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가을, 긴 수험 공부를 마치고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깜빡거리는 가로등의 소리와 옅은 낙엽소리.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의 밤은 글을 쓰기에 완벽한 계절이다.

이 시기가 되면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한다. 일 년에 한 번, 전국의 모든 수험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에 출전하는 것.

모든 남학생의 동경의 대상인 그녀는 많은 러브레터를 받은 주인공이었음에도 그 누구와도 연애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
괴로웠다. 카나는 내 첫사랑이니까.

첫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걸까?
얼마 전부터 그녀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후 혈우병이라는 큰 병에 걸렸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은 얘기로는 카나의 집안이 대대로 몸이 약해 지병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혈우병은 카나의 어머니께서 걸려 돌아가신 이후 카나에게 그대로 유전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언젠가 카나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수험을 치뤘다.

물을 한 가득 따른 머그컵을 가지고 방으로 가던 도중, 소파 한 가운데에 앉아 신문을 읽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나를 부르셨다.

"아키라, 너에게 줄게 있단다."
할아버지는 내 손에 한 만년필을 쥐어 주셨다.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갈색 만년필이었다.

손바닥에 살짝 닿았던 펜촉은 정말 부드러웠다.

"이건, 우리 후지와라 가문의 오랜 역사를 지닌 만년필이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만년필을 꼭 소중히 해야 한다."

"널 생각하며 열심히 만들었어."

"황혼의 소녀?"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작품을 클릭했다.
글을 쓴 사람은 "카나코" 라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혈우병에 걸렸다. 그것도 첫사랑에게 답장을 보내지 못한 채.]

[좋아했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후회스럽다.]

그녀에게 답장이 온 것만으로도 걱정되었던 마음이 안정되었다. 또 다시 아픈 상처를 주기 싫으니까, 그때로 두 번 다시 돌아가기 싫었다.

[널 만나고 싶어.]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심장은 고동처럼 마구 뛰었다.

"카나 짱...."
펜촉이 모두 닳아서 이젠 카나를 위한 글을 쓸 수 없는데, 걱정과 슬픔이 동시에 끊임없이 밀려왔다.

집에 돌아가 나는 카나 짱을 위한 소설을 썼다.
손에 만년필을 꼭 쥔 채 간절한 소원을 빌면서.

"카나의 행복을 돌려주세요."
마지막 문장을 써내려 간 순간 만년필은 바람에 날리며 사라졌고, 이후 병원에서 카나의 병이 기적처럼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병원에서 카나의 병이 기적처럼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나를 생각하며 쓴 글은 베스트셀러 작품이 되었고, 신문과 언론에서는 내 글이 소개되며 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나는 다시 한번 카나에게 진심을 전했다.
"카나 짱, 좋아해."

그렇게 그녀를 생각하며 쓴 ‘첫사랑의 만년필‘ 은 세상에서 가장 기적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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