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는 분명 여러 천재작가들의 재능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공을 전부 작가의 재능으로만는돌릴 수는 없어요. - P1

구원을 향한 열망이야말로 르네상스 미술의 핵심  동기입니다. 그래서 죄가 커질수록 성당의 크기도 커지고 장식도 아름다워지지요. - P1

소실점도 하나, 개인도 하나지요. 결론적으로 원근법은 개인의 탄생을 전제로 합니다.  원근법을 단순히 그리는 방법을 넘어서 세계를  인식하는 세계관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이유입니다. - P1

중세 피렌체의 번영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바로 피렌체의 대성당입니다. 
정식 명칭은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인데  간단하게 두오모라 부르죠. - P1

이 과정에서 우리는 르네상스 미술의 어두운 그림자도 목격하게 됨니다. 사실 르네상스는 대혼란의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서운 흑사병이 1347년부터 유럽에 퍼져나가면서 유럽사회는 사상초유의 시련을 겪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를 수습하면서 유럽의미술은 한발 더 도약하게 됩니다. - P6

미술은 물질이며 동시에 이미지입니다. 물질은 소유할 수 있지만, 이미지는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허용된 열린세계이며, 굳이 이미지에 대한 소유권을 따지자면 그것은 이미지를 이해하고 누리는 자에 속할 겁니다. - P7

만약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르네상스 미술의 실체에 한발 더 다가선다면 우리는 이미지의 세계에그만큼의 부분을 우리들의 것으로 되가져왔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해 르네상스라는 매력 넘치는 미술도 결국은 그것을이해하고 즐기는 자의 것입니다. 바로 이점을 기억하면서 이탈리아로 미술 여행을 떠나도록 합시다. - P7

르네상스의 시작에서 피렌체와 단테를 빼놓고 말할 수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했다. 피렌체는 단테를 추방했고, 단테는 생선에 자신을 추방한 고향 피렌체로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후일 피렌체 사람들은 대문호를 그리워하며 단테의 동상과 가짜 무덤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단테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 산타 크로체 광장 앞, 이탈리아 피렌체 - P12

나는 노래하리라 두 번째 왕국을
여기에서 인간의 영혼이 깨끗이 씻겨,
하늘로 오르기에 마땅해진다.
--- 단테, 「신곡」 연옥편 1곡 4~6- - P14

유럽여행은 조금 여유 있게 일정을 짜는 게 좋습니다. 때로는 광장에앉아 차 한 잔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아래 사진 속 느긋해보이는 관광객들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중간 중간 쉬어가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음미해본다면 여행은 좀 더 의미있어질 겁니다. - P16

스탕달 신드롬이 뭔데요?
미술 감상에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빠지면 겪을 수 있다는 증상입니다. 너무 감상에 몰입하다가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는데 심하면 실신에 이르기도 한다고 해요. 실제로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 스탕달이 1817 년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하다가겪게 되면서 알려진 증상입니다. 요즘도 피렌체 여행객중에는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 P18

1300년대라고 하면 약 700년 전입니다. 한반도는 고려 말이었을 때죠. 생각보다 먼 옛날입니다. 당시 이탈리아의 모습은 우리의 생각과그만큼 거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같은 국가가 아니었어요. - P20

이탈리아는 중세의 상당 기간 동안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다 1100년 전후로 황제에게서 자치권을 얻어내 독립하는 도시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자치권을 얻은 도시들을이탈리아어로 코무네, 영어로 코뮌이라고 합니다. - P21

도시국가들은 대부분 돈으로 자치권을 샀습니다. - P21

보통 평화 속에서 예술이 꽃핀다고 하지 않나요?
그런데 막상 역사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혼란스럽고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미술이 발전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르네상스 미술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 P24

그런 복잡한 상황은 다른 이탈리아 도시국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산지미냐노의 탑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뿐이지 다른 이탈리아 도시국가 안에도 이런 탑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어요. 참고로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로나도 늘 정치적으로복잡한 도시 중 하나였죠. 가문끼리의 갈등이 이토록 심각했으니『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가 나왔을 겁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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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난쟁이가 나타나 나더러 춤을 추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것이 꿈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현실에서와마찬가지로 꿈속에서도 몹시 지쳐 있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피곤해서 못 추겠는데" 하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난쟁이는 그일로 그다지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다. 난쟁이는 혼자서 춤을 추었다. - P133

"북쪽 나라에서 왔어." 난쟁이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북쪽사람들은 아무도 춤을 추지 않아. 아무도 춤추는 법을 몰라. 춤이란 게 있는지조차 몰라. 하지만 나는 춤추고 싶었어. - P135

"이렇게 춤을 추고 싶었어. 그래서 남쪽으로 온 거야. 남쪽으로 와서 무용수가 되어 술집에서 춤을 추었어. 내 춤은 평판이좋아서 황제 앞에서도추게 되었지. 그래, 그건 물론 혁명 전의얘기지만 혁명이 일어나서 너도 알다시피 황제가 죽게 되자 난마을에서 쫓겨났어. 그래서 숲속에서 살게 된 거야." - P136

"정해져 있거든." 난쟁이는 말했다. "이제 누구도 그걸 바꿀수는 없어. 그러니까 너랑 나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 P137

그러나." 노인은 내 얼굴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 세웠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마. 혁명이 일어난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춤추는 난쟁이만은 아직 사람들 앞에서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얘기야. 그러니까 남들한테는 말하지마. 내 이름도 말하지 마. 알겠지?"
"알겠습니다." - P146

"혹시 시간 있으면 내일 토요일 밤에 춤추러 가지 않을래요?"
나는 꼬드겨보았다.
"내일밤은 시간이 있고 춤추러 갈 생각이지만, 당신과는 가지않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 P154

섹스, 성행위, 성교, 교합, 그 밖의 뭐라도 좋지만, 그런 말, 행위, 현상에서 내가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겨울 박물관이다. - P175

겨울 · 박물관-물론 섹스에서 겨울 박물관에 이르기까지는 적잖은 거리가 있다.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고, 빌딩 지하를 빠져나가고, 어딘가에서 계절을 다시 보내는 등의 번거로움도 있다. 그러나 그런 번거로움은 처음 몇 번뿐이고, 그 의식 회로의 코스를 한번 숙달하면 누구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겨울 박물관에 도달할 수 있다. - P175

2. 헤르만 괴링 요새 1983
헤르만 괴링은 베를린 언덕을 파내어 거대한 요새를 구축하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말 그대로 언덕을 통째로 파내어 그 내부를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발라버렸다. - P181

그러나 1945년 봄 러시아군이 계절의 마지막 블리자드 같은모습으로 베를린 시가지에 쳐들어왔을 때, 헤르만 괴링 요새는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러시아군은 지하도를 화염 방사로 태우고, 고성능 폭탄을 장치해요새의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려했다. 그러나 요새는 소멸되지 않았다. 콘크리트 벽에 금이갔을 뿐이다. - P182

"여기 좀 보세요." 그가 그런 탄환 자국 하나를 가리킨다. "러시아군과 독일군의 탄환은 금방 구분할 수 있죠. 마치 벽을 깨부술 듯이 예리한 모양이 독일군 탄환이고, 쑥 들어가 있는 것이러시아군의 것이에요. 생긴 것부터 이렇게 달라요, 유노." - P183

그녀는 거대한 페니스를 찬양하는 듯한모습으로 맥주잔을 끌어안고 우리 테이블로 가져왔다. - P184

나는 혼자 프리드리히 슈트라세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가면서,
1945년 봄에 헤르만 괴링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상상해본다. 그러나 1945년 봄 천년왕국의 원수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런 건 결국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하인켈 117 폭격기 편대는 마치 전쟁 그 자체의 시체처럼, 우크라이나 황야에 수백 개의 흰 뼈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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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엌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척해보았다. 내가 죽었다고믿고 그대로 계속 죽어 있는 훈련을 한 것이다. 나는 벌렁 누워눈을 감고 어둠 속에서 숨을 꾹 참았다. 물론 하염없이 참을 수는 없다. 그래도 최대한 오래 숨을 멈추었다가, 한 번 들이마신뒤 다시 멈추었다.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누가 봐도 죽은 듯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텅 비워보았다. - P200

이것이 죽음이라고 나는 생각하려 했다. 이것이 죽음이다. - P200

그러나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단순한 어둠이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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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표현을 못하겠어." 그녀는 말했다. "요즘 계속 그래. 정말말을 잘 못하겠어. 무슨 얘길 하려고 하면 항상 엉뚱한 말만 떠올라. 엉뚱하거나, 완전히 반대거나. 그래서 그걸 고치려고 하면이상하게 더 혼란스러워져서 엉뚱한 말이 나오는 거야. 그러다보면 처음에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잊어버려. 마치내 몸이 두 개로 나뉘어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야. 한가운데 아주 굵은 전봇대가 서 있고, 그 주변을 빙글빙글돌면서 술래잡기를 하는 거야. 제대로 된 말은 언제나 또하나의내가 갖고 있고, 나는 절대로 쫓아가질 못해." - P25

수업을 빼먹고 당구장이나 가는 고등학생이라면 자살을 해도 별로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 - P29

그러나 내 안에 무언지 모를 부연 공기 같은 것이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공기는 또렷하고  단순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나는 그 형태를 말로  바꿀 수 있다. 이런 말이다. - P29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 P29

나는 그때까지 죽음이란 것을 타인에게서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죽음은 언젠가 확실히 우리를 붙잡는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죽음이 우리를 붙잡는 그날까지 우리는 죽음에 붙잡히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극히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생각 같았다. 삶은 이쪽에 있고, 죽음은 저쪽에있다. - P30

그러나 친구가 죽어버린 그날 밤을 경계로 나는 더는 죽음을그렇게 단순히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다. 죽음은 이미 내 안에 있다. 그리고 나는 도저히 그것을 잊어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열일곱 살이었던 5월의 밤에 내 친구를 붙잡은 죽음은, 그날 밤 나까지 붙잡았기 때문이다. - P30

플라타너스 잎을 밟을 때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찾고 있는 것은 내 팔이 아니라 누군가의 팔이었다. 그녀가 찾고있는 것은 내 체온이 아니라 누군가의 체온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 P32

나는 그녀의 이 편지를 몇백 번이나 읽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한없이 슬퍼졌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내 눈을 말끄러미 바라볼 때 드는 느낌과도 같은, 어찌할 바 모르는 슬픔이었다. 나는그런 기분을 어디로 가져갈 수도, 어디에다 넣어둘 수도 없었다.
그것은 바람처럼 윤곽도 없고 무게도 없었다. 나는 그것을 몸에걸칠 수조차 없었다. 풍경이 내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그들이하는 말들은 내 귀까지 닿지 않았다. - P42

반딧불이가 사라진 후에도 그 빛의 궤적은 내 안에 오랫동안머물러 있었다. 감은 눈의 두터운 어둠 속에서, 그 약하디약한빛은 마치 갈 곳을 잃은 영혼처럼 언제까지고 떠돌고 있었다. - P47

나는 몇 번이나 그런 어둠 속에 가만히 손을 뻗어보았다.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 작은 빛은, 언제나 내 손가락조금 앞에 있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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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관청이 아전과 군교를 조사하면, 비록 그 일이 사리에 어긋나더라도 수령은 순종하고 어기지 않는 것이 좋다. - P95

상관의 명령이 공법(公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것이면 굽히지 말고 꿋꿋이 자신을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 - P96

예(禮)는 공손하지 않으면 안되고 의(義)는 결백하지 않으면 안되니,예와 의가 아울러 온전하고 온화한 태도로  도(道)에 맞아야 군자라고한다. - P97

이웃 고을과는 서로 화목하고 예의있게 대하면 후회가 적을 것이다. 이웃 고을 수령과는 서로 형제의 우의가 있으니, 저쪽에서 실수가 있더라도서로 틀어짐이 없도록 해야 한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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