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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평점 :
사후 세계를 문학 작품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를 통해 종종 접해왔다.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단테의 『신곡』의 이미지가 기초가 되었으나 나고 자란 동양의 문화 영향도 남아 있다. 군대 시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으며 소설 속 사후 세계를 상상했으나 영화 '콘스탄틴'처럼 공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사후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씩은 접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책은 '신화', '종교', '책', '영화', '텔레비전', '음악과 연극', '기타 다양한 사후 세계들'로 구성된다. 우리가 가장 사후 세계에 접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아닌가 싶다. 처음 '신화'적 공간 중 중국의 지옥과 고대 그리스의 하데스가 그래도 가장 익숙했다. 스칸디나비아의 경우 두 곳이 나오는데 발할라는 익숙했으나 헬은 낯선 곳이었다.
두 번째 챕터 '종교'에서는 가톨릭 신자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연옥'을 만난다. 그보다 가톨릭에서 갈라진 다른 종교 중 특히 동방정교회의 '천상의 톨게이트'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아이티의 부두교가 아프리카 어느 왕국의 종교와 로마 가톨릭이 신대륙에서 혼합되어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게 된다. 저자의 의도인 '열반'을 비워둔 것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세 번째 챕터 '책'에서는 제대로 본 적 없는 『나니아 연대기』 속 '아슬란의 나라'에 대해 접한다. 영화로도 제대로 안 봤으나 아슬란이 예수님을 모티브로 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기에 아슬란의 나라의 이미지도 천국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역시 단테의 『신곡』의 세 곳은 이 챕터에서도 다 만나볼 수 있다. 기대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속 장소들은 다른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아 그런지 만나볼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 가장 흥미롭게 읽었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만 남았고, 낯선 작품들 속 다양한 상상력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네 번째 챕터 '영화'의 세계가 익숙한 것이 역시 책보다는 편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가장 처음 나오는 곳은 잘 모르기에 영화 <액설런트 어드벤쳐 2>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억이 생생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봤기에 가물거리는 작품들은 다시 봐야 기억이 날 것 같았다.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작품답게 영화 속 사후 세계가 멀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정상일까?
다섯 번째 챕터 '텔레비전'의 사후 세계들은 해외 작가의 작품이기에 <환상특급>과 <스타트렉>이라는 작품 외에 대부분 낯설다. 제목은 익숙한 <로스트>도... <스타트렉>도 극장판 위주의 기억이 전부라 책에서 나오는 내용은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이어지는 여섯 번째 챕터에서는 음악과 연극에서, 일곱 번째 챕터에서는 기타 다양한 사후 세계를 다룬다.
사후 세계의 호기심은 분명 책을 통해 시작됐다. 하지만 상상의 공간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이제는 내 주위에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생기기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경험하지 않는다면 책 속의 공간들 중 비슷한 곳이 있는지를 모르겠으나 상상력으로라도 사후 세계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결국은 죽음으로 헤어짐을 겪게 되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내가 얼마나 받아들이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도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가슴이 철렁거리던 순간을 떠올린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우리가 그 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확실치 않은 사후 세계를 간접 경험하고자 하는 의욕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결국 죽어봐야 알 수 있는 곳곳이지만 죽음은 우리 삶에 얼마나 밀접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