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쓰타 아주머니의 버릇이다. 언제나 자신이 묻고 자신이 대답해 버린다.

―다에의 부탁을 내가 왜 들어주지 않는지, 너는 알지?

―네, 압니다.

그래도 오쓰타가 붙어 있으면 다에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어엿한 안주인은 될 수 없을 게야.

오쓰타 아주머니는 언제나 기운이 넘치고 아침에도 잘 일어나며 밥을 많이 먹고 힘이 몹시 세다.

다카다야에 있었을 때 시치베에 할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웃으면서, 우연히 오쓰타와 씨름꾼이 팔씨름을 했는데 세 번 중에 두 번을 이겼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엄마, 아줌마, 아까 이상한 꿈을 꿨어요. 모르는 여자아이가 나한테 메롱을 했어요.

삼도천 강가에서 모닥불을 피운다는 이야기는 시치베에 할아버지도 한 적이 없었는데.

"너 같은 경우가 가끔 있단다. 죽을 뻔해서―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이 근처까지 둥실둥실 오고 마는 거야. 신기한 일이지."

"오린 너도 이렇게 몸을 잘 덥혀 두렴. 몸 구석구석까지 따뜻해지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까."

왠지 갑자기 허둥거리던 할아버지가 크게 손을 흔들었다. 엉덩이를 뭉개다시피 하며 모닥불에서 조금 떨어진다.

불꽃이 흔들거리고 점점 색깔이 선명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가장자리가 흐릿해져 가고 몸은 따끈따끈―머리는 흔들흔들―시야가 흐려지고―.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다쿠안 씨는 웃으면서 향기가 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오린은 몹시 감탄해서 다쿠안 씨를 존경하게 되었다.

시치베에는 이렇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가쿠스케와 다이치로 사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심술궂은 농담이다. 다이치로는 웃으며 흘려 넘기고, 쓰쓰야 일가를 위해 최상의 요리를 내놓는 것이 후네야의 출발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요릿집은 숙수의 실력으로 경영한다. 숙수가 바로 요릿집의 꽃이며 중심이다. 하지만 꽃도 중심도 손님에게 알려지지 않고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시치베에의 마음도 알지만 다이치로는 후네야가 에도 전체에 널리 알려지는 날이 올 때까지는, 아니, 그런 때가 빨리 오도록 하기 위해 더더욱, 지금은 여태까지 쌓아 온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부엌 입구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가 서 있다. 그림자만 보이고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머리를 올린 모양으로는 여자 같다. 순간적으로 어머니인가 생각했다.

그때 눈앞에서 누군가 박수를 딱 친 것처럼 퍼뜩 놀라며 떠올렸다. 그렇다, 메롱을 하던 아이.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없는 여자아이. 그 아이가 아닐까?

"흥―이다" 하고 큰 목소리가 났다.

오린은 놀라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메롱이다!"

도코노마
다다미방에서 정면 상좌에 바닥을 한 층 높게 만들어 족자나 꽃병 등을 장식하는 곳

그때 오린의 머릿속에도 촛불이 켜졌다. 귀신?

"아줌마, 여기 귀신이 나와요?" 오린은 오쓰타의 가슴에 달려들듯이 물었다. "여기, 귀신이 있는 집이에요? 아줌마도 귀신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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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옆에 새로 생긴 요릿집에는 다섯명의 귀신이 살고있다.

"처녀의 사령이라……. 나도 처음 듣는다.
그래서 그 처녀는 어떻게 되었느냐?"

―오카모토 기도
「쓰노쿠니야」, 『한시치 체포장*』

*『 한시치 체포장 半七捕物帳』 : 오카모토 기도의 연작 시대 소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쓴 추리 소설로, 일본 시대 소설·탐정 소설 초창기의 걸작

할아버지는 밥을 찻물에 말아 먹었다. 시치베에는 밥을 세 그릇이나 먹었고 세 그릇째에는 차가 아직 우려지지 않아 그냥 뜨거운 물에 말아서 먹었다.

―일을 하면 밥은 먹을 수 있어. 세상은 그렇게 되어 있거든.

시치베에는 그 시절 이야기를 할 때, 그를 붙잡아서 새 인생을 살게 해 준 할아버지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할아버지’라고만 부른다. 사실을 말하면 시치베에라는 이름도 할아버지가 지어 준 것으로, 그때까지 그에게 이름 따윈 없었다고 한다.

"시치베에‘시치’는 일본어로 숫자 칠을 뜻한다

―나는 너라는 옷을 깨끗하게 빨기는 했지만 다시 지어 줄 수는 없어. 그래서 저 주인한테 맡긴 거다. 고맙게 생각해.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난폭하게 다시 지어 준 거지."

시치베에는 웃으며 당시의 일을 되돌아본다.

"하지만 덕분에 요리를 배울 수 있었어."

―네게는 그만한 실력이 있기 때문이지.

딸린 자식이 있었지만 이미 고용살이를 나가 있던 아이는 시치베에가 오사키를 아내로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용살이 하던 곳에서 주인의 눈에 들어 사위가 되었고 곧 아이를 얻었다. 다시 말해서 시치베에는 아내를 얻었나 싶었더니 할아버지가 된 셈이다.

"나도 옛날에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 준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어. 이번에는 내가 은혜를 갚을 차례지."

시치베에는 그렇게 말하며 오갈 데 없는 아이나 부모도 감당하지 못하는 엇나간 아이를 종종 데려다가 다카다야에서 키웠다.

오린은 튼튼한 아이였다. 아기 때도 배앓이 한번 한 적이 없고 큰오빠가 넘지 못했던 홍역의 벽도 탈 없이 넘어 다섯 살 여섯 살 나이를 먹어 갔다. 오린의 건강하고 밝은 목소리는 끊어져 가던 다이치로와 다에의 유대를 이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린이라면 괜찮으리라.

그러나 그것도 결국 확신이 아니라 바람에 불과할 뿐이었다. 열두 살이 되던 해 봄, 서둘러 지는 벚꽃의 꽃잎이 첫눈처럼 마당을 하얗게 물들일 무렵, 오린은 고열로 쓰러졌다.

의외로 새 가게를 열기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고부신
봉록 삼천 석 미만의 하타모토와 고케닌 중 직책이 없는 자들

하타모토
쇼군가 직속 가신으로 쇼군의 알현이 가능한 무사

이 가게는 꼭 배 같네요. 오리나 가마우지와 함께 수로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군, 배라. 어울리지 않는가. 앞으로 우리 가족을 태우고 노를 저어 나갈 배다. 가게 이름도 후네야‘후네’는 일본어로 ‘배’라는 뜻라고 하면 되겠다.

‘대체 어떤 병인지, 저도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안됐지만 따뜻하게 해 주고 물을 주면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지요…….’

마음속의 물음에 대답하듯 그림자가 한층 더 깊이 몸을 숙이고 오린의 눈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오린은 그것을 정면에서 보았다.

작은 여자아이였다. 오린보다 더 작다. 게다가 그 아이는―.

메롱을 하고 있었다.

메롱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역시 그 아이가 오린 위를 덮치다시피 얼굴을 내밀고 메롱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에서는 눈동자를 위로 하고 손가락으로 아래 눈꺼풀을 끌어내려 빨간 속살을 보이며 메롱을 한다

"이미 만났다니―그럼 그 사람들도 모두 무사님이랑 똑같은 귀신인가요?"

"그래. 새삼 놀랄 것도 없겠지."

"모두 귀신?"

"미안하구나." 무사가 또 목덜미를 벅벅 긁었다. "그 외에도 더 있는데."

"더요? 다 합쳐서 몇 명이나 있는데요?"

"나까지 해서 다섯 명."

"다섯 명이나 이 집에 원한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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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아이오이초 히토쓰바시 옆에 있는 다카다야는 주인 시치베에가 부엌칼 한 자루로 일으켜 크게 키워 온 식당이다.

이 식당은 일명 ‘마카나이 가게’, ‘도름집’이라고도 불리는, 소위 말하는 도시락 가게다. 🍱

사람의 생활에서 식사는 빼놓을 수 없고, 높으신 무사님도 배는 고픈 법이라 이것은 꽤 큰 장사였다.

우선 상대가 삼백 제후라도 대부분이 돈에 쪼들리고 있어서 깎을 수 있는 것이라면 발가락 끝의 가죽까지 깎을 기세로 아등바등 생활하는 집뿐이었다.

복작거리는 장사 경쟁자들을 피해 출입 도시락 가게의 자리를 움켜쥐려면 때로는 이문을 포기하고라도 싸고 맛있는 도시락을 배달해야 한다.

처음부터 상대가 정해져 있는 장사이기 때문에 오른쪽에는 의리가 있고 왼쪽에는 겸손이 있으며 위에는 조심스러움이 있고 아래에는 연줄이 있는 식이어서, 무엇이 어찌 되었든 일만 잘하고 요란하게 팔아 치우기만 한다고 해서 크게 번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신참이 파고들기는 어렵다.

튀김 포장마차의 주인은 얼핏 보기에 간장에 조린 것 같은 안색의 할아버지였는데 어째서인지 시치베에를 쫓아오는 다리가 위타천韋陀天처럼 빨라서 ‘앗’ 하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뒷덜미를 잡혀 덥석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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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의 가을, 긴 수험 공부를 마치고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깜빡거리는 가로등의 소리와 옅은 낙엽소리.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의 밤은 글을 쓰기에 완벽한 계절이다.

이 시기가 되면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한다. 일 년에 한 번, 전국의 모든 수험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에 출전하는 것.

모든 남학생의 동경의 대상인 그녀는 많은 러브레터를 받은 주인공이었음에도 그 누구와도 연애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
괴로웠다. 카나는 내 첫사랑이니까.

첫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걸까?
얼마 전부터 그녀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후 혈우병이라는 큰 병에 걸렸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은 얘기로는 카나의 집안이 대대로 몸이 약해 지병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혈우병은 카나의 어머니께서 걸려 돌아가신 이후 카나에게 그대로 유전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언젠가 카나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수험을 치뤘다.

물을 한 가득 따른 머그컵을 가지고 방으로 가던 도중, 소파 한 가운데에 앉아 신문을 읽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나를 부르셨다.

"아키라, 너에게 줄게 있단다."
할아버지는 내 손에 한 만년필을 쥐어 주셨다.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갈색 만년필이었다.

손바닥에 살짝 닿았던 펜촉은 정말 부드러웠다.

"이건, 우리 후지와라 가문의 오랜 역사를 지닌 만년필이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만년필을 꼭 소중히 해야 한다."

"널 생각하며 열심히 만들었어."

"황혼의 소녀?"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작품을 클릭했다.
글을 쓴 사람은 "카나코" 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혈우병에 걸렸다. 그것도 첫사랑에게 답장을 보내지 못한 채.]

[좋아했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후회스럽다.]

그녀에게 답장이 온 것만으로도 걱정되었던 마음이 안정되었다. 또 다시 아픈 상처를 주기 싫으니까, 그때로 두 번 다시 돌아가기 싫었다.

[널 만나고 싶어.]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심장은 고동처럼 마구 뛰었다.

"카나 짱...."
펜촉이 모두 닳아서 이젠 카나를 위한 글을 쓸 수 없는데, 걱정과 슬픔이 동시에 끊임없이 밀려왔다.

집에 돌아가 나는 카나 짱을 위한 소설을 썼다.
손에 만년필을 꼭 쥔 채 간절한 소원을 빌면서.

"카나의 행복을 돌려주세요."
마지막 문장을 써내려 간 순간 만년필은 바람에 날리며 사라졌고, 이후 병원에서 카나의 병이 기적처럼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병원에서 카나의 병이 기적처럼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나를 생각하며 쓴 글은 베스트셀러 작품이 되었고, 신문과 언론에서는 내 글이 소개되며 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카나에게 진심을 전했다.
"카나 짱, 좋아해."

그렇게 그녀를 생각하며 쓴 ‘첫사랑의 만년필‘ 은 세상에서 가장 기적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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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터뷰에서 왜 무서운 이야기를 쓰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대답을 한 적이 있지요. "부모자식간의 애틋한 정을 소설에서 그대로 묘사하면 듣는 사람이 머쓱해질 수 있지만, 그걸 잃어버리거나 위협받는 상황을 그리면 얼마나 소중한가를 비로소 떠올릴 수 있"다고.

"소행성 충돌이라는 것은 언뜻 보면 비일상적인 설정 같지만, 이 소설은 현실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며 썼습니다. 멸망으로 향하는 세계 속에서 하루의 정의감이나 도덕관은 여러 번 흔들리지요. 어차피 다 죽을 테니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없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루 일행의 선택이 조금이라도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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