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를 수송하는 트럭을 미행하며 비디오로 찍어 달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장난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상상 속에 묻어 버렸다. - P-1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멋대가리 없는 건물. 중앙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말해 주듯 쓸데없이 넓기만 할 뿐 장서 규모는 그다지 자랑할 것이 못 된다. 하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 간단한 조사를 하는 데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 P-1
내 책도 몇 권 꽂혀 있었다. 몇 명이나 대출해 갔나 보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래 봐야 자신감만 잃을 게 뻔하니까.
하지만 이 세계에서 내가 덴카이치라는 이름과 탐정이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점, 게다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뭔가 필연성이 있어서 이곳에 휩쓸려 왔고 또 이런 골치 아픈 상황에 몰린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지름길이 아닐까.
나는 봉투를 집어 들고 속을 들여다보았다. 만 엔짜리 지폐 수십 장이 들어 있었다. "그러면 감사히." 봉투를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양할 도리가 없지.
"그거야 문 뒤쪽이 건물 바깥이니까 그렇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