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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1 ㅣ 소설 보다
김멜라.나일선.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114/pimg_7987151333270220.png)
한국 단편소설에 아주 밝은 게 있었던가. 그런 거 본 적 없는 것 같아. 거의 어두웠던 것 같아. 단편소설이 그런 건지 우리 삶이 그런 건지. 그렇다고 아주 어둡지 않기도 했어. 답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많기는 했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좋은 일 안 좋은 일이 있듯, 소설 속 사람도 그 소설이 끝났다고 해서 이야기가 다 끝난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살아가겠지. 지금 안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안 좋지는 않을 거고, 지금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좋지는 않을 거야. 사는 게 괜찮았던 이야기 별로 못 보기는 했지만. 앞에서 말했는데 또 말했군. 2021년 봄에도 소설 보다가 나왔어(2022년이 오다니). 소설은 세 편 담겼어. <나뭇잎이 마르고>(김멜라) <from the clouds to the resistance>(나일선) <은의 세계><위수정>.
소설 제목이 영어였다니, 처음에는 별로 마음 안 썼던 것 같아. 소설 볼 때 제목이 영어네 했어. <from the clouds to the resistance>(나일선)는 어떤 소설인지 말하기 어려워. 일기 형식으로 영화 같은 걸 말하는데. 이런 말밖에 못하다니. 소설이 세편이 담겼으니 두번 볼 생각이었는데, 이 소설은 한번밖에 안 봤어. 다시 봐도 뭔지 잘 모를 것 같아서. 나중에 이 작가 다른 소설을 다른 데서 보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잘 보도록 해야겠어. 그런다고 내가 잘 알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 소설일 텐데. 이런 말밖에 못해서 미안하군. 다른 소설 두편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야.
첫번째에 나온 김멜라 소설 <나뭇잎이 마르고>는 장애인과 동성애자. 이런 말이 생각나는 소설이었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이름이 아닌 별명이야. 앙헬, 체, 대니. 셋 다 여성이야. 대학교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마음씨라는 동아리에서 만난 세 사람이야. 동아리 사람 세 사람만 친하게 지내지는 않아. 체는 장애인이지만 여러 사람과 잘 지내. 체를 보니 예전에 내가 만난 친구가 잠깐 생각나기도 했어. 그 친구도 조금 장애가 있었거든. 체보다는 덜했지만. 그렇다고 동성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니었어. 아쉽게도 아주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어. 체는 한국에서 살기 참 어려울 것 같아. 장애인에 동성애자여서. 이렇게 말하면 안 되려나. 그래도 힘들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어. 앙헬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 체가 앙헬을 좋아했는데, 어쩌면 체가 앙헬한테 고백해서 앙헬은 체를 피하고 한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냈는지도 모르겠어. 그렇다고 아주 마음 안 쓰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 오랜만에 체가 앙헬한테 전화했을 때 받았거든.
단편은 그 안에서 모든 게 다 끝나지 않아. 그거 알지. 한동안 만나지 않던 두 사람은 체 할머니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고 앙헬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나게 돼. 체는 할머니가 앙헬을 체 대학 졸업식에서 만났다고 했는데, 실제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아. 어쩌면 체가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걸 생각하고 앙헬이 보고 싶었던 건지도. 할머니 핑계를 대고 한번 만나자고 한 거지. 정말 그랬을까. 소설을 볼 때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쓰다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군. 아마 두 사람은 앞으로도 연락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어. 그렇다고 아주 잊고 살지 않을지도. 아니 시간이 많이 지나면 잊을까.
세번째 소설 위수정이 쓴 <은의 세계>는 코로나19 펜데믹이 잘 나오기도 했어. 이제 그런 때 소설이 나올 때가 되기는 했지. 내가 이야기를 쓴다면 그건 못 쓰겠지만. 뭔가 쓰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을 했군. 나와는 다르게 소설가는 지금 시대를 말하기도 하니 쓰겠어. 코로나19로 지금 사람은 죽음을 많이 생각하게 됐을까. 그러면서 뉴스를 봐도 자신과 아주 가깝게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걸 아주 가깝게 느낀 사람도 있겠지. 난 다른 일로 죽음을 많이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코로나19나 백신으로 생기는 부작용도 걱정해. 숫자를 보면서 저렇게 많은 사람은 다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하고.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람은 힘들기도 할 텐데, 뉴스에서는 그런 걸 숫자로 말하지.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 집에서 일하는 사람 그런 것도 나와. 이것도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했군.
지환과 하나 그리고 명은. 주로 세 사람이 나와. 앞에서도 세 사람이고 뒤에서도 세 사람이네. 관계는 다르지만. 지환과 하나는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만나고 사귀고 함께 살게 돼.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고 결혼식은 못하게 돼. 명은은 하나 사촌 동생으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어. 부모가 헤어지고 하나네 집에 살게 되고 오빠는 고등학생 때 죽고 결혼했다가 남편과 헤어졌나 봐. 이렇게 쓰고 나니 명은은 정말 여러 가지 일을 겪었네. 요가 학원을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닫아야 했어. 명은이 도우미로 지환과 하나 집에 일하러 오게 돼. 지환은 하나와 명은 사이를 아주 잘 알지는 못했어. 사촌이어서 그런 걸까. 한때 하나와 명은은 함께 살았는데. 사촌이어서 거리가 있었겠어. 하나는 명은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해.
소설이라고 해서 모든 게 분명하지는 않지. 단편 소설은 그게 더해. 그저 이런 이야기야 하는 것밖에 말하지 못하고 무엇을 느꼈는지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어. 내 삶도 뭐라 말하기 어렵기도 해. 소설 속에 나온 사람 삶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늘 그렇지도 않아. 앙헬이나 체가 앞으로는 잘 살았으면 하고 지환과 하나도 결혼식 올리고 명은도 다른 곳에서 지금보다 괜찮게 살았으면 해. 난 이런 말밖에 못하겠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