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1 소설 보다
김멜라.나일선.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한국 단편소설에 아주 밝은 게 있었던가. 그런 거 본 적 없는 것 같아. 거의 어두웠던 것 같아. 단편소설이 그런 건지 우리 삶이 그런 건지. 그렇다고 아주 어둡지 않기도 했어. 답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많기는 했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은 일 안 좋은 일이 있듯, 소설 속 사람도 그 소설이 끝났다고 해서 이야기가 다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살아가겠지. 지금 안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안 좋지는 않을 거고, 지금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좋지는 않을 거야. 사는 게 괜찮았던 이야기 별로 못 보기는 했지만. 앞에서 말했는데 또 말했군. 2021년 봄에도 소설 보다가 나왔어(2022년이 오다니). 소설은 세 편 담겼어. <나뭇잎이 마르고>(김멜라) <from the clouds to the resistance>(나일선) <은의 세계><위수정>.

 

 소설 제목이 영어였다니, 처음에는 별로 마음 안 썼던 것 같아. 소설 볼 때 제목이 영어네 했어. <from the clouds to the resistance>(나일선)는 어떤 소설인지 말하기 어려워. 일기 형식으로 영화 같은 걸 말하는데. 이런 말밖에 못하다니. 소설이 세편이 담겼으니 두번 볼 생각이었는데, 이 소설은 한번밖에 안 봤어. 다시 봐도 뭔지 잘 모를 것 같아서. 나중에 이 작가 다른 소설을 다른 데서 보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잘 보도록 해야겠어. 그런다고 내가 잘 알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 소설일 텐데. 이런 말밖에 못해서 미안하군. 다른 소설 두편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야.

 

 첫번째에 나온 김멜라 소설 <나뭇잎이 마르고>는 장애인과 동성애자. 이런 말이 생각나는 소설이었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이름이 아닌 별명이야. 앙헬, 체, 대니. 셋 다 여성이야. 대학교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마음씨라는 동아리에서 만난 세 사람이야. 동아리 사람 세 사람만 친하게 지내지는 않아. 체는 장애인이지만 여러 사람과 잘 지내. 체를 보니 예전에 내가 만난 친구가 잠깐 생각나기도 했어. 그 친구도 조금 장애가 있었거든. 체보다는 덜했지만. 그렇다고 동성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니었어. 아쉽게도 아주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어. 체는 한국에서 살기 참 어려울 것 같아. 장애인에 동성애자여서. 이렇게 말하면 안 되려나. 그래도 힘들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어. 앙헬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 체가 앙헬을 좋아했는데, 어쩌면 체가 앙헬한테 고백해서 앙헬은 체를 피하고 한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냈는지도 모르겠어. 그렇다고 아주 마음 안 쓰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 오랜만에 체가 앙헬한테 전화했을 때 받았거든.

 

 단편은 그 안에서 모든 게 다 끝나지 않아. 그거 알지. 한동안 만나지 않던 두 사람은 체 할머니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고 앙헬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나게 돼. 체는 할머니가 앙헬을 체 대학 졸업식에서 만났다고 했는데, 실제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아. 어쩌면 체가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걸 생각하고 앙헬이 보고 싶었던 건지도. 할머니 핑계를 대고 한번 만나자고 한 거지. 정말 그랬을까. 소설을 볼 때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쓰다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군. 아마 두 사람은 앞으로도 연락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 그렇다고 아주 잊고 살지 않을지도. 아니 시간이 많이 지나면 잊을까.

 

 세번째 소설 위수정이 쓴 <은의 세계>는 코로나19 펜데믹이 잘 나오기도 했어. 이제 그런 때 소설이 나올 때가 되기는 했지. 내가 이야기를 쓴다면 그건 못 쓰겠지만. 뭔가 쓰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을 했군. 나와는 다르게 소설가는 지금 시대를 말하기도 하니 쓰겠어. 코로나19로 지금 사람은 죽음을 많이 생각하게 됐을까. 그러면서 뉴스를 봐도 자신과 아주 가깝게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걸 아주 가깝게 느낀 사람도 있겠지. 난 다른 일로 죽음을 많이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코로나19나 백신으로 생기는 부작용도 걱정해. 숫자를 보면서 저렇게 많은 사람은 다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하고.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람은 힘들기도 할 텐데, 뉴스에서는 그런 걸 숫자로 말하지.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 집에서 일하는 사람 그런 것도 나와. 이것도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했군.

 

 지환과 하나 그리고 명은. 주로 세 사람이 나와. 앞에서도 세 사람이고 뒤에서도 세 사람이네. 관계는 다르지만. 지환과 하나는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만나고 사귀고 함께 살게 돼.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고 결혼식은 못하게 돼. 명은은 하나 사촌 동생으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어. 부모가 헤어지고 하나네 집에 살게 되고 오빠는 고등학생 때 죽고 결혼했다가 남편과 헤어졌나 봐. 이렇게 쓰고 나니 명은은 정말 여러 가지 일을 겪었네. 요가 학원을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닫아야 했어. 명은이 도우미로 지환과 하나 집에 일하러 오게 돼. 지환은 하나와 명은 사이를 아주 잘 알지는 못했어. 사촌이어서 그런 걸까. 한때 하나와 명은은 함께 살았는데. 사촌이어서 거리가 있었겠어. 하나는 명은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해.

 

 소설이라고 해서 모든 게 분명하지는 않지. 단편 소설은 그게 더해. 그저 이런 이야기야 하는 것밖에 말하지 못하고 무엇을 느꼈는지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어. 내 삶도 뭐라 말하기 어렵기도 해. 소설 속에 나온 사람 삶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늘 그렇지도 않아. 앙헬이나 체가 앞으로는 잘 살았으면 하고 지환과 하나도 결혼식 올리고 명은도 다른 곳에서 지금보다 괜찮게 살았으면 해. 난 이런 말밖에 못하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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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4 07: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저도 뭔가 밝은 책을 읽은 적이 별로 없는거 같아요 😅 그런 책들만 찾아 읽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2022-01-16 02:32   좋아요 1 | URL
밝은 소설도 있지만,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다 잘 살지 못하기도 하네요 다른 나라 소설도 비슷하군요 한국 단편소설만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희선

프레이야 2022-01-14 08: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 드라마 중 마녀식당에 오세요, 재미나더군요. 행복과 불행을 인간이 단정하는 걸 경계하는 대사가 와닿았어요. 지금을 불행하다고 단정하고 절망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오래 더 지켜보라고, 마녀가 말하는데 그 말은 타인에게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에요. 하나를 내어주고 받는 행복이 꼭 행복이지도 불행이지도 않더이다. 선택은 자신이 하지만 대가는 지불해야 하는 것. 인간사 새옹지마^^

희선 2022-01-16 02:37   좋아요 1 | URL
언젠가 책 제목 봤는데, 그 책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나 봅니다 책 제목만 알고 책은 못 봤어요 지금 불행도 더 지켜보면 언젠가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안 좋은 일이든 좋은 일이든 바로 지금을 볼 때가 많네요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지나가는데... 그걸 나중에 알기도 하다니... 지금부터라도 지금 일어나는 일로 마음이 들뜨거나 가라앉지 않게 해야겠네요 그런 것도 훈련하면 될지도... 좋은 일은 많이 기뻐하고...


희선

책읽는나무 2022-01-14 10: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 번째 김멜라 소설 읽다가 잠들었었는데 내가 잠꼬대를 알아 듣기 힘든 소리를 계속 했다더군요?
아마도 체에 빙의 됐었나 싶기도 하구요?
작년 봄편은 좀 가라앉게 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았어요.
그래도 나쁘지 않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희선 2022-01-16 02:41   좋아요 2 | URL
이 소설을 보다가 잠들다니, 그러고 잠꼬대를 하셨군요 처음에는 체가 하는 말 잘 모르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그래도 여기 나오는 사람처럼 조금 더 보니 알게 됐습니다 실제 이런 사람은 살기 어려울 듯도 합니다 그래도 체는 멋진 사람이었네요 그렇게 보였습니다 이번 3월에 봄이 나오겠습니다 그때는 어떤 소설이 담겼을지...


희선

scott 2022-01-14 11: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대로인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희망보다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된것 같습니다

희선 2022-01-16 02:43   좋아요 1 | URL
코로나가 끝나도 예전과 같지는 않겠습니다 아직인데 이런 말을... 앞날이 어두운 느낌이 들어도 사람이 마음을 나누고 살면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mini74 2022-01-14 1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전체적으로 어두운 것 같기도 해요.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삶이 우울하고 암울할 것 같기도 헙니다 지치기도 하고 ㅠ

희선 2022-01-16 02:45   좋아요 1 | URL
언젠가 인터넷에서 기사를 봤는데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였네요 열심히 살려고 해도 잘 안 돼서...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희선

서니데이 2022-01-14 1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밝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표지는 봄처럼 밝은 노란색이네요.
희선님, 즐거운 주말,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희선 2022-01-16 02:47   좋아요 1 | URL
봄을 느끼게 하는 연한 노란색이에요 지금은 겨울이지만 겨울이 가면 따스한 봄이 오겠습니다 봄에는 조금 기분이 좋기도 하죠 세상이 그대로라 해도 봄은 느끼면 좋겠습니다 벌써 봄을 말하다니...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