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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도서관 ㅣ 풀빛 그림 아이
안토니스 파파테오둘루.디카이오스 챗지플리스 지음, 미르토 델리보리아 그림, 이계순 옮김 / 풀빛 / 2021년 3월
평점 :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알고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빌려 본 사람은 좋겠어. 도서관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고, 걸어 갈 만한 거리에 있는 것도 괜찮아. 아쉽게도 난 어릴 때는 도서관 몰랐어. 책을 몰랐으니 도서관도 몰랐군. 책을 보고 또 책이 보고 싶었다면 도서관 알았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는데, 어릴 때부터 책 못 본 걸 아쉬워하는군. 어릴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본 그림책이 있는 사람은 그게 좋은 기억이 될 것 같기도 해. 도서관에 가서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고른 것도. 도서관은 책이 모인 숲과도 같아.
책을 만드는 게 뭔지 알지.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종이에 그림이나 글자를 인쇄해. 이 정도밖에 모르지만, 책이 되기 전 나무를 생각하고 책을 봐도 좋잖아. 늘 그런 걸 떠올리지는 않지만. 난 상상력 별로 없어. 이런 나도 어릴 때는 뭔가 놀라운 말 했을까. 어릴 때 내가 어땠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다른 때라고 다 생각나는 것도 아니군. 학교에 다닐 때 일은 조금 생각나기도 해. 어릴 때 책을 봤다면 조금 기억할 것 같기도 한데, 어떨지. 어릴 때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난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이제 이런 거 부러워하지 않아야 할 텐데. 이 책 《아낌없이 주는 도서관》을 보니, 아빠와 함께 도서관에 간 소포클레스가 부러웠어.
여기 나오는 아이 이름은 소포클레스야. 잘 모르지만 소포클레스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에서 한사람이더군. 나도 이름만 알아. 소포클레스가 자기 이름 뜻을 알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별걸 다 생각했군. 그런 건 나오지 않아. 부담보다는 좋아할지도 모르겠어. 비극이 붙기는 하지만, 시인 이름이니. 소포클레스는 토요일 아침 아빠와 함께 도서관에 가. 어린이는 혼자 도서관에 못 가지. 엄마나 아빠가 함께 가야 해. 초등학교라도 다니면 그때는 혼자 다녀도 괜찮아. 난 초등학교 1학년 때도 학교 혼자 다녔어. 동네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있어서 그랬던 거군(처음 들어간 초등학교는 엄마랑 같이 갔을 거야). 소포클레스는 도서관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책 한권을 골랐어. 사서 선생님은 소포클레스한테 한주 뒤에 책을 돌려달라고 해. 여기에서는 한주라 했지만, 도서관에서는 책을 두 주 동안 빌려줘(다른 나라는 다를지도).
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책 빨리 보고 싶어서 집으로 오는데 소포클레스는 차 안에서 바로 책을 봤어. 소포클레스는 책을 보고 거기에 나온 사람 동물 그리고 괴물과도 친구가 됐어. 이런 거 보니 어릴 때 책을 봤다면 나도 책속에 나온 사람이나 동물과 친구가 됐을까 했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면 될 텐데, 책속에 나온 건 나와 멀다 생각하기도 해. 아니 조금 오래 만난 건 친구 같다 생각하기도 해. 만화에 나온 루피와 동료들. <나츠메 우인장>에 나온 나츠메나 야옹 선생. 책속에 나온 사람을 실제 만나지 않아도 힘든 사람은 나아지기를 바라고 꿈을 가진 사람은 꿈을 이루기를 바라기도 해. 이런 생각하는 건 책속에 나온 사람이나 다른 걸 친구로 여기는 걸지도.
소포클레스는 책을 보고 여러 가지를 만나고 여러 곳을 다녀. 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참 아쉬웠지만 끝까지 재미있게 봤어. 소포클레스는 책을 다 보고 다 돌려줘야 하나 해. 엄마는 소포클레스한테 책을 다 도서관에 돌려줘야 한다고 해. 소포클레스가 도서관에 가서 만난 친구나 여러 가지도 다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돌려주지 않아도 돼서 기뻤어. 이걸 좋게 여길 수도 있군. 책을 보면 우리가 얻는 건 참 많아. 그건 자기 거지. 책을 자기 걸로 만들려면 더 잘 봐야겠지만.
이 책 보면 도서관에 가고 싶겠지. 어린이뿐 아니라 책을 잘 안 보는 사람도 이 책을 보면 도서관에 한번 가 볼까 할 것 같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