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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만 들 뿐 어린 시절 생각했던 어른이 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성경에서 '죄가 없는 사람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예수님의 말에 나이든 사람부터 자리를 떠났는지를 이해하게 될 뿐,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여겨진다.
분노도 어린 시절에 비해 조절을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 또한 나이와 상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음을 깨달을 뿐이다. 생활 속 꾸준한 스트레스에 오히려 화가 늘어 과거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일도 거슬리는 그런 일상에서 이 책을 만났다. 『분노수업』 부제가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이기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했다.
왜 카피로 "인생의 고비에서 우리를 잡아주는 간디의 가르침"인지는 저자의 이름과 프롤로그가 이해를 시킨다.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가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2년 동안의 생활에서 배운 교훈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의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베이비핑크? 컬러에 타이포그래피와 책 앞장 하단부에 선인장 일러스트가 보인다. '분노' 때문에 '선인장' 화분 일러스트를 넣은 것 같다. 책은 300여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뺀 열한 가지의 교훈으로 구성된다.
저자가 직접 겪고, 보아온 내용을 할아버지가 어떻게 교훈을 전했는지 체화된 글로 읽는 이들에게 전달을 한다. 첫 교훈에서 분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생각을 하게 된다. 분노를 참다 터뜨리며 더 큰 화를 드러내는 일이 많았기에 과거의 비해 다른 창구를 찾게 된다. 책에 나온 분노 일지도 그 방안이 될 수도 있고, 그 분노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다른 해소책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두 번째 교훈은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하는 광고가 떠오르는 교훈이다. 공동체 문화에 익숙해져 있을 때 참 어려운 일이 경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자신의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보게 되면 반대의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는 부분이라 여전히 모호하다.
세 번째 교훈을 읽으며 과거 면담을 통해 내 생활에 '나'에 대한 사랑과 집중이 없어 그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때가 생각났다. 너무도 이타적이라 스스로를 학대하는 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에 참 놀랐었다. 4년 전 건강이 좋아지지 않은 후에는 그래도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도 명상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네 번째 교훈을 읽으며 자존감이 떨어질 때 내 가치의 소중함을 무시하는 때가 생긴다. 스스로 그럴 경우에는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이들의 반응에는 버럭하게 되는... 이런 나도 이 사회에서 드러나진 않더라도 무엇인가 하고 있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다섯 번째 교훈에서 왜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간디의 교훈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할 때는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p.129)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섯 번째 교훈 제목 '닝비는 폭력이다'는 처음에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어린 시절 일화에 할아버지 간디가 알려주는 교훈으로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시간은 낭비하기에는 너무도 소중하고 아까운 것'이라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일곱 번째 교훈은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서 더더욱 공감을 하게 된다.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모습을 보며 그들이 보고 자라온 주위의 환경에 폭력이 무감각 하게 퍼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방송을 통해 보게 된 한 사건의 경우도 가해자 부모의 별일 아닌 듯한 대답을 보며 이번 교훈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책에서 부모의 노력과 별개로 자식이 잘못될 수 있음에 대한 내용도 나오니 무턱대고 비난하긴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여덟 번째 교훈에서 겸손에 대한 중요함과 손자에게 물레를 분해하게 하여 다시 조립하게 하는 작은 스프링의 중요성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더 큰 사회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말은 기억에 남는다. 사회에서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찍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려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니 주의를 해야겠다.
아홉 번째 교훈에서는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금 보여주는 내용이 보인다. 특히, 영국 직물 노동자들과의 일화는 대단하다. 나라면 생명의 위협을 알기에 꺼려했을테지만 왜 그래야 했는지 현실을 직접 보여주며 지지자로 만든다. 간디에게 통찰력 뛰어난 역사가들이 왜 협상가라 했는지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뒷부분에는 요즘으로 하면 페미니스트적인 사상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분이 스스로를 해방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여러분을 해방할 수 없습니다."(p.253)는 말은 지금도 해당하는 말이라 생각을 하게 된다.
열 번째 교훈에서는 저자의 슬픈 이별을 간접적으로 겪게 된다. 교훈의 제목처럼 남을 마하트마 간디의 말 "우리가 세상에서 보고자 하는 변화가 있다면, 우리 스스로 그 변화가 되어야 합니다."(p.278)이 모든 것을 드러낸다.
열한 번째 교훈 '오늘이 어제보다 낫도록 하라'에서는 간디의 실천에 관한 가르침이 참 많이 보인다. "1온스의 실천이 몇 톤의 가르침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 "실천은 최고의 웅변이며 최고의 선전이다."(p.307) 앞선 일곱 번째 교훈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었으나 마지막 교훈에서 더 확실히 느껴진다. 교훈의 제목과 함께.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인 저자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보낸 시간에서 이러한 평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마하트마 간디의 일상에 녹아 있는 정신 때문이었다 생각한다. 책에서 만나게 되는 바푸지 간디의 모습은 위대하고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이나마 책에서 배운 교훈을 생활에 녹여가면 내 분노에 휩싸이는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