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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ㅣ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4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외 옮김 / 동녘 / 2024년 6월
평점 :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왔다. 책 제목이 이상하게 지금의 현실을 인식하게 만든다. 이런 일이 언제고 올 것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 현재 내 감정의 기복은 온전치 않다. 미셸 푸코라는 철학자의 미공개 선집이라는 것과 제목이 끌려 읽게 된 책.
미셸 푸코가 참여했던 '강연과 세미나' 내용을 소개한다. 강연에서 '자기 돌봄'에 대해 다루는 데 가톨릭 신자인 내게 그가 제기한 자기 포기를 역설적으로 구원의 조건으로 만들어버린 그리스도교의 도덕적 계승에 대한 내용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자기 포기'라는 용어보다는 '희생'이라는 용어로 포장한 교리적인 정신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를 돌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을 가라 생각했지만... 초기 그리스도교 수도원의 금욕적인 운동이 분명 영향을 줬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자기를 돌보기 위한 자기 인식에서 자신을 포기하기 위해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자기 인식'으로 바뀌어 갔다는 것에 대해서도 푸코의 철학에 반박을 하긴 어려울 듯했다.
'파레시아'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의 제목에 보다 직관적으로 다가간다. 가톨릭 신자인 내게 고해성사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분명 고해성사가 오히려 우리 스스로를 억압하거나 신앙생활의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그런 부분들을 떠오르게 된다. '파레시아'의 역사를 보며 어떻게 그 권리나 의미가 변하게 되었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파레시아'가 자기를 돌보고 자기를 기르는 일도 하지만 반대로 자기를 억압하고 부정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는 게 씁쓸하게 다가왔다. 시대에 따라 같은 의미라도 다르게 변화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지는 꾸준히 나이를 먹어가며 살아가다 보면 느끼기에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미공개 에세이로 생각하고 읽게 됐는데 강연과 세미나 글이었다. 푸코의 철학을 제대로 접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어렵게만 다가오진 않았다. 오히려 강연과 세미나로 이루어진 책은 더 친절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내가 그리스도교라 푸코의 말에 모두 동조하긴 어려웠으나 충분히 그렇게 반론을 취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기에 그의 말에 모두 반대하긴 어려웠다.
나는 얼마나 나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최대한 진실을 말하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은 알기에... 다만, 책을 통해 그동안 나를 돌보지 않았던 날들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었고, 아버지 생전에 해드리지 못한 말들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미셸 푸코의 철학을 접하지 않았던 이들이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책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볼 계기를 만들어 주고 지금 살아가며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내용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