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의 시대에 바람이 없었던들 대항해가 불가했으며 자연과 문명의 씨앗을 실어나르지 못했을 것이란 결론이다. 멜라네시아에서 폴리네시아, 심지어 이스터섬에 이르는 장대한 대항해는 바람의 길그 자체였다. 태평양문명만 그러한가?
- P12

제주의 역사 동력 역시 바람이었다. 한반도에서 제주도만큼 바람의 길에 절대적 운명을 건 공간이 또 있을까. 물론 육지의 그 어떤 항로도 바람 없이는 불가했다. 그러나 바람이 불러온 문명 교류와 전파의 강도에서 제주라는 섬을 능가할 수 없다. - P12

제주의 바람은 문명의 네트워크 - P13

저 멀리 바다 건너 봉래(蓬), 방장(大), 영주(臟)의 삼신산(三神山)에 신선이 사는데, 동남동녀를 데리고 가서 모셔오고자 합니다. 시황은 크게 기뻐하여 동남동녀 수천을 뽑아 그에게 주고 바다로 나가 신선을 찾아오게 했다.
- 《사기》 진시황본기 - P13

서복의 전설은 중국, 탐라, 일본 사이에 고대의 바닷길이 있었음을 증명한다.(서귀포 서복기념관) - P15

탐라순력도에 수록된 한라장촉 (1720) 에는 제주도는 물론이고 조신 남해안, 중국 영파 · 소주 - 양주 · 산동, 일본과 유구, 심지어 베트남 · 말레이반.
도·태국이 명기되었다. 제주도에서 부는 바람의 길은 이처럼 바람만큼이나 강하게 뻗어나갔다. 제주도가 항상 본토의 지배 하에만 있었던 것 같은 육지중심사관에서 벗어나야한다. - P16

바람이 빚어낸 폭낭의 미학 - P18

1932년 해녀 투쟁을 다룬 현기영의 소설 제목은 《바람 타는 섬이다. 너무도 적절한 제목이다. 혹시라도 제주도를 따스한 남쪽나라 정도로 안다면 오산이다. - P18

여우가 하루에도 수십 번 시집을 가는 섬이 제주도다. - P18

기후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기도 하여 변화무쌍하다. 바람은 따뜻한 것 같지만 사람에게는 심히 날카로와 사람이 입고 먹는 것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서 병 나기가 쉽다. 구름과 안개가 항상 자욱하여 개인 날이 적고, 눈먼 바람과 괴이한 비가 때도 없이 일어난다.
- 김정, 《풍토록》 - P18

한라산 북사면은 북풍이 강하기 때문에 나무가 남향으로 심하게 편향되어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해수가 비 오듯 흩날리고, 해안 초목은 모두 소금기에 절여 있을 정도다. 한라산 북쪽은 강한 바람으로 하늘과 바람이 뒤집히는 듯해도 남쪽은 세초도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바림이 약하다.
- 임제, 남명소승) - P18

임제의 기록은 편향수(偏向)와 조풍해(朝風害), 바람의 지역차 등을 잘 기술한다. 실제로 제주도에는 바람 타는 나무들이 서있다. 이름하여 풍향목(風向木), 김수영의 시 풀잎에 바람이 불면 잠시 엎드리는 풀이 등장하지만, 풍향목은 엎드리기를 거부한다. 바람에 맞서는 행위는 그 저항의 강도 만큼이나 충격도 크다. 저항하던 나무들은 바람 반대 방향으로 몸을 굴절시켜 풍향목으로 변신한다. - P20

중심을 잡고 완강하게 버틴다. 해풍 탓에 제주도 폭낭은 대체로 바다에서 한리산을 향한다. 한마디로 제주도 폭낭은 ‘폼나는 나무다. 바람으로 인한 고통의 댓가로 멋진 나무가 되었다. - P20

제주도 바람은 무섭고 섬뜩하기도 하다. 바람이 가장 강한 한경면 고산리의 최대 관측 풍속은 초속 60미터. 아름드리나무가 순식간에 뿌리 뽑히는 가공할 위력이다. 비양도같은 협재의 앞섬에서 건너오는데도 돌풍이 불어 난파하기도 한다. - P23

《조선왕조실록》 영조 38년(1768) 9월 조에, 포한(어부) 42명이 비양도에서 공납에 소요될 대를 베고 돌아오는 길에 바람을 만나 배가 뒤집힌 사건을 보면 코 앞에서 엎어진다‘는 말이 실감된다. 태풍은 수시로 제주도를 들이친다. - P23

바람은 특히나 오름에서 강하게 감지된다. 몸 가릴 곳이 없는 오름에서는 늘바람이 차다. 샛별오름을 오르니 무덤가에 억새꽃이 만발했다. 샛별오름은 최영 장군이 횡포와 반란을 일삼는 목호(牧胡)의 난을 진압한 곳이다. 죽은 영혼들이 일어서려는가, 힘차고도 힘차게 꽃이 흔들린다. - P23

제주도에는 특이한 바람도 많다. 산방산 넘어 곧추 내리지르는 동남풍 산방산내기는 뫼오리바람(자나미)이라고 하며 농작물을 말리고 바다 돌풍을 일으킨다. - P23

성산포 신양리 방뒤코지에서 터져 나오는 들바람, 농부에게 공포를 안기는 서풍인 섯가리는 햇볕 쨍쨍한 날 파도를 몰아쳐서 농작물을 까맣게 태워 삽시간에 초토화시킨다. 
- P25

회오리바람인 도이주제, 갑자기 일어나는 폭풍인 강챙이, - P25

파도가 부풀어 오르며 덮치는 동풍인 겁선대,  - P25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맹지바람,지름새, 실바람 등 제주도에는 바람의 종류만 수십 가지다.  - P25

그래서 토박이학자김순이 선생은, ‘제주의 키워드는 바람‘, ‘제주문화는 총체적으로 바람의 산물‘이라 고백한다.  - P25

바람이야말로 끊임없이 시달리면서도 옹골찬 뿌리를 깊게 내린 제주문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 P25

초가지붕에 담긴 뜻은 - P25

초가지붕을 새로 얽어매어 둥글게 만든 것도 바람 때문이다. 바람이 세찬 날에 바람이 둥근 지붕을 타고 넘어 가능한 저항을 덜 받고 빠져나가게끔 둥글게만들었다. 직선으로 밀어닥치는 맞바람을 덜 받게끔 구부정한 돌담으로 만든 올레도 선조들의 지혜였다. 풍토가 모질면 모진만큼 인간의 지혜와 대응전략도 발전하는 법이다. 비양도 사람의 바람 이용법을 보자. - P25

바람이 불면 오름의 들풀이 살아난다(따라비 오름). - P27

제주 시인들이 관용어처럼 많이 쓰는 시어도 바람이다. 바닷바람, 산바람.
들바람, 솔바람, 저녁바람, 바람소리, 바람으로 오는 어떤 신화...... 바다와 섬과바람이 서로를 웅켜잡고 하나가 되는 곳이 제주이기 때문에, 시인인들 선택의여지가 있으랴. - P28

바람신에게 안녕을 빌다 - P28

매우: 매화꽃 필무렵 양자강 유역에 내리는 비 - P30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거느리고 온 풍백(伯), 우사(兩.
운사)의 전통, 특히 바람을 상징하는 풍배 전통이 제주도에서는 이직도 전승중이다.
- P30

화산의 섬
하로산또를 모독하지 마라 - P39

정상이다. 사방으로 웅장하고 환상적인 장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섬을 지나 저 멀리바다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였다. 제주도 한라산처럼 형용할 수 없는 웅장하고 감동적인 광경을 제공하는 곳은 지상에 그렇게 흔하지 않을 것이다.
- 지그프리트 겐테(S. Genthe) - P30

제주목사로 재직하던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남명소승을 남긴 백호 임제,
임금의 명으로 백록담에서 한라산제를 지내고《남사록》을 남긴 김상헌, 존자암에서 하룻밤 자고 백록담 등반을 완수한 김치의 유한라산기》, 이형상 제주목사의 산행기가 담긴 《남환박물》, 한라산 등반에 강한 의미를 부여하며 가마를 타고 올랐던 이원조 목사, 척사운동으로 유배 왔다가 유배가 풀리자 등반에나섰다가 《유한라산기》를 남긴 최익현, 독일인으로 백인 최초의 등반을 실현한 지그프리드 겐테, 1936년 1월 1일 경성제국대학 등반대에 의해 이루어진최초의 동계등반 및 조난사건, 1937년 조선일보사가 주최한 최초의 집단 산행에 참여한 이은상의 탐라기행, 1938년 여름에 한라산 백록담에 오른 정지용 시인, 제주도민으로써 1937년에 한라산에 오른 제주농고 학생들의 등반 기록 등을 염두에 둘만하다. 동시에 4-3으로 인한 오랜 기간의 한라산 입산금지령도 기억해둘만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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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왜 탐라학 개론 인가
"제주기행‘이라는 대중적 제목을 달았지만, 이 책은 ‘키워드로 읽는 탐라학 개론‘
혹은 ‘탐라 인문교양서‘다. 제주를 알려주는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탐라의 내재적 관점에서 기술된 책은 드물다. 제주와 탐라의 차이는 무엇인가. 역사적 아이덴티티의 문제다. 육지에 딸린 복속된 섬‘이냐, 아니면 ‘바다로 진출한섬‘ 이냐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변방으로 바라보는 육지부 · 중심부 시각과 반대되는 탐라적 정체성이 요구된다. 엄밀히 말해 제주도 역사는 있으되 기록은제한적인 ‘유사무서(有史無書)‘다. - P6

"현재 제주는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의 유목민적 소비주의로 들끓고 있는 중이다. (…) 이 시점에서 누군가가 산업경제전략이라는 실패한 유럽사상을 넘어선 사상을 펼쳐보여 주어야만 한다. 한라산은 나에게 각성한 저개발‘이라는사상의 영감을 안겨주었다. (…) 전 지구적 규모의 혁명의 바람을 불고 오기를바라마지 않는다. 주문을 외자!"
네메스의 의견에 동의한다. 유목민적 소비주의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각성한 저개발을 꿈꾸어 본다. 세상의 어디나 섬은 제한적 공간이며, 연약한 피부처럼 조그마한 침범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조금 느리게, 천천히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하이오주 톨레도개학 데이비드 네메시스 지리학 교수

유목민적 소비주의? 무슨 말인가? 대체 - P9

바람의 섬
물마루 너머 바람 타는 섬 - P11

기후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기도 해 변화무쌍하다. 바람은 따뜻한 것 같지만 사람에게는 심히 날카로와 사람이 입고 먹는 것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서 병 나기가쉽다. 게다가 구름과 안개가 항상 자욱하여 개인 날이 적고, 눈먼 바람과 괴이한 비가때도 없이 일어난다.
-김정, 제주풍토록 - P11

제주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 P12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가? 바람이 아닐까. 늘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지않는 날이 이상할 정도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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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는 이집트를 강성하게 만들기 위해 네코 2세가행한 세 가지 일을 거론한다. (헤로도토스, 299~301) - P158

첫 번째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운하를 판 일이다. 19세기에 개통된 수에즈운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 P159

두 번째로는 삼단갤리선 함대를 건조한 일이다. 함대의 일부는 지중해에서, 일부는 홍해에서 활동했다. - P159

세 번째 일은 아프리카 회항을 지시한 일이다. - P159

고대 지중해와 중동 지역의 역사는 페르시아와 그리스,
카르타고와 로마 등 강대 세력들 간 패권 경쟁의 역사 그리고 제국의 역사로 이어진다. 다이내믹한 역사 발전이 군사적 충돌로 귀결된 것이다. 최초의 해양 제국의 면모를보인 페르시아와 그리스 세계의 충돌이 첫 번째 국면이다. - P165

페리클레스의 말대로 "선박조종술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예술이다. 이것은 노는 시간에 대충 연마하면 되는 종류의일이 아니다." (Paine, L., 95)

그런 정도의 무력 선단을 처음 갖춘세력은 기원전 6~기원전 5세기 초의 페르시아다. 말하자면 상설 해군은 제국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페르시아제국과 그리스 세계는 결국 충돌을피할 수 없었다. 다만 이를 두고 ‘서구 문명권과 동방 문명권 간의 충돌‘ 식으로 규정해서는안 된다. 통념과 달리 페르시아군에는 수많은그리스인이 복무하고 있었다. 양쪽 세계가 완벽하게 나뉘는 게 아니라 상호 틈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지중해 중부와 서부의 여러 강국들이 운명적으로 시칠리아에서 만나게된다. 왜 그럴까? 시칠리아는 한편으로 동부지중해 세계와 서부 지중해 세계를 나누고, 다른 한편 이탈리아에서 아프리카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브로델 1권, 140) 즉, 동서 방향으로나 남북 방향으로나 지중해 세계의 여러세력이 만나고 충돌하는 중간 지점이다. 지정학적으로 핵심 위치에 있는 이 섬을 차지하는것이 강대국 간의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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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이키아(apoikia)를 식민화‘ 라고 번역하면 이 활동이 지니고 있는 원래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 굳이 하나의 용어를 정한다면 디아스포라(diasporas, 유대인의 이산을가리키는 Diaspora와 구분하기 위해 소문자 · 복수형을 쓴다)라는 말이 더 낫다. 이 말은 원래 바람결에 종자를 흩뿌리는 행동을 나타낸다. 고대 지중해 사람들이 확산해갈 때 그 형태는매우 다양하며, 개인적일 수도 있고 집단적일 수도 있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은 상인, 장인, 용병 등 부류가 실로 다양했다. 어떻든 국가가 주도하여 의도적·계획적으로 주민들을 내5보내 영토를 차지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 P153

호메로스로부터 알렉산드로스 시대까지그리스 혹은 더 크게 보면 지중해 세계 전체가 여러 방향을 향한 항구적인 움직임의 세계였다.
- P154

이런 허구적 설명의 뒤에는 페리클레스 시절에 만들어진‘우리(문명)‘와 ‘그들(야만)‘ 간의 대립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 작용한다. - P155

다시 정리하면, 지중해 세계는 지리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단일한 구조가 아니며, 페니키아와 그리스 민족의 해상 활동을두고 해양 식민 ‘제국‘을 건설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Antonaccio, 220~223) 그보다는 올리브기름, 포도주, 직물, 도자기, 철, 은 같은  상품이 이동하고,  건축, 문자, 시가 등 문화 자산들이 전달되는 해상 네트워크들의 중첩으로 그리는 게 타당하다. 
- P156

지중해 해안 지역은 일종의 세포막(membrane)이다. 선박이 해안까지 오면 강들이 모세혈관 역할을 하여 상품과 문화 자산들을 내륙으로 흡수해간다. 이렇게 해서 물질문화, 관습, 이데올로기, 음식 그리고 사람의 유전자까지 전파되어갔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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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아동 결연, 2백만 원도 아니고 20만 원도 아니고 단돈 2만원을 한 달에 한 번 쏘는 걸로 좋은 일한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폼까지 잴 수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이런 밉지 않은 자화자찬, 아름다운 사치는 얼마든지 부려도 좋을 것이다. 아니, 부리면 부릴수록 좋은 것이다. - P152

냉소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외국 기자는노골적으로 이런 기사를 썼다고 한다. 35년간 일본 식민지에, 남북간 이념 대립에, 이제는 전쟁까지 하고 있는 한국이 제 발로 서기를 바라느니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바라겠다‘고,
이런 차가운 시선에도 한국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구호 활동을벌여준 단체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P153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낸 세금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까지 가게 되었을까? 
바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덕분이다. - P155

공적개발원조란 잘사는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자립과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자금인데, 한 나라의 도덕 지수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87년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무상원조와 유상 원조가 있는데, 전자는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후자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지원된다. - P155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구제하고, 네가 남을 위해 불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 P158

우리 아시아, 우리 세계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아시아와 우리세계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다 우리 아이들이 될 것이다. 그 ‘우리 아이들 가운데 굶는 아이가 있다면, 별것 아닌 병에 걸려 아픈아이가 있다면, 가난 때문에 노예처럼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들을 외면할 수 있을까? 그들도 내 집에 살고 있는 내 아이와 다름없는 우리 딸, 우리 아들인데… - P159

별을 꿈꾸는 아이들
시에라리온 · 라이베리아 - P161

"나는 그동안 미쳐 있었어요. 전쟁이 나를 미치게 했어요!"
목소리가 떨리도록 분노를 감추지 못했던 모모,
소총을 몸의 일부인 양 가지고 다녀서 무장해제를 하니어깻죽지가 허전하다던 모모.
그러나 작별인사로 라이베리아식 손인사를 하니까뒤집어지도록 좋아하던 모모, 난 정말 모모와 같은미칠 뻔한 소년병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고 싶다.
그 기회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무거운 총 대신 무거운 책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
옆집 여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겨 밤잠 설치며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 십대라면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이런 일상을 돌려주고 싶다. - P161

시에라리온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일행들 잠잠.)시에라는 산, 리온은 사자, 즉 사자의 산‘ 이라는 뜻입니다." - P163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나라. 남자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986.6캐럿이나되는 이것을 시에라리온의 별‘이라고 부른답니다."
- P163

라이베리아. 자유의 땅이라는 이름 - P174

"나는 그동안 미쳤었어요. 전쟁이 나를 미치게 했어요!" - P181

평화로워 더 안타까운 산들의 고향
네팔 - P183

배분 받는 쌀이 80킬로그램이나 되는데 누가 가지러 올 거냐니까의아한 얼굴로 이마에 머리띠를 두르는 시늉을 한다.
누구라니, 네팔 여자들은 저 이마로 100킬로그램을 지고50리 길도 간다는데..….. 쌀을 집에 가져오면 우선 솥단지가 넘치도록쌀아무 잡곡도 넣지 않은 하얀 쌀밥을 지어 배터지게 먹이겠다며처음으로 이를 다 드러내고 활짝 웃는다.
아, 예쁜 저 얼굴, 저 환한 미소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저 친구의 소망처럼 우리 프로그램이 이 동네에서 계속되어야 하는데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말 안타깝다. - P183

1) 긴급구호 및 복구 사업 중 특히 식량 관련 사업을 수행한다.
2) 쌀 45만 6천 톤을 관리함으로써 물자 관리 훈련을 받는다.
3) 위 사업에 대한 종합 평가를 현장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4) 분쟁 지역 내에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 P191

"비차라(아이구 불쌍해라), 비차라!" - P194

"나마스테, 메로 남 한비야 호. (안녕하세요, 저는 한비야입니다.) 머콜야바트 아에게 후, (한국에서 왔습니다.)" - P194

푸드 포 워크(Food For Work)‘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것은 주민들이 자기 마을에 꼭 필요한 시설을 만들면서 임금을식량으로 받는 프로그램이다.
- P199

그동안 저를 세계 곳곳에 보내셔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왜 저같이 부족한사람에게 이토록 좋은 기회를 주시는 건가요? 왜 저를 택하셨을까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얼마나 허술한지 누구보다도 잘 아시면서계속 일을 맡기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하느님, 제가 힘은 부족하지만 있는 힘을 다하겠습니다. - P215

평화의 도구 - P215

한마디로 마오바디들이 주장하는 것은 신분 제도와 왕정을 타파하여 만민 평등한 사회를 이룩, 능력껏 일하고 공평하게 분배하자는 거다.
- P220

세계의 화약고,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 - P231

그동안은 평화롭게 같이 살았는데 갑자기 왜 전쟁이 일어나고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진 것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이건 이스라엘의 유대교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교 간의 대립이라고,
현장에 가보면 이 문제는 종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양측 누구도 종교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관한 어떤 협상이나 합의에도 종교가 언급된 적이 없다.
내가 만난 팔레스타인인들 가운데 유대교인이 밉다고 말하는 사람은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삶을 파괴하는이스라엘 군인들을 미워할 뿐이다. - P231

쓰나미는 과연천재 (天災)였을까
남아시아 해일 대참사 - P251

아, 그렇구나, 사랑하는 가족을, 유일한 생계 수단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이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 같은쓰나미 이후에도 삶은 이렇게 계속되는 거구나.
등뒤의 것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게 바로생명의 본능이구나. 새 생명이 태어나고, 아이들이 공부하고,
연인들은 결혼하고, 일터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일상의 삶이 끈질기게 이어지는구나.
이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진다.
저 삶의 끈을 놓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다. - P251

내가 오지 여행을 하고 지금은 재난 현장에서 일해서인지, 가끔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세상에 무서운 게 없겠어요?"
왜 나라고 무서운 것이 없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헛된 이름, 허명(虛名)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도 물론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부질없는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 P263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가짜배기 수박이고 싶은가, 진짜배기 오이이고 싶은가? - P263

감자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북한 - P265

아, 세상에!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까지,
아득히 내 눈길이 닿는 데까지, 벌판 가득 감자꽃이활짝 피어 있었다. 수만, 수십만, 아니 수백 송이의 하얀 감자꽃!
송이송이 함박눈이 들판 가득히 내려 쌓인 것 같았다.
파란 이파리와 푸른 방풍림을 배경으로 핀하얀 감자꽃들이 등불인 양 환하다.
산들바람이 불면 일제히 찰랑, 몸을 흔드는 감자꽃.
아, 저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많은 밤을 새우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 P265

로이터재단의 인도주의 뉴스에서는 ‘극한의 삶‘ 이라는  제목으로 ‘잊혀진 세계 10대긴급구호 현장‘을 발표했다.
 그 1위부터 10위까지를 보면 ①콩고내전 ② 우간다 ③수단 ④ 에이즈 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6. 콜롬비아 ⑦ 체첸 ⑧ 아이티 ⑨ 네팔 ⑩ 말라리아·결핵의 순이다. 이 열곳의 현장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사망한 사람의 수는 콩고와 수단 등내전으로 수백만 명, 에이즈 등으로 또 수백만 명…. 천만 명 단위가 훨씬 넘는다. - P266

그렇게 가고 싶던 93번째 나라 북한 - P267

북한 사람과 만나면 무조건 피하고 만약 얘기했을 경우엔 가까운 대사관에 대민 접촉 신고를 해야 한다. - P267

특히 우리가 가려는 개마고원(북한명은 양강도 백무고원 대홍단이다)은 북한 감자 혁명의 전초 기지로, 수백만 평의 밭에 우리의 씨감자가 심어져 알알이 살찌고 있는 곳이란다. 정말 기대가 된다. - P269

감자꽃은 통일꽃 - P275

위대한 장군의 열렬한 항일 투쟁 정신을 본받자 - P275

"홍단수 물결 우에 황금빛 물들고 밀보리 설레이네 감자꽃 춤추네. 수령님 지어주신 그 이름도대홍단 금나락도 삼천 리요 노래도 삼천 릴세." 대홍단 삼천리라는 유행가이다.
- P277

그러나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기가 꺾여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몸이 지쳐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일 때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싶을 때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진군의 북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에게 내려진 절체절명의 명령 소리가 들린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P287

1. 긴급구호란 무엇인가?
긴급구호는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 그 생명의 최대한 빨라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를 말한다. - P292

2. 구체적으로 긴급구호 현장이란 어떤 곳인가?
긴급구호 현장이란 사람들이 재난으로 생명이나 정상적인 생활을 위협받거나, 그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는 그 재난을 극복할 수 없어 외부 도움이 절실한 현장을 말한다. - P293

3. 현장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가?
갑자기 전쟁이 발생해서 맨몸으로 겨우 피난을 나왔다고 상상해보자. 당장 무엇이 필요할까? 하나부터 열까지 필요한 것투성이겠지만, 그래도 제일 시급한 건 먹고 자고 입는 것일 게다. 따라서 초기 긴급구호에서는 물, 식량, 천막, 화장실, 기초 의료 들을 확보하고 배분하는 일이 가장 급하다. - P294

피난민들을 하루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고향과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긴급구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 P295

4. 긴급구호 물자 세트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나?
초기 긴급구호 물자 세트는 그것만 가지고도 최소한의 생활을 할수 있는 ‘생존을 위한 물자로 꾸려져 있다. 재난의 종류와 정도에따라 세트 A, 세트 B, 세트 C 등 몇 가지로 나뉜다. - P295

5. 긴급한 상황이 없을 때 긴급구호 요원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
긴급구호는 초기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가가 관건이다. 사람단 하루라도 물과 식량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호 단체들은 재난에 한시의 지체도 없이 구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P296

6. 긴급구호 요원들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가?
구호 요원 대부분은 구호 단체에 속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파견된 사람들이지만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아프가니스탄 영양죽 사업장에는 영양사가 필요하고, 남부아프리카 에이즈 고아를 위한 사업장에는 같이놀아줄 유치원 교사가, 케냐의 사막 한가운데라면 안과의사가 필요하다. 꼭 긴급구호 훈련을 받지는 않았어도 의사나 영양사나 현지 언어가 가능한 전문가도 환영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전문가여야 한다. - P298

7. 긴급구호 요원은 어떤 훈련을 받는가?
크게 전문적인 훈련과 일반적인 훈련이 있다. 전문 훈련이란 긴급구호 요원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훈련이다. 기초 훈련부터 후진을 가르칠 수 있는 training for the trainers‘ 과정까지 몇단계로 나뉜다. 나는 홍보 담당에서 물자 배분 담당으로 업무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 훈련을 받는 중이다. 10개월간의 물자 배분 매니저 전 과정을 한꺼번에 이수하는 것과 한 번에 두 달씩 세 번에 나누어시 받는 과징이 있는데, 나는 두 번째를 택했다.
이미 몽골과 두바이에서 기초 교육을 받았고, 앞으로 2년간 차근차근 본격적인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 P300

8. 긴급구호 현장에서 일하기에 여자가 더 힘들지 않은가?
긴급구호 현장이 위험하다 보니 주로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단언컨대 여자라서 더 어려운 일은 없다. 내가 남자가 되어보지 않아 남자라면 얼마나 더 유리한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라는 점이 방해 요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여자이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 P301

9. 긴급구호 활동을 하는 단체에는 어떤 곳들이 있는가?
긴급구호는 정부도 하고, 유엔도 하고, 월드비전 같은 민간 단계도 한다. 물론 각각 구호를 위한 재원과 하는 일의 규모가 다르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유엔은 각국 정부가 내는 분담금으로, 민간 단체는 일반 후원자의 후원금으로 사업을 하게 된다. - P301

10. 민간 단체들은 구호 자금을 어디서 얻는가?
한 푼 한 푼 모두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다. 물론 정부가 민간 단체에게 지원하는 긴급구호 자금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보조금이다 - P303

11. 긴급구호는 목숨을 살리는 것으로 끝인가?
-물론 아니다. 때문에 구호에도 단계가 있다. 긴급구호 단계 →재난 복구 단계 → 개발 단계‘ 순인데, 이걸 쉽게 병원에 비유해보면, 긴급구호 단계는 응급실, 재난 복구 단계는 중환자실이다. 교통사고가 나서 만신창이가 된 사람의 목숨을 응급실에서는 어떻게하든 살려내려고 애쓴다. 이렇게 응급 수술이 끝난 다음에는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듯 긴급구호로 살려낸 사람들을 각종 시스템과장비로 돌보는 재난 복구 단계에 들어간다. 중환자실에 산소호흡기 등 장비가 필요하고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필요하듯, 이단계에서 한시라도 게을리하면 기껏 살려놓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아직은 위험한 단계다. 그래서 집중적인 관심과 물자와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P305

국제 적십자 및 인도적 구호 단체 요원들의 행동 강령
The Sphere Proiect
1. 인도적 임무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2. 인종, 종교, 국적에 관계없이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부터 돕는다.
3. 인도적 지원은 특정한 정치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을 확산시키기 위한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4. 인도적 지원은 정부 대외 정책의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5. 문화와 관습을 존중한다.
6. 지역의 역랑으로 재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7. 긴급구호 사업 진행 과정에 수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8. 미래에 또 다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불안 요소를 줄이는 데 힘쓴다.
9. 돕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10. 홍보 활동을 함에 있어서 재난 피해자들을 희망이 없는 대상물로서가 아닌 존엄성을 지닌 인간으로 보호해야 한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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