던 것 같다.(이런 표현을 써도 되냐 싶지만~) 나 역시 언제일지 모르지만 내 마지막이 오면 부디 당황하지 말고,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죽음에 대해 요즘처럼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는 게 지옥이라는데 세상 저편은 그럼 천당이고, 극락일까? 혹자는 벽에 x칠을 해도 이승이 좋다는데 죽어 본적이 없으니 판단을 할 수 있나..
노대통령 서거 1주년 소식에 부처님 오신날 법정스님 관련 다큐를 보면서 또 마음이 아팠다. 왜 좋은 사람들은 이렇게 빨리 세상을 등지는지.. 죽음이 가장 슬픈 건 다시 만날 수 없고, 크게든 작게든 잊혀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그들도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