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편지나 엽서를 넣을 봉투를 만드는 건 색이 들어간 A4 종이다. 이건 색종이. 어릴 때 쓰던 색종이와는 다르구나. 그러니 그냥 색이 들어간 A4 종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찍은 책 사진 배경으로 보이는 것은 A4 종이다. 예전에는 예쁜 달력 그림을 돌려가면서 책 밑에 두었는데, ‘돌려가면서’ 하는 말을 보면 그 그림이 얼마 없다는 걸 알겠지. 같은 그림을 배경으로 하든 같은 색 종이를 배경으로 하든 다르지 않지만, 같은 색 종이는 자꾸 봐도 괜찮지 않나 싶다. A4 종이는 여러 가지 색이 있는데 난 풀색을 자주 쓴다.

 

 책을 찍을 때는 풀색을 자주 쓰지만 봉투는 다른 색 종이로도 만든다. 다른 색은 별 문제 없는 것 같은데 빨간색은 조금 문제 있는 것 같다. 늘 그런 건 아니고 다 물어본 건 아니지만, 빨간색 종이로 만든 봉투에 편지나 엽서를 넣어 보내면 잘 안 간 것 같다. 왜 그럴까. 빨간색 기분 나쁠까. 빨간색으로 봉투 만들면서도 이거 눈에 많이 띄지 않을까나 잘 안 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다. 빨간색 종이를 많이 사지는 않았다. 스무장 든 거 하나 샀다. 샀으니 다 써야 할 거 아닌가.

 

 예전에 친구한테 빨간색 봉투에 넣은 편지를 보내고 물어보니 받지 못했다 했다. 그거 보내면서 안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난 왜 그런 걱정을 하는 건지. 안 좋은 걸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되기도 한다. 좋은 쪽으로 생각한 것도 가끔 일어나지만, 사람은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걸 더 크게 받아들인다.

 

 이제 빨간색 종이는 다 썼다. 앞으로 빨간색 종이는 사지 않을까 한다. 눈에 잘 안 띄고 눈이 편한 풀색으로만 봉투 만들어야지. 내가 보낸 편지가 봉투색 때문에 잘 안 간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여러 번 생기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빨간색이 사람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거 잘 모른다. 꽃은 괜찮은데. 장미 단풍도.

 

 빨간색 내가 좋아하던가. 모르겠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꽃이나 나뭇잎이 빨간 건 좋다. 그건 많은 사람이 그렇겠다. 앞으로는 내가 친구한테 보낸 편지나 엽서가 잘못 가지 않기를 바란다.

 

 

 

*더하는 말

 

 앞에서 빨간색 종이 다 썼다고 했는데 찾아보니 남았다. 두 장 정도. 왜 다 썼다고 생각했을까. 남은 거 다 써야겠지. 안 쓰면 아까우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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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있을 거야

──편지

 

 

 

언제나

내 마음이 널 잘 찾아간다면 좋겠지

하지만

가끔 너에게 가지 못하는 듯해

 

길을 잃은 마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딘가에

길 잃은 마음만 모이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마음이 너에게 잘 가지 못한다 해도

그건 어딘가에 있을 거야

 

 

 

 

*이걸 무슨 마음으로 썼는지 잊어버렸는데 생각났다, 며칠 지나고 비슷한 걸 또 쓰다니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구나 ‘편지’를 써서 조금 알 듯도 하다, 나만 그럴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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願いながら、祈りながら (德間文庫) (文庫)
이누이 루카 / 德間書店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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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며 기도하며

 

 

  

 

 

 

 지금 한국에는 분교가 있을까. 거의 다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젊은 사람이 시골을 떠나서 아이가 없어지고, 시간이 흐르고는 학교에 다닐 아이가 없어졌겠지. 이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까. 그런데 왜 세계 인구 수는 자꾸만 늘까.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적어선가.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고 일본을 보면 한국과 비슷한 점 많다. 가까이에 있어서 조금 비슷한 건지. 한국이 일본보다 조금 늦지만 아이가 줄어들거나 나이 많은 사람이 늘어나는 건 정말 비슷하지 않나 싶다. 안 좋은 일은 닮지 않으면 좋을 텐데 집단 괴롭힘이나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는 건 비슷하다. 나라와 나라 사이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 좋을 텐데. 잠시 큰 것을 생각했다. 먼저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야겠다. 난 학생 수가 아주 적은 학교에 다녀 본 적 없다. 사람이 몇 사람 없으면 좋을 것 같으면서도 좀 어색할 것 같다.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에 함께 다니는 친구가 있다면 괜찮겠다.

 

 한국에도 그런 곳 있는지 모르겠는데 일본은 학년이 올라가도 반을 바꾸지 않는다. 그건 다 그렇다기보다 그런 학교가 있는 걸지도. 난 학교 다닐 때 학년 올라가면 엄청 싫었다. 한해 동안 같은 반이어도 아이들 모두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지만. 반이나 선생님이 바뀌어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고 반과 선생님이 그대로여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겠지. 늘 같은 반이어서 집단 따돌림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이 소설을 쓴 이누이 루카를 잘 알거나 책을 여러 권 읽지는 않았다. 이게 두번째던가. 이누이 루카는 홋카이도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선지 소설 배경이 홋카이도다. 예전에 본 소설도 그랬는데 다른 소설은 어떨까. 홋카이도가 많을 것 같다. 가 본 적 없는 홋카이도지만 눈이 많이 내리고 아주 추운 곳일 것 같다. 사람은 어느 정도나 살지.

 

 홋카이도 이쿠타바 마을에는 이쿠타바 중학교 이쿠타바 분교가 있다. 촌장이 마을을 살리려고 젊은 부부한테 집과 땅을 그냥 빌려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학교 분교에 다니는 아이는 겨우 다섯이다. 중학교 3학년 시라이시 야요이, 중학교 1학년 에자키 마나부, 가시와기 료스케, 데즈카 미나미, 마쓰모토 겐타다. 여기에 사회과 선생님으로 하야시 다케시가 새로 온다. 이 소설은 분교에 새로 온 젊은 선생님과 다섯 아이가 한해를 지내는 이야기다. 분교는 이듬해에 본교와 합친다. 본교에도 학생 얼마 없던데 거기에 다닐 아이도 없으면 그 학교는 아예 문 닫을지도 모르겠다. 이쿠타바 중학교 이쿠타바 분교에는 선생님이 셋밖에 없다. 선생님도 학생도 적은 학교다. 사람 수가 적으면 모두 친하게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초등학생이 아닌 중학생이어선지 모두가 친하게 지내지는 않는다.

 

 이 작은 분교에 오게 된 하야시 다케시는 하루라도 빨리 학교를 그만두고 사법시험 공부가 하고 싶었다. 그 공부를 하려는 건 사귀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사귀고 헤어지자고 해서다. 나중에 하야시는 소문으로 여자가 사귄 남자가 변호사라는 걸 들었다. 하야시는 헤어진 여자친구와 남자가 자신을 다시 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법시험을 보려 했다. 교사 채용시험도 세번 보고 붙었는데. 하야시가 방을 빌린 집주인 히사마쓰 의사는 하야시 마음을 꿰뚫어보고 분교 아이들한테 한해 동안 시간을 써달라고 한다. 하야시는 사법공부에 큰 뜻을 둔 게 아니어서 그 말을 받아들이고 여자친구가 보낸 편지를 난로에 태운다. 이건 미련을 버린 모습이구나. 하야시가 하루라도 빨리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걸 알아본 학생이 한사람 있었다. 중학교 3학년으로 혼자뿐인 시라이시 야요이다. 나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야요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혼자였다. 혼자여서 무척 쓸쓸했을 것 같다. 야요이는 2학년 때는 한학년 위인 여자아이와 친하게 지냈는데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고는 연락을 잘 하지 않았다. 야요이는 즐겁게 여겨야 할 수학여행도 즐겁지 않았다. 본교 아이들과 함께 갔는데 본교는 남자아이 여섯에 여자아이 넷이었다. 여자아이 넷은 자기들끼리만 지내려는 듯 보였다. 야요이는 야요이대로 여자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본교 여자아이 넷은 디즈니랜드에 간 날 야요이만 두고 어디론가 가 버렸다. 이쿠타바 마을에 돌아온 날 야요이는 고등학생인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친구는 야요이 전화를 받지 않고 야요이가 귀찮다는 듯 다른 친구한테 말했다. 그 뒤 야요이는 공부하고 먼 곳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기로 마음먹는다.

 

 다음에는 데즈카 미나미 이야기다. 미나미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기를 바라고 자신한테 영감이 있다 여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미나미처럼 자신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을 거다. 평범해도 괜찮을 텐데 중학생 때는 그걸 알기 어렵겠지. 나도 그때 그런 생각했을지도. 마쓰모토 겐타는 한해 전부터 친구 에자키 마나부가 자신하고 놀지 않아서 섭섭했다. 마나부는 홋카이도에서도 성적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 성적이 조금 떨어지고 이런 시골에서 공부해서 그렇다 생각했다. 마나부는 마을 사람이 자신을 신동이라 여기는 게 부담스러웠을지도. 겐타는 그런 마나부한테 자신은 마나부가 마나부여서 좋다고 한다. 이런 친구가 있다니 마나부는 좋겠다. 마나부는 겐타와 이야기를 하고 공부만 생각하지 않게 된다. 마나부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걸 마을 의사인 히사마쓰 의사한테 말하고 싶었지만 처음에는 못한다. 의사라면 하면 안 되는 말을 해서다. 이쿠타바 분교에는 한해 전에 이쿠타바 마을에 온 가시와기 료스케가 다녔다. 마나부는 병원에서 료스케 엄마를 보고 히사마쓰 의사한테 료스케 엄마 건강이 안 좋으냐고 묻는다. 곧 마나부는 료스케 엄마가 아닌 료스케 건강이 안 좋다는 걸 알게 된다. 료스케는 거짓말을 잘했다. 그게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료스케가 그렇게 거짓말을 하게 된 건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하리라고 생각해서다. 료스케는 자신이 거짓말해서 잠시만이라고 다른 사람 기분이 좋다면 괜찮지 않을까 했다. 그건 아닌데 말이다. 나중에 료스케는 그걸 깨닫는다. 마나부가 거짓말은 언제가 들킨다고 말해서.

 

 한 교실에 학생이 많으면 선생님은 학생 하나하나한테 마음 쓰지 못하겠지. 네 아이도 한해가 지나고 조금 자랐다. 야요이는 수학여행 때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공부를 하고 좋은 학교에 가게 된다. 겐타는 키가 많이 컸다. 겐타는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한다. 밝은 아이다. 마나부는 시골에서 공부해도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여기에 살고 히사마쓰 의사를 봐서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거였다. 미나미는 자신이 평범한 게 슬프기도 했지만, 평범하게 어른이 되는 게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료스케가 아프다는 걸 알아서다. 료스케는 지금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병원에 있다. 그동안 료스케는 하야시한테 쓴 편지에 잘 지낸다고 거짓말을 썼다. 료스케는 편지에 쓴 거짓말이 들켰다는 걸 알고 자신한테도 언젠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잠시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홋카이도는 큰 피해 없었겠지. 정말 언젠가 료스케 건강이 좋아지고 다시 이쿠타바 중학교에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선생님인 하야시 다케시는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본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한다.

 

 나이가 어리고 살 날이 많아야 그 사람 삶이 빛날까. 그건 아니겠지. 이쿠타바 분교 고토 선생님은 분교 아이들 앞날을 생각하면 기대된다고 했다. 그건 아이들이 앞으로 살 날이 많아서라기보다 이런저런 경험을 할 걸 생각해설지도. 그건 선생님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인 듯하다. 중학생뿐 아니라 사람은 언제든 자란다. 여기에서는 한해가 지나면 지난해와 자신이 달라진 게 있는지 생각하게 했는데 그건 누구나 생각해봐도 괜찮겠다. 난 늘 비슷하다. 좀 나아지도록 해야 하는데. 비슷하기보다 안 좋아질 때가 더 많다. 중학생 때 하는 생각을 여전히 하는 듯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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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시간을 좋아해 본 적은 없지만 그때는 그럭저럭 했어. 지금 생각하니 그때는 학교에 걸어다녔군(한두해가 아니고 학교에 다닐 때는 다). 지금도 걸어다니고 차 타고 가야 하는 먼 곳에는 가지 않지만. 아침에 학교에 걸어가도 공부시간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 잠을 못 자서 힘들었을 뿐. 이건 고등학생 때였어.

 

 지금도 어디든 걸어다닌다고 했잖아. 가끔 다른 날보다 많이 걸으면 힘들어서 다른 걸 못하겠더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날보다 조금 하는 거지. 날마다 꾸준히 걸어서 체력을 기르면 좀 나을까. 학교 다닐 때 걸은 건 운동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한 거여서 괜챃았나 봐.

 

 요새 예전보다 힘든 건 책 한권 보고 쓰기야. 잠을 덜 자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책 읽고 쓴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편지를 썼어. 다른 책 읽기 전에 쓴 적도 있군. 지금은 책 한권 다 읽고 쓰면 힘들어서 다른 걸 못하겠어. 책 읽고 쓰는 거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힘이 드는가 봐. 그렇기도 하고 내 체력이 떨어져서기도 하겠지.

 

 지금까지 운동을 하고 체력이 좋아졌다 느낀 적은 거의 없어서, 하면 조금 나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해. 운동 아주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하는 게 몸에 좋겠지. 좀더 걸어야겠어. 그러고 보니 이 말 예전에도 했군. 그때 말하고 별로 못했어.

 

 운동해야 해, 안 하면 안 돼 하는 것보다 생활로 만들면 괜찮겠어. 자고 일어나는 것처럼. 학교 다닐 때 걸은 게 바로 그거였군. 난 뭐든 그렇게 하는 게 좋기는 한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군. 생활로 만들지 못하는 것 가운데 걷기도 들어가. 볼 일이 있어야 걸어. 날마다 볼 일을 만들면 어떨까 싶지만 쉽지 않겠어. 그래도 조금 생각해 봐야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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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테이크아웃 6
최은미 지음, 최지욱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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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소설을 그림과 함께 만났다. 단편소설 한편과 그림이 함께 담긴 작은 책이다. 다른 데서는 ‘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로 더 깊은 책읽기를 하려는 마중물’이라는 걸로 짧은 이야기와 그림을 함께 싣기도 했다. 이젠 책도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길거나 두꺼운 책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이런 책 보면 괜찮기는 하겠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도 그림과 함께 만든 게 있기도 하다. 다른 사람 소설 있던가, 잘 모르겠다. 글만이 아니고 그림이 있으면 책을 쉽게 만나기도 할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얇고 그림이 있다고 해도 이 소설 <정선>은 쉽게 읽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릴 때 ‘나’가 살았던 곳은 정선이고 지금은 집이 아예 없어졌다. 말복이면서 입추였던 날 ‘나’는 역으로 가다 쌍무지개를 보았다. ‘나’는 쌍무지개에 홀리기라도 한 건지, ‘나’는 역 앞 커다란 게시판에 쓰인 <정선이를 찾습니다> <보고 싶다 정선아!>하는 문구를 보고 정선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다. 그 기차는 이름이 정선인 사람이 타면 세사람까지 돈을 내지 않아도 됐다. 실제로 그런 기차 있을까. ‘나’가 정선에 가서 바로 간 곳은 예전에 집이 있던 곳이다. 그곳은 비어 있고 그곳이 끝나는 곳에 펜션이 한 채 있었다. ‘나’가 살던 집터에서 무언가 나와서 지금은 비워둔 것일까. ‘나’는 어렸을 때 땅속에서 놋쇠숟가락 같은 걸 파내고 그것을 보물로 여겼다. 그건 정말 오래된 숟가락인지.

 

 갑자기 기차를 타고 정선에 갔다고 여겼는데 ‘나’는 펜션 예약을 해두었다. 그건 기차에서 했을까. 펜션에 짐만 두고 ‘나’는 면내로 나가 과일 가게를 하는 동창을 만났다. 남자 동창이다. 오랜만에 만나고 친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전화번호를 가르쳐준다. ‘나’가 한 말은 다 거짓말이었을까. 거짓말이겠지. ‘나’는 초등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하게 되고 잠시 펜션에서 지낸다고 했다. 다음 날 저녁에 ‘나’는 동창을 만나고 역 매점 계약 이야기를 한다. 동창은 잠시 망설이다 ‘나’한테 돈을 보낸다. ‘나’는 하루 더 정선에 머물면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바로 떠나지 않고, 동창한테 거짓말 한 게 들킨다. ‘나’는 무슨 마음으로 그런 거짓말을 한 건지. 빚이 있어서 그런 걸까.

 

 단편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할 텐데 나오지 않은 말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나’가 지금 어떤 형편에 놓여 있는지 같은 거. 정선은 ‘나’가 열다섯살까지 살고 엄마는 그보다 더 빨리 집을 나간 듯하다. 엄마는 왜 집을 나갔을까. ‘나’가 말한 정선이라는 이름을 갖고 정선에 사는 남자와 결혼한 사람은 엄마 같기도 하다. 엄마는 시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아서 집을 떠난 것일지도. ‘나’는 어렸을 때 헤어진 엄마가 사라진 집처럼 그리웠을지. 어쩌면 정선이를 찾습니다는 말을 보고 그곳에 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왜 동창한테는 거짓말 한 건지. 그건 정말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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