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을 리뷰해주세요.
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아내와 딸이 소중하다고는 느낀다. 그 마음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늘 노력한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참고로 삼으려고, 옛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자기가 받았던 애정을 떠올려보려 해도 캄캄한 공간이 펼쳐질 뿐 이었다. 어디를 보고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바다 향기를 머금은 한밤의 숲. P.226-7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과연 주인공들에게 밝은 빛은 찾아오는 것일까.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처음 만난 미우라 시온의 신작은 전작과는 달리 경쾌한 리듬은 깡그리 지워버린 듯 했다. 그저 눅눅하고, 한정없는 늪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어두운 면은 숨겨져있고 평화로운듯 보이는 섬마을. 어느날 거대한 쓰나미가 그 마을을 덮치고 어린 미카, 노부유키, 다스쿠, 다스쿠에게 폭력을 휘두른 다스쿠의 아버지인 요이치, 그리고 등대지기, 마지막으로 외부에서 들어온 야마나카가 살아남는다. 그런 혼란 속에서 노부유키는 또다른 폭력을 저지르게 되고, 그러한 사실을 미카, 노부유키, 다스쿠는 마음에 품고 섬에서 벗어나 살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듯했던 이들은 서로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섬에 두고 왔다고 생각했던 폭력 역시 그들을 다시 찾아온다.  

멀쩡하게 살아가는 노부유키와 화려한 삶을 선택한 미카. 자신들이 꿈꿔왔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걸어가게 되고, 독자들 역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보게 된다. 이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들을 찾은 폭력으로 인해 그들은 그들이 저질렀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사실 책은 폭력과 폭력이 물려 더 어두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혀 다른 결말을 보고, 이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상당히 고민되었다. 폭력은 결국 폭력으로 해결되는 것인걸까. 경쾌한 소설을 썼던 작가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왜 이렇게 어두워진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낸내 결말을 보기 위해 이 책을 멈출 수 없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어두컴커해졌었다. 한참 책도 읽기 어려운 상태였는데, 왜 이 책을 놓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에서도 무서운 폭력의 현장을 목격하고, 과연 이 사태를 어찌해야하나 막막한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혹시 이 책이라면 그 폭력의 끝을 보여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이러한 폭력을 아직 접해보지 못했기에 새로운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 어느쪽이든 이 책은 어둡지만,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된다. 전혀 다른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작가 미우라 시온의 힘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다음은 또 어떤 작품일까 기대된다.  

환생이라는 게 정말로 있따면, 그것은 사후에 일어나는게 아니라 한 번의 생안에서 변절을 가리킬 것이다. 빈 구멍 주위를 맴도는 새로운 생이 사직되었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달리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몸은 아직 호흡하고 있다. 그러나 미카 역시 나를 잊지 않았다. 나를 부르고, 원하고 있다. 어두침침한 환생 이후의 생활에 전생의 빛이 비쳐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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