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 빠담, 파리>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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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꿈은 수도 없이 바뀌고, 원하는 것도 수도 없이 바뀌지만, 그래도 내가 딱 한가지 지속적으로 간직한 꿈이 하나있다. 바로 파리에서 살아보는 것. 스쳐지나가는 여행객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살면서 공부도 하고 직장도 잡고 일상에 녹아들어가 보는 것이다. 물론 별로 좋지 않은 모양새도 많이 마주치게 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나의 꿈을 현실화 시킨 사람의 이야기이다. 불어도 못하고, 프랑스에는 달랑 한번 여행으로 갔다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지고 파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 그런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보여준 책이다.
"서른살 내 인생은 웃찾사를 떠나면 아무것도 없었다. 개그 대본을 짜기 위해 일주일을 꼬박 보낸 탓에 가족들 얼굴은 일주일에 단 한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P.32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 회사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고백했을 때는 무서웠다. 나 역시 그녀와 똑같았기에 일도 즐겁고, 보람도 느끼고 있었지만, 정말 이 회사를 떠났을 때 나에게 무엇이 남나 생각을 해보면 오싹해진다.
결국, 잘 나가는 방송작가였던 작가는 (내가 보기엔 늦은 나이인) 32살에 파리로 향한다. 번듯한 대학에 유학을 간것도 아니고 다른 방송국이랑 계약이 된 것도 아니다. 무서운 일을 당했던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뛰게하는 일을 하기 위해 파리로 떠나고, 파리에서 그녀는 신입 가이드라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문득 지난번 TV에서 본 한비야 선생님이 생각난다. 자신의 가슴을 뛰게하는 일... 과연 나도 그렇게 대답할 수 있을까?
경력도 전혀 상관이 없고, 그렇다고 파리 토박이도 아닌 그녀를 뭘 보고 뽑았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고군분투기가 시작되었다. 초반부터 가이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그녀를 보고, 나라면 분명 날아서 돌아왔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이드를 하게 되어 점점 파리를 알아가게 되고 루브르 집중투어를 맡게 되고, 선배들에게서 배우던 그녀가 신입 가이드를 또 맞이하게 되고. 파리에서 지낸 1년 동안 나 자신 역시 그녀가 많이 자라고 있음을 글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선배들 말대로 긴긴 여행과 낯선 삶에 대한 도전으로 내 안은 충분히 풍성했다. 물론 과거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지만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내가 다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예전과 비슷한 현 상황만 보고 자꾸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누가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자기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할만큼 난 행복한 사람이었다." P. 278
파리에 다녀와서도 성공적으로 서울에 정착하는 그녀를 보고, 그녀의 직업적 특성 때문에 그녀가 그렇게 쉽게 떠나고 다녀와서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지 않나... 나는 그렇게 못할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억울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 그녀가 고민했던 것들은 여전히 남아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경우 역시 이러한 계획이나 여행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대부분 파리에서의 로망을 이야기했지, 그곳에서 직업을 가지고 정착하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녀의 고군분투기는 솔직해서 마음에 들었고, 그녀의 파리 여행기는 재미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여행에 돌아와서도 모든게 해결되었다는듯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보면 파리가 아닌 삼십대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고, 여행이 아닌 생활을 이야기한 맛깔스런 이야기였다.
"그럼 한번 떠나봐. 다 잊고 말야! 어쩌면 그곳에서 네가 원하는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을 거야. 그게 일이든, 사랑이든, 또다른 행복이든!" P.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