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 1 - 개정2판 사기 (민음사)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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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95. 25. 여불위 열전呂不韋列傳
여불위는 전기傳奇 색채가 풍부한 역사  인물이다. 그는 본래 한나라의 큰 상인으로여러 제후국을 주유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인재를 알아보는 혜안을가지고 있었다. 그는 진나라의 상국이 되어 진나라 통일 사업에 큰 공을 세웠으며, 불후의 명작 「여씨춘추』를 짓기도 했다. 여불위가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진시황의 아버지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앞서 투자한 그의 안목 때문이며, 또 그가 진시황의 친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대목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즉 여물위가 어떤 첩에게 반하여 임신하게 했는데 그 사실을 숨기고 자초에게 바쳐 아이를 낳았으니, 그가 바로진시황이라는 것이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었겠으나 진시황에 흠집을 내려는 동방 육六國의 음모론이라는 설도  설득력이 있다. 또한 이 편에서 사마천은 여불위의 출세와 성공, 몰락 과정을 세밀한 필치로 묘사하면서 그의 죽음은 인간의 과욕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고가 여불위의 「여씨춘추』를 잡가류로 분류한 뒤부터 여불위는 잡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여겨져 왔다. 여불위가 여러 사람의 사상을 널리 받아들이고 특히 초기의 도가사상을 근본으로 각 사상의 장점을 취사선택하여 황로 사상을 추종하였으므로 사마천이 더욱 그를 주목했다는 설도 일리가 있다. 따라서 여불위를 신도가新道家라고 부르는 것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아울러 사마천은 천지, 만물, 고금의 일에 관한 모든 것이 「여씨춘추』에 갖추어져 있다고 볼 정도로 여불위의 저술 작업을 높이 평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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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나기는 지금까지 형사로 일하면서 인간성은 훌륭한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람을 죽인 용의자를 몇 명이나 봐 왔다. 그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어떤 기운 같은 것이 느껴졌다. 모든 것을 달관하고 삶에 집착하지 않는 기운. 그것은 광기와 종이 한 장 차, 금단의 경지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 P-1

"대학교수 중에 어째 오래 사는 인간이 많다 했는데, 그 이유를 알겠군. 대학 시설을 거저 전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

대학교수는 오래 산다는 고찰에도 문제가 있어. 교수가 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즉 오래 살 수 있을 만큼 건강하지 않고는 교수가 될 수 없다는 얘기지. 자네는 결과와 원인을 뒤바꿔 생각하는 거야.

"팔씨름에 주로 사용되는 백색근은 나이를 먹으면 줄어들긴 해도 조금만 단련하면 바로 돌아와. 하지만 지구력에 필요한 적색근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지. 심폐 기능도 마찬가지야. 꾸준히 운동에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체력도 그렇지만 기술도 계속하지 않으면 쇠퇴하는 법이지. 나는 계속하고 있는데, 자네는 그렇지 않아. 그뿐이야."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전 지금 런던에 있어요. 일본인 여자와 친구가 되었어요. 홋카이도 출신인데, 이곳에서 유학 중이라고 해요. 내일은 그녀가 런던 구경을 시켜 주기로 했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은 그 반대였어. 죽이지 않기 위해 전력을 쏟은 거야. 이런 범인은 세상에 없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도 없을 거야.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허수해라고 했던 거지.

결혼 후에도 그는 친절했다. 남편으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게 대해 주었다. 그의 애정이 변하지 않는 한 아야네는 정수기에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 준코에게 한 짓은 용서할 수 없지만, 자신에게 똑같은 짓만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이대로 지내도 좋았다. 아야네에게 결혼 생활이란 교수대에 오른 남편을 지속적으로 구제하는 나날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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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을 보면서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이 사람,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울 수 없는 사람에게 말이에요." - P-1

"화를 내고 상대를 비난해 봐야 얻을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예요. 오히려 중요한 두 가지를 잃게 될 뿐이죠. 안정되고 평온한 결혼 생활과 우수한 제자, 그 두 가지를요." - P-1

"수사 1과의 일에는 이제 적응이 됐나?"
"조금은요."
"그래. 다행이라고 해 두지. 형사직에 적응한다는 것은 인간성을 조금씩 잃는다는 뜻이라는 게 내 지론이지만."

"당연한 일이지만, 양쪽 모두 근거는 있어. 다만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지. 마술은 연기가 끝나는 동시에 관객이 근거를 파헤칠 기회도 없어져. 그런데 범죄의 트릭은 그 현장을 수사진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조사할 수 있어. 무슨 장치가 있다면 반드시 흔적이 남지. 흔적을 완벽하게 없애는 것이 범죄 트릭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야."

"범인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독극물을 향신료라고 하고서 건넸는데 그 사람이 다른 곳에서 그것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되겠어? 또 가령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아내가 준 거라면서 커피에 넣는다면 어떻게 되겠냐고?"

"마시바는 아내를 원한 게 아니었어요. 방금 제가 슬슬 상대를 바꿔야겠다고 그가 털어놓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새 가정부나 고가의 장식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 줄 여자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마시바는 아내를 원한 게 아니었어요. 방금 제가 슬슬 상대를 바꿔야겠다고 그가 털어놓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새 가정부나 고가의 장식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 줄 여자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마시바 요시다카라는 인물이 불쾌했다. 여자를 아이 낳는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그 태도에 내심 화가 났다. 보나마나 다른 일에도 왜곡된 인간관을 보였을 것이다. 사원은 회사를 움직이는 부품 정도로 여겼을 테고, 소비자는 착취의 대상으로나 여기지 않았을까.

그런 사고방식이 지금까지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죽이고 싶어 할 만큼 증오한 인간이 한두 명 있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경찰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나의 지적 호기심을 이렇게 자극하고 있으니. 구사나기의 사랑의 행로라는 위험한 향내 나는 향신료까지 뿌려서 말이야."

"자네가 순리의 길을 가는 것은 반대하지 않아. 순리가 아닌 길이라고 해서 무시하는 걸 납득할 수 없을 뿐이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쉽게 소거해서는 안 돼.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공룡 뼈에 정신이 팔려 흙을 버리면 위험하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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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친하지 않아도,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울음을 터뜨렸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새삼 운다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이로군."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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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갓난아기가 이 사람 젖을 먹고 자라니 그렇지."
다쓰히코가 잔을 흔들면서 말했다.
"젖에 알코올 성분이 섞이면 안 되잖아." - P-1

"아니, 친정에 갈 일이 생겨서."
"친정이면, 삿포로?" - P-1

비스듬한 언덕길을 따라 세련되고 웅장한 집들이 죽 늘어서 있다. 가로등 불빛만으로도 집집마다 손질이 잘되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고작인 인종들의 동네는 아닌 듯하다. - P-1

"인간이란 복잡하고 모순으로 가득하니까 말이야. 바로 전에 파티를 하며 한껏 기분을 냈든, 레스토랑에 예약한 직후든, 죽고 싶을 때는 결국 죽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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