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의 시대에 바람이 없었던들 대항해가 불가했으며 자연과 문명의 씨앗을 실어나르지 못했을 것이란 결론이다. 멜라네시아에서 폴리네시아, 심지어 이스터섬에 이르는 장대한 대항해는 바람의 길그 자체였다. 태평양문명만 그러한가?
- P12

제주의 역사 동력 역시 바람이었다. 한반도에서 제주도만큼 바람의 길에 절대적 운명을 건 공간이 또 있을까. 물론 육지의 그 어떤 항로도 바람 없이는 불가했다. 그러나 바람이 불러온 문명 교류와 전파의 강도에서 제주라는 섬을 능가할 수 없다. - P12

제주의 바람은 문명의 네트워크 - P13

저 멀리 바다 건너 봉래(蓬), 방장(大), 영주(臟)의 삼신산(三神山)에 신선이 사는데, 동남동녀를 데리고 가서 모셔오고자 합니다. 시황은 크게 기뻐하여 동남동녀 수천을 뽑아 그에게 주고 바다로 나가 신선을 찾아오게 했다.
- 《사기》 진시황본기 - P13

서복의 전설은 중국, 탐라, 일본 사이에 고대의 바닷길이 있었음을 증명한다.(서귀포 서복기념관) - P15

탐라순력도에 수록된 한라장촉 (1720) 에는 제주도는 물론이고 조신 남해안, 중국 영파 · 소주 - 양주 · 산동, 일본과 유구, 심지어 베트남 · 말레이반.
도·태국이 명기되었다. 제주도에서 부는 바람의 길은 이처럼 바람만큼이나 강하게 뻗어나갔다. 제주도가 항상 본토의 지배 하에만 있었던 것 같은 육지중심사관에서 벗어나야한다. - P16

바람이 빚어낸 폭낭의 미학 - P18

1932년 해녀 투쟁을 다룬 현기영의 소설 제목은 《바람 타는 섬이다. 너무도 적절한 제목이다. 혹시라도 제주도를 따스한 남쪽나라 정도로 안다면 오산이다. - P18

여우가 하루에도 수십 번 시집을 가는 섬이 제주도다. - P18

기후는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기도 하여 변화무쌍하다. 바람은 따뜻한 것 같지만 사람에게는 심히 날카로와 사람이 입고 먹는 것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서 병 나기가 쉽다. 구름과 안개가 항상 자욱하여 개인 날이 적고, 눈먼 바람과 괴이한 비가 때도 없이 일어난다.
- 김정, 《풍토록》 - P18

한라산 북사면은 북풍이 강하기 때문에 나무가 남향으로 심하게 편향되어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해수가 비 오듯 흩날리고, 해안 초목은 모두 소금기에 절여 있을 정도다. 한라산 북쪽은 강한 바람으로 하늘과 바람이 뒤집히는 듯해도 남쪽은 세초도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바림이 약하다.
- 임제, 남명소승) - P18

임제의 기록은 편향수(偏向)와 조풍해(朝風害), 바람의 지역차 등을 잘 기술한다. 실제로 제주도에는 바람 타는 나무들이 서있다. 이름하여 풍향목(風向木), 김수영의 시 풀잎에 바람이 불면 잠시 엎드리는 풀이 등장하지만, 풍향목은 엎드리기를 거부한다. 바람에 맞서는 행위는 그 저항의 강도 만큼이나 충격도 크다. 저항하던 나무들은 바람 반대 방향으로 몸을 굴절시켜 풍향목으로 변신한다. - P20

중심을 잡고 완강하게 버틴다. 해풍 탓에 제주도 폭낭은 대체로 바다에서 한리산을 향한다. 한마디로 제주도 폭낭은 ‘폼나는 나무다. 바람으로 인한 고통의 댓가로 멋진 나무가 되었다. - P20

제주도 바람은 무섭고 섬뜩하기도 하다. 바람이 가장 강한 한경면 고산리의 최대 관측 풍속은 초속 60미터. 아름드리나무가 순식간에 뿌리 뽑히는 가공할 위력이다. 비양도같은 협재의 앞섬에서 건너오는데도 돌풍이 불어 난파하기도 한다. - P23

《조선왕조실록》 영조 38년(1768) 9월 조에, 포한(어부) 42명이 비양도에서 공납에 소요될 대를 베고 돌아오는 길에 바람을 만나 배가 뒤집힌 사건을 보면 코 앞에서 엎어진다‘는 말이 실감된다. 태풍은 수시로 제주도를 들이친다. - P23

바람은 특히나 오름에서 강하게 감지된다. 몸 가릴 곳이 없는 오름에서는 늘바람이 차다. 샛별오름을 오르니 무덤가에 억새꽃이 만발했다. 샛별오름은 최영 장군이 횡포와 반란을 일삼는 목호(牧胡)의 난을 진압한 곳이다. 죽은 영혼들이 일어서려는가, 힘차고도 힘차게 꽃이 흔들린다. - P23

제주도에는 특이한 바람도 많다. 산방산 넘어 곧추 내리지르는 동남풍 산방산내기는 뫼오리바람(자나미)이라고 하며 농작물을 말리고 바다 돌풍을 일으킨다. - P23

성산포 신양리 방뒤코지에서 터져 나오는 들바람, 농부에게 공포를 안기는 서풍인 섯가리는 햇볕 쨍쨍한 날 파도를 몰아쳐서 농작물을 까맣게 태워 삽시간에 초토화시킨다. 
- P25

회오리바람인 도이주제, 갑자기 일어나는 폭풍인 강챙이, - P25

파도가 부풀어 오르며 덮치는 동풍인 겁선대,  - P25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맹지바람,지름새, 실바람 등 제주도에는 바람의 종류만 수십 가지다.  - P25

그래서 토박이학자김순이 선생은, ‘제주의 키워드는 바람‘, ‘제주문화는 총체적으로 바람의 산물‘이라 고백한다.  - P25

바람이야말로 끊임없이 시달리면서도 옹골찬 뿌리를 깊게 내린 제주문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 P25

초가지붕에 담긴 뜻은 - P25

초가지붕을 새로 얽어매어 둥글게 만든 것도 바람 때문이다. 바람이 세찬 날에 바람이 둥근 지붕을 타고 넘어 가능한 저항을 덜 받고 빠져나가게끔 둥글게만들었다. 직선으로 밀어닥치는 맞바람을 덜 받게끔 구부정한 돌담으로 만든 올레도 선조들의 지혜였다. 풍토가 모질면 모진만큼 인간의 지혜와 대응전략도 발전하는 법이다. 비양도 사람의 바람 이용법을 보자. - P25

바람이 불면 오름의 들풀이 살아난다(따라비 오름). - P27

제주 시인들이 관용어처럼 많이 쓰는 시어도 바람이다. 바닷바람, 산바람.
들바람, 솔바람, 저녁바람, 바람소리, 바람으로 오는 어떤 신화...... 바다와 섬과바람이 서로를 웅켜잡고 하나가 되는 곳이 제주이기 때문에, 시인인들 선택의여지가 있으랴. - P28

바람신에게 안녕을 빌다 - P28

매우: 매화꽃 필무렵 양자강 유역에 내리는 비 - P30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거느리고 온 풍백(伯), 우사(兩.
운사)의 전통, 특히 바람을 상징하는 풍배 전통이 제주도에서는 이직도 전승중이다.
- P30

화산의 섬
하로산또를 모독하지 마라 - P39

정상이다. 사방으로 웅장하고 환상적인 장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섬을 지나 저 멀리바다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였다. 제주도 한라산처럼 형용할 수 없는 웅장하고 감동적인 광경을 제공하는 곳은 지상에 그렇게 흔하지 않을 것이다.
- 지그프리트 겐테(S. Genthe) - P30

제주목사로 재직하던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남명소승을 남긴 백호 임제,
임금의 명으로 백록담에서 한라산제를 지내고《남사록》을 남긴 김상헌, 존자암에서 하룻밤 자고 백록담 등반을 완수한 김치의 유한라산기》, 이형상 제주목사의 산행기가 담긴 《남환박물》, 한라산 등반에 강한 의미를 부여하며 가마를 타고 올랐던 이원조 목사, 척사운동으로 유배 왔다가 유배가 풀리자 등반에나섰다가 《유한라산기》를 남긴 최익현, 독일인으로 백인 최초의 등반을 실현한 지그프리드 겐테, 1936년 1월 1일 경성제국대학 등반대에 의해 이루어진최초의 동계등반 및 조난사건, 1937년 조선일보사가 주최한 최초의 집단 산행에 참여한 이은상의 탐라기행, 1938년 여름에 한라산 백록담에 오른 정지용 시인, 제주도민으로써 1937년에 한라산에 오른 제주농고 학생들의 등반 기록 등을 염두에 둘만하다. 동시에 4-3으로 인한 오랜 기간의 한라산 입산금지령도 기억해둘만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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