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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수업 - 영화감독 육상효와 함께하는 시나리오 쓰기
육상효 지음 / 알렙 / 2023년 11월
평점 :
제목이 끌렸다. '이야기 수업'. 시나리오를 써본 적도 없고, 대학시절 단편소설 한 편을 써서 과제로 제출한 게 전부였다. 그때 교수님의 평은 아직 기억한다. "기자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겠다."였는데 기자는 생각도 안 했던 문청이었기에 그렇게 난 역시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졸업 후 소설은 더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마케팅 회사를 다니며 마케팅을 알아가며 스토리텔링에는 관심이 생겨 이야기에도 관심을 두다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저자의 이름은 낯설다 생각했는데 그가 감독한 영화를 세 편이나 봤으니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을 듯했다.
총 여덟 번의 수업으로 구성된 책에서 첫 수업은 책을 읽는 이들도 이야기를 공부하는 게 가능할까? 싶은 의문을 저자 역시 경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의문과 가능성을 이 책에서 이어간다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오리엔테이션을 해본 게 언제인지 모르나 충분히 그 역할을 잘 해주는 첫 수업이었다.
두 번째 수업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한가?'에서는 「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제목은 익히 들었으나 책을 통해 내용에 대해 알게 된다. 워낙 명작이라는 얘기는 들었으나 보지 않은 영화다. 이번 수업에서 이야기가 왜 필요한지를 만나게 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의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감정을 소비하기 위해서, 삶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서,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하다'라는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세 번째 수업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영화 「어댑테이션」은 찾아서 봐야 할 것 같다. 제목조차 낯선 영화였으나 글을 읽으며 끌리게 되는 매력은 분명 이야기에 대한 비밀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에게 익숙한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도 이 부분에서 다루며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서도 분류를 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네 번째 수업 '이야기의 시작'에서는 그래도 봤던 영화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배우지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로빈 윌리엄스를 기억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1단계 '한 줄 스토리 쓰기', 2단계 '주제 정리하기' 등 이번 수업에서는 뭔가 쓰게 되는데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던 부분들이었고, 나 역시 너무 교육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것도 확인한다.
다섯 번째 수업 '구조의 설계'에서는 3단계로 '3장 시놉시스 쓰기'를 다룬다. 1장에서는 스토리의 세계와 주요 인물을 소개하고, 2장에서 욕망을 전개한다. 마지막 3장에서는 종결감을 주는 결말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를 다룬다.
여섯 번째 수업 '시퀀스' 이 용어를 21년 전 복학해서 처음 들었을 때 생소했었다. 그 후로도 꾸준히 접할 기회는 없었기에 낯선 용어이긴 여전했다. 시퀀스에 대한 해설과 저자가 생각하는 한 편의 영화에 여덟 개의 시퀀스가 왜 적절한지를 알려주는 1~8까지의 시퀀스의 역할들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실제 스토리 분석'에서 「굿 윌 헌팅」과 「노팅 힐」 스토리 분석을 보여주며 이번 수업은 마무리된다.
일곱 번째 수업 '장면'에서 인용되는 한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에서 시나리오 용어를 다양하게 만나게 되며 실제 시나리오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되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쓰던 상태가 아니었기에 내게 준비된 것들은 없었고 읽기 바빴던 것 같음에도 소개되는 영화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스텝 아웃라인'에 대해서도 어떤 것인지 시나리오를 보며 확실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수업 '캐릭터를 위한 변명'에서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학자들에 따른 캐릭터 원형 분류 등에 대해 알아가고 왜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제시하는 부분이었다. '당신은 당신의 상처입니다'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상처가 인물의 성격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기에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각 수업에는 한 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그중 내가 제대로 본 영화는 두 편 밖에 없었다. 나름 영화를 즐겨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시나리오가 좋은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았었나 보다. 코로나 이후로는 극장에 가는 횟수도 급격히 줄어들었으니... 그러나 찾아볼 영화들이 생긴 것이 뭔가 불씨 같은 게 생긴 듯했다.
책을 읽으며 시나리오에 조금 더 다가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름은 알았으나 크게 신경이 가지 않던 영화들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게 됐다. 책을 읽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쓰기에는 내 호흡은 짧았고, 읽기에 집중한 책이었기에 쓰지 못했다.
책 속 수업을 따라 글을 완성해 간다면 끝에는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품성을 둘째 치고서라도 뭔가 하나를 마무리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을 준비하기 위한 첫 시작을 위해 '시나리오 쓰기' 책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