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 붙는 스페인어 독학 첫걸음 착! 붙는 외국어 시리즈
최윤국.정호선 지음 / 시사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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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페인어를 사용해 본 것은 12년 전 카미노 데 산티아고 성지순례를 가던 때였다. 물론,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몇몇 단어만 익히며 갔다. 얼음이나 물, 인사, 숫자도 4까지만 외워가서 알베르게에서 종종 쓰며 현지인의 답변이 궁금해 가이드께 물어봐 익힌 기억도 난다. 뭐 가장 많이 쓴 말은 '올라~'와 '부엔까미노'였지만... 영어도 잘 못하는 내게 스페인어가 쉽게 다가올 수 없는 언어지만 그래도 시간이 생겨 말 그래도 '독학 첫걸음'을 떼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됐다.


  총 8주차 18강으로 구성됐지만 내게는 그냥 읽는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그리 빠르게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MP3 스트리밍이 있어서 듣기 연습이 용이하지만 파일이 다운로드 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주차별 강의 구성이 실질적으로 내가 스페인에서 들렸던 곳들이 나와 반갑기도 했다. 마드리드, 톨레도와 산티아고는 특히나 더 그랬다. 중간중간 보이는 '문화탐색'도 공부에 지쳐갈 때 만나면 잠시 기분 전환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역시나 동사표나 동사 변화표 등의 외워야 하는 내용들은 보기만 해도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어학 공부의 관문이 아닌가 싶다.

  9강까지는 본문 대화 문장 위에 한국어로 발음이 나오다 10강부터는 사라지는 것은 아마도 9강까지의 내용이 이 정도면 충분히 발음은 익혀졌을 때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드리드에서 타 지역으로의 이동과 함께 변화를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컬러풀하게 편집이 되어 대충 보면 쉬워 보이나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라 내가 이 책의 난이도를 평가할 수는 없겠으나 스페인어를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느낌의 구성이었다. '구문 및 문법 핵심 포인트'로 각 강의가 시작하기에 뒤에 나오는 회화를 문법과 어휘 등을 신경 써 구성은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 대화들 아래 '대화 내용 핵심 포인트'가 있어 활용 등도 부가적으로 설명한다. '연습문제'도 녹녹지 않기에 한 강의가 꽤 길다는 생각도 드는 것은 내 언어 능력의 부족함이었지 않나 싶다.

  동일본 대지진이 있을 때 즈음에 일본어를 겸양어까지 배웠었는데 그 이후 공부를 안 했더니 다 잊은 것을 떠올린다. 아무래도 알파벳 언어들에 비해 수월하게 배웠지만 언어는 계속 사용해야 된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한다. 스페인에서 직접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언어는 스펠링은 모르겠으나 발음이 여전히 기억나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언어는 실제로 많이 써봐야 늘고 오래간다는 것, 알고 있지만 그동안 다양한 것을 배우며 잊은 것들 중에 언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된다.


  분명 이 스페인어 독학 책을 열심히 공부하며 어느 정도까지 스페인어를 사람에 따라 다른 수준으로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부 중에 또 잊히지 않을까?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 언제고 다시금 가보겠다는 마음과 커피 산지 투어 등을 염두에 두고 보게 된 책이었다.

  내가 다양한 언어를 배워보진 않았으나 대화와 문법 등의 구성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스페인어에 관심 있는 이들이 학원 등록을 머뭇거리기 전 일단 첫걸음 입문하기 좋은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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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몰입 확장판 : 나를 넘어서는 힘 - 내 안의 잠재력을 200% 끌어올리는 마인드셋
짐 퀵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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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를 다니며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제목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라던 것이었다. 그만큼의 임팩트가 있지 않는 내용에 쉽게 붙일 수 없는 단어. 잠시 쉬어가는 시기. 쉬는 것도 좋지만 자기계발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내 안의 잠재력을 200% 끌어올리는 마인드셋'과 '나를 넘어서는 힘'이라는 수식과 부제에 끌렸다. 오랜만에 추천사가 참 많은 책이었지만 그 부분은 일단 넘기고 저자의 확장판 서문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는 물리학자의 글 인용이 기억에 남는다. 들어가며에도 '영웅의 여정에 필요한 것은 선택뿐이다'라는 문장이 이 책의 여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살짝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책은 '왜 우리는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할까?', '낡은 마인드를 완전히 리셋하라', '몰입해야 할 이유를 반드시 발견하라', '잠재력을 터뜨려 지금의 나를 넘어서라', '한계 없는 잠재력을 무한히 추진하라' 총 5부 19장으로 구성된다.

  1부의 제목에 나 역시 동의를 하는 편이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종종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나와 비교해서 규정짓기도 했다. 오히려 나보다 더 배운 사람들이었으나 전공이 다르기에 차이를 두는 것 같았다. 분명 그 부분은 신앙생활이었고,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해왔기에 내가 할 수 있다면 그들도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여겨왔던 부분이었으나 이미 그들은 한계를 정해둔 것 같았다.

  '코끼리 길들이기'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자신의 한계를 만나 결국 더 큰 힘을 가진 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그런 게 우리의 한계 짓기가 아니었을까? 종종 오기 때문에도 그걸 넘어보려 하는 편이기에 어쩌면 내가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또 다른 의미의 초능력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배우는 FASTER 기법'을 보며 이 기법을 내 삶에도 적용하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앞으로 배우고자 하는 것들에 도움이 될 것 같다.

  2부 시작부에 앞서 내가 이야기한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학습된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이 여기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든다.


'어떤 일을 책임질 때 우리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큰 힘을 갖게 된다.'(p.115)


라는 저자의 말은 기억에 남고, 과거의 그런 일들도 회상해 보게 된다. 6장의 내용은 그동안 나를 한계 짓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저자는 거짓이니 그것에 휩쓸리지 않는 새로운 신념을 제시한다. 우리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내용이었다.

3부에서는 '동기'를 다룬다. 분명 내 행동의 이유가 있다. 맹목적인 행동은 결국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7장에서 목표를 발견하게 하는 마법의 질문 SMART와 실행에 옮기기 위한 감정 HEART로 점검해 볼 수 있다. 8장을 읽으며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몇몇 내용은 이미 내가 실천하는 것들도 있었으나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내 피로의 원인에도 연관이 되는 것들이었다. 건강한 뇌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의 뇌혈관 질환으로 조금 더 관심을 두게 됐음에도 책에서 만나는 레시피들은 새로운 내용이었다. 9장은 습관에 대해 들어본 내용과 저자가 제시하는 효율적인 내용들을 접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알고는 있지만 변화시키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고, 어떻게 더 나은 습관을 만들어 나갈지도 생각해 보게 되는 장이었다. 10장에서는 '몰입의 4단계', '온전히 집중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 '몰입을 방해하는 악당'의 글을 읽으며 과거에 비해 내가 집중력이 흐트러진 원인들도 확인하게 된다. 제대로 몰입을 해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떠올려 본다.

  4부에서는 나를 넘어서기 위한 집중력, 학습력, 기억력, 속독력, 사고력을 키우는 법을 접하게 된다. 일단은 읽는 동안 어떤 내용인지만 훑어보게 된다. 시간을 두고 습관화를 만들어 가야 할 내용이다.

  5부에서는 그동안 2~4부까지 마인드셋, 동기, 방법을 배웠다면 세 부분을 총괄하여 응용하게 된다. 기존의 책에는 없었던 내용을 담은 듯했다. '뇌 유형별 학습법'은 치타, 올빼미, 돌고래, 코끼리로 유형을 분류해 각 유형에 맞는 방법들을 전달하기도 한다. 18장의 내용을 읽으며 나는 과연 내 두뇌에 얼마나 신경을 써왔는가를 생각한다. 뭐 주는 것 없이 바란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뇌보다는 맛에 집중했었다. 책을 읽었다고 바로 그 일상이 변화를 하진 않을 듯하다. 다만, 지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차츰 줄여가고 더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먹는다면 보다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19장을 보며 다시금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생각하게 된다. 의존하기 보다 활용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도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진 못했기에 책의 조언들을 참고해야겠다.


  어제 읽었던 뇌 과학 관련 책보다 개인적으로 와닿는 내용이 더 많았고, 바로 적용을 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아오며 만난 수많은 선택이 나의 현재를 만들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고, 나를 넘어서는 힘은 결국 내 안에 있다는 것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다른 책들을 통해 알고는 있었으나 규정되고 한정적인 내외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너 나아질 수 있는 선택이 아닌 익숙하고 편한 것을 선택했던 것 같다. 나를 넘어서기 위해 책에서 만나게 되는 불편하지만 해볼 만한 저자의 조언을 조금씩 습관으로 만들어가면 책의 수식과 부제처럼 나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이들과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방법을 찾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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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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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네가 나를 어떻게 아냐?"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정말 나조차도 나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에 '나라는 착각'이라는 제목에 흥미가 갔다. 머리말의 첫 질문에서 벌써 막혀 버린다. 흔한 자기소개가 나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우리 안에 3명의 내가 산다는 말에도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동조를 하게 되는데 과거의 내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은 '편집된 자아', '만들어진 자아', '꿈꾸는 자아'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를 읽으며 나의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나를 어떻게 만들어 가게 되는지를 배우게 된다. 나의 가장 유년 시절의 기억이 무엇이었는지도 떠올려 보게 되는데 몇몇 부분적인 기억만 남아 있었다. 분명 현재의 나는 과거의 무수한 기억의 조각들로 지금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 기억들조차도 어쩌면 재구성이 되어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동안 기억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조금씩은 편집된 기억들이 나오는 것도 1부를 읽으며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 유명했던 논쟁을 떠올리게 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내 지인들과 다닐 때 그들과 나의 시선의 차이를 떠올린다. 6장 제목을 보며 글의 처음 내가 말했던 게 생각난다. 이 장에서 만나게 되는 일화들은 소설이나 뮤지컬, 드라마에서 본 내용들이나 현실에도 있었음을 확인한다. 7장 미신에 관한 부분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은 나도 어느 정도 나만의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8장에서 최초의 이야기에 대해 접하는데 그곳에서 서사의 여섯 가지 구조도 만나게 된다. 1부를 읽으며 내 정체성이 왜 편집된 것인지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다.

  2부를 보며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개인주의 성향으로 변해가는 것은 그렇다면 진화에 역행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개인적인 성향은 피력하려 하지만 결국 다수의 자리에서 자신만 다른 것도 드러내지 못하는 게 사람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정치적인 의견의 차가 다른 곳에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는데 '나의 선택이라는 착각'에서 그런 내 행동도 반대편에 선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굴복이라 볼 수도 있겠다. 뒤로 갈수록 특별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의 자아가 어떠한 영향을 받아 변형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나 역시 신앙을 가지고 있기에 이 부분에 더 신경이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3부의 첫 글을 읽으며 그러고 보니 인생에 영향을 주는 책들을 돌아보니 소설들이 많았음을 떠올린다. 소설을 그리 자주 읽지는 않았으나 그만큼 기억에 남는 전환기의 책들은 내게도 소설이었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 역시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어지는 글에서 나쁜 이야기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만나게 된다. 요즘 가짜 뉴스들도 이런 쓰레기라 볼 수 있겠다. "후회 없는 삶"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가상의 후회를 사용해 현재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에 흥미로웠다. 지금도 진짜 원하는 나가 어떤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후회하지 않는 내'가 될 것 같은데 지금도 후회의 기로에 있기에 그건 어려울 듯하다.


당신이 말하는 서사가 곧 당신이다.(p.333)


  위의 결론을 보기 위해 책을 읽어왔던 것 같다. 이미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부족하고 못마땅하더라도... 그 이야기는 과거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재로 이어졌고, 다시 미래로 나아가는 중이라는 것도 확인한다. 분명 여전히 과거가 나를 붙잡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음도 생각한다. 살아오면 최근 10년간 다양한 직종을 살아온 것도 내가 원하는 것과 더 밀접하게 일치하는 다른 서사를 소비하기 위함이었는지 모른다. 책을 읽으며 한동에 크게 '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잠시 쉬어가는 시기. 자신을 돌아보려는 이들이 접하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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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걷는사람 시인선 109
김수목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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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제목이 끌렸다. 궁즉통 '상황이 절박하면 길이 열린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되는 제목이 끌린 것은 현재의 상황 때문이었으리라. 3년 전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했고 얼마 전까지 일을 해왔지만 부동산 경기는 좋지 않았다. 커피를 하다 막막하던 시기 요트 세일링 교육을 하게 됐고, 관광객 예약이 몰렸던 때에 코로나19가 터져 결국 부동산 업계로 넘어왔다. 일이 풀리지 않아 다시금 답답한 시기였기에 시집 제목에 손이 갔다.


  1부의 첫 시 「심야 버스」의 첫 문장에 내 마음이 들킨 듯했다. 나도 반복되는 일상 중에 미래로 가고 있는데 '파랗게 질려 가는 찌든 얼굴들'에 내 얼굴도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시집 제목에 대한 끌림의 연장선이었을까? 표제 시인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를 읽으며 나 역시 잡으려 하는 것들이 많았다. 내 업을 놓치지 않고자 손을 꽉 쥐고 있었기에 오히려 붙들지 못해 빈주먹만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도 된다.

  2부에서는 「붉은가슴딱새」의 시어들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나는 무엇에 마음을 빼앗겼고, 언제부터 기다린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죽음이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나이대이기에 2부에서의 몇몇 시는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내가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었는지 모른다.

  3부 '짧은 사랑의 기록이라고 해 두자' 그 '짧은 사랑의 기록'은 슬픔을 담고 있는 듯했다. 짧은 여행도 하기 어려웠던 시기는 더 여행을 하기 어렵게 내겐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병원에서 간병으로 코로나19의 암담한 현실을 체감했고, 병원 내에서도 퍼지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인 모습들을 봤었다. 아직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기에 발길을 뗄 수 없는 시기. 나의 짧은 사랑은 기후 동행 카드와 함께 한동안은 이어갈 듯하다.

  4부의 첫 시 「세월」에서 익숙한 구절이 보인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사였기 때문일까? 그러나 세월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다만, 어떻게 순풍처럼 잘 활용하며 가느냐의 문제가 아닐지. 4부의 제목은 마지막 시 「한낮」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어져 가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는 시를 그리 잘 읽지 못하지만 시집의 제목에 이끌려 읽었다. 그 제목에 끌렸지만 시집 안에 제목보다도 끌어당기는 시들이 있었다. 혹해서 선택했으나 괜찮은 선택이었음을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벌써 걷는사람 시인선이 109가 되었다. 대학시절처럼 시를 쓰진 않으나 여전히 습작을 하는 시기라 이 시집에 끌렸던 것은 아닐까? 그 '막막함'은 이 시기이자 내 마음에 필요한 시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생각하게 된다. 가볍게 제목에 끌려 읽더라도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어쩌면 시집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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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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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하면 「진달래꽃」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김소월 시인의 시는 꽤 많았다. 그는 젊은 나이에 많은 시들을 남겼던 것 같다. 그럼에도 대표작들 외에는 확실히 기억나는 김소월의 시가 궁금해 이 책을 읽게 됐다.


  첫 시 「먼 후일」부터 소월의 시를 떠올리게 한다. 먼 후일이라지만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시. 잊지 못한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잊었노라'로 반복하는 시이며 첫 시부터 김소월 시의 음악성이 울림처럼 남는다. 시를 읽다 보면 비슷한 가사의 노래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못 잊어」의 첫 행을 읽으며 패티 김의 「이별」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느 정도 이 시에서 영향을 받은 노랫말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책의 제목과 같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도 첫 시 먼 후일과 비슷한 구조로 반복이 주는 여운은 어린 시절 읽을 때보다 40대 중반이 되어 읽으니 또 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시인의 시들을 한 번에 많이 읽다 보니 어느 정도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것도 느낀다. 운율이 그래서 생기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시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듬이 느껴지는 것도 그러하다. 괜히 노래로 많이 만들어졌던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개여울」을 읽으며 아이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204편의 시를 읽으며 내가 김소월 시인의 시를 꽤나 외우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시 외에도 「초혼」, 「가는 길」, 「왕십리」, 「진달래꽃」, 「산유화」, 「엄마야 누나야」 등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내 학창 시절 교과서에 많이 수록된 시이기도 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유작이라는 「실버들」은 처음 읽어 보는데 시인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시 같아 괜한 안타까움도 느껴지게 된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10살 이상은 더 젊었을 때 시인은 세상을 스스로 등졌다는 것도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 그가 내 나이 정도까지 살아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되는 것은 그의 훌륭한 시를 접하며 커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월 김정식의 204편의 시를 담고 있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학창 시절 교과서 공부로 접하던 시인의 시를 성인이 되어 접하는 이들에게는 예전엔 미처 모르던 것들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한 권으로 소월의 시를 접해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고 왜 소월의 시가 노래가 됐는지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시험을 위해 읽는 김소월 시인의 시가 아니었기에 더 와닿는 것들이 많았던 시간이었고, 지금 읽으니 느껴지는 게 많았던 시집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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