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가 즐겁게 노래하는 가을밤,
어둠이 세상을 가려도
빨갛고 노란 단풍이 떠올라
바람에 사라라락 사라라락
나뭇잎도 노래하는
멋진 가을밤이야
희선
무언가를 시작하면
아니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끝을 생각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지만
좀 빠르지
마음도 그래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이 마음은 언제까지 갈까 해
끝이 찾아온다 해도
그때까지는 즐겨야지
멈추지 않고 흘러흘러
멀리 가는 나날
지나간 시간만 생각하지 마
다가오는 날도 있잖아
아무것도 없으면 어때
지금을 느껴
빛나는 햇살
파란하늘
예쁜 꽃
의젓한 나무
기분 좋은 바람
너는 너야
아무 생각없이
그냥
어디든
걷기
걷다보면
어딘가에
닿겠지
꼭 가고 싶은 곳이 아니면 어때
가는 길을 즐겨
달은
작아졌다 커지는 걸까
커졌다 작아지는 걸까
지구에서 보는 달은
커졌다 작아졌다 해도
우주에 있는 달은 그대로다
과학은 과학대로 두고,
신비로운 건 신비롭게 두자
달토끼는 잘 지낼까
계수나무는 시들지 않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