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마음>을 리뷰해주세요.
느림보 마음 - 시인 문태준 첫 산문집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에는 성성한 것에 의탁해야 합니다. 졸리고 게으른 것이 아니라 더욱 강렬한 의지에 의탁해야합니다. 그러할 때 여름은 그늘과 휴식을 선물합니다."  

 장마가 지나가고 한참 무더운 여름날, 지하철에서 이 책을 폈다. 지하철까지 걸었던 10분동안 흘린 땀이 싫었고, 후덥지근하고 습기찬 날씨도 불만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나를 꾸짖듯, 이 책의 앞부분에는 여름에 관한 글이 실려있었다. 에어콘 틀어진 방에서 나오기 싫어지는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야 한다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풀색에 가까운 초록 표지에 느림보 마음이라는 제목은 왠지 같이 한없이 늘어지게끔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책을 펼치고 지하철에서 읽어내려갔다가, 왠지 멍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과 한강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번주 금요일에도 새벽 2시까지 야근을 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아주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덜커덩 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모처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아주 느리고, 정도를 걷는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님은 아이가 던지는 질문에서, 늙은 어머님에게서, 키우는 거북이로부터 그리고 한 3개월 정도마다 바뀌는 계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냥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 그런 당연하고, 평범한 순간들을 통해 작가는 사는 법을 이야기 해주었다.  

 어제 드라마 '스타일'에서 한 인물이 그런 말을 했다. 신발이 너무 심심하다고, 심심해서 걷다 졸릴 것 같다고. 이 책도 그렇다. 한번에 후르륵 읽어버리기에는 좀 심심하다. 아주 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컨 같은 책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더운 여름 계곡에서 놀다가 느낄 수 있는 아주 시원한 바람 한줄기 같은 그런 책이다. 짧고 가늘지만 아 여름이다, 살 것 같다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그런 책. 더운 여름, 바쁜 내 삶을 멈추고 그런 시원한 바람을 책 제목처럼 느리게, 느리게 느낄 수 있어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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