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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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책을 오랜만에 만난다. 9년 전 오랜만의 피정을 가며 읽었던 기록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으니 8년 만에 작가의 글을 읽는다. 책 띠지의 천일의 시간보다 더 오래된 일이었다. 어찌 보면 씁쓸한 제목일지 모르겠으나 결국 인간 본성의 외로움을 떠올리는 제목에 끌렸다. 


  작가의 첫 글을 읽으며 3년의 코로나 팬데믹을 떠올린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사람들과 멀어졌고, 미사도 사라졌다 재개가 되어 성가대에 인원이 없어 다시 복귀한 그 3년을 잊었던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이직을 하고 공인중개사 자격도 취득했었다. 거리 두기 덕분에 공부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떠오른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게 다가온다. 새해 첫날 만났던 회원의 부고를 어제 들었고, 아버지께서 쓰러지신지 2년이 되어가는 시기. 죽음이 정말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나 역시 단톡방의 회원님의 부고장을 보며 당사자라는 것에 어리둥절했다. 물론, 나보다는 연상이었으나 며칠 전에도 웃으며 새해를 맞이했었는데 이틀이 지나고 회사에서 쓰러진 회원님은 깨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열심히 세일링을 하러 나가던 때가 아니라 1년에 2~3번 정도 보던 사이였으나 며칠 전에도 만났기에 믿어지지 않았다. 

   죽음이 함께한다는 경험이 있었음에도 내겐 아직 예루살렘이 허락되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마음과 경제적 여유도 없고, 현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이달 안에 읽게 될 신앙서적과 보이지 않은 끈이 연결된 듯한 느낌을 준다. 분명 그냥 산문집으로 접했는데 예루살렘 여행기라 그 안에서 만나는 신앙적인 부분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았던 것 같다. 본문에 등장하는 신부님이 어쩌면 내가 아는 신부님이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분도 교정사목국에 계셨었고, '우행시' 때 저자와 인연이 닿았던 것도 알기에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글은 갈수록 저자의 성지 순례와 신앙 체험의 글들로 이어진다. 꾸준히 미사를 드리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그냥 일상이 되었던 내 신앙생활. 아버지의 병환을 통해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는 일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었고, 지금 내 마음가짐도 그 영향을 통해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내게 굳이 이스라엘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생활이 신앙 체험의 현장이 되고 있었기에 저자를 통한 간접 성지 순례와 체험기로 만족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여러 안배를 통해 나와 연이 닿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신앙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제목에 끌려 읽게 됐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다.

  내 MBTI가 인싸 중의 아싸, 아싸 중의 인싸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외로움을 알지만 온전히 그 외로움에 들기 거부할 때가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기에 외로움을 타고났는지도 모르지만 결국 '다시' 외로워질 것을 알면서도 함께하게 되는 것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책을 통해 가보지 못한 예루살렘과 잘 모르던 샤를 드 푸고 성인에 대해서도 접한다. 신자가 아닌 분이 책을 읽고 쓴 글을 보니 그분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왔던 책 같다. 하물며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 책이 아닌가 싶다. 이달 말에 있을 오랜만의 음악 피정에 앞서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것. 9년 전 피정 즈음에 공지영 작가의 산문과의 만남처럼 필연처럼 예정이 되어 있는 듯했다. 나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그 외로움이 내 성장을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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