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4
p.219~220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5
p.13~14
사람은 사람, 나는 나,
어찌됐든 내가 가는 길을 나는 간다
(人は人吾はわれ也とにかくに吾行く道を吾は行なり).
철학의 길에서
은각사 답사는 필연적으로 ‘철학의 길‘로 이어진다. 비와호(琵琶湖) 소수(疏水) 수로를 따라 남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남선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일본 근대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 1870-1945)가 즐겨 산책하던 곳이라고 하여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본래 철학의 길이라고 하면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네카어 강변의 ‘철학자의 길‘이 원조다.
벤치마킹의 귀재인 일본은 1968년에 이 길을 정비하면서 ‘철학의 길‘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고 물가에는 어느 독지가가 기증한 벚꽃을 심었다. 그 나무가 제법 크게 자라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의 명소로 이름이 났고, 여름엔 반딧불이 모여들어 열대야의 피서처로 유명하다. 젊은 아베크족과 관광객들이 붐비면서 주변 주택가에 끽다점과 부티크숍이 들어차 더 이상 철학의 길다운 분위기는 없지만 그래도 주변의 상점과 집들이 깔끔하고 근처에는 법연원(法然院), 영관당(永觀堂), 냐쿠오지 신사(若王子神), 노무라(野村) 미술관 등 명소들이 자리잡고 있어 산책길로는 그만이다. 그리고 철학의 길이라는 넉 자로 인하여 들떠 있는 사람의 발길에 적당한 사색의 무게를 실어준다. 길 중간에는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의 비가 있는데 이렇게 쓰여 있다.
사람은 사람, 나는 나,
어찌됐든 내가 가는 길을 나는 간다
(人は人吾はわれ也とにかくに吾行く道を吾は行なり).
니시다 기타로는 가나자와(金澤) 제4고등학교 출신으로 동급생인 스즈키 다이세쓰와는 이인삼각의 벗이자 동료였다. 다이세쓰가 서구에 일본의 선을 전파한 것에 반하여 기타로는 “선(善)의 연구”라는 명저를 펴내어 서구 철학의 일본 토착화에 기여했다.
[사진1] ‘철학의 길‘ 표지석 비와호 수로를 따라 남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남선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일본 근대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가 즐겨 산책하던 곳이라고 하여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2] ‘철학의 길‘ 물가에는 어느 독지가가 기증한 벚꽃을 심었는데, 그 나무가 제법 크게 자라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의 명소로 이름이 났고, 여름엔 반딧불이 모여들어 열대야의 피서처로 유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