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에는 약 78억 명의 인구가 있다. 만약 100억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사건이 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 중 거의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기적이라 부른다. 인간의 존재도 이런 기적일까? 만약 골디락스 존 행성에서 인간과 같은 고등 지능을 지닌 생명체가 등장할 확률이 100억 분의 1이라면, 지구의 관점에서 이는 100억 분의 1의 극히 희박한 확률이 실현된 것이다.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전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는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우주에 1022개가 넘는 골디락스 존 행성이 있다면 그중에 1조 개가 넘는 곳에서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적 생명체의 존재는 오히려 우주적 필연이다. 이처럼 우주는 기적을 평범함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광대하다. 우주에 관해 점점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는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약 6500만 년 전 혜성과 지구의 충돌은 공룡을 멸종으로 이끌었지만 전 지구적 관점으로 볼 때 생명은 여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고 포유류가 번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자신을 적응시키며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은 생명의 위대한 특성이다. 이런 생존 능력은 결국 생명의 진화를 이끌어낸다.

진화할 수 없는 것은 생명이 아니다. 생명이라는 현상을 태초부터 미리 정해진 ‘원형’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고정된 질서는 생명에게 죽음을 뜻할 뿐이다.

우주생물학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바위 안에 서식하는 미생물인 암석균endolith이다. 한 예로 지옥의 간균bacillus infernus이라 불리는 미생물은 지하 2.7킬로미터 정도에 서식하며, 진공 상태에서나 막대한 방사능에 노출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고 철과 이산화망간으로 대사 작용을 한다. 우리가 생명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태양 빛 없이도 생존하는 생물이 있다는 의미다. 만일 그렇다면 화성이나 금성의 지하에도 비슷한 균들이 득실거리고 있지 않을까?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Enceladus 등의 지하에도 이런 미생물들이 서식하지 말란 법이 없다.

생명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주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골디락스 존에 있는 지구형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할 확률이 설사 100퍼센트는 아닐지라도, 수 퍼센트 이상 혹은 심지어 수십 퍼센트에 달한다 할지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생명은 강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여러 다양한 생물이 ‘두 개’의 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저 무작위적인 우연일까? 아닐 것이다. 눈이 하나라면 가깝고 먼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원근감을 가질 수 없기에 생존에 불리하다. 눈이 세 개라면? 고등 생명체는 5퍼센트에서 15퍼센트에 달하는 생체에너지를 시각 정보처리에 사용할 만큼, 눈을 통해 처리하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다. 눈이 두 개라도 충분히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더 많은 눈을 달고 다니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만한 사치를 부릴 여유가 생명에게는 없었을 것이다. 둘은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적화된 눈의 개수인 셈이다.

눈과 관련해 더욱 놀라운 사실이 또 있다. 인간과 문어의 눈을 비교해보면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오목한 망막, 렌즈, 렌즈를 보호하는 눈꺼풀 등의 기본적 구조가 같다. 인간과 문어의 공통 조상이 유사한 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둘의 공통 조상은 이렇게 복잡한 눈을 갖고 있지 못했던 단순한 벌레 같은 생물이었다. 그 이후의 진화는 서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졌고, 인간과 문어의 눈은 독립적으로 형성되었다.

인간과 문어의 눈이 유사하다는 점은 생명이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에 현재와 같은 형태의 눈이 가장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방식임을 암시한다.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에도 비슷한 형태의 기관이나 기능을 갖게 되는 생명의 현상을 흔히 ‘수렴진화’라고 한다. 수렴진화의 다른 예로는 물고기와 돌고래의 외형을 들 수 있다. 돌고래의 조상은 9500만 년 전에는 육상에서 생활하던 평범한 네발 달린 털북숭이의 포유류 동물이었다.

수렴진화는 생명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할 때 선택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지구와 외계 행성의 환경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사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떤 행성에 물로 가득 찬 바다가 있다면 그 모습이 지구의 바다와 크게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돌고래가 미적분과 리만기하학을 사용하며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등의 과학기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아마 바닷속의 안락한 환경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문명을 발달시키는 일이 그들에게는 불필요할 것이다. 혹은 돌고래가 입과 지느러미로 미켈란젤로에 버금가는 대리석 조각을 만들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들의 생물학적 한계는 명백하다. 과학기술 문명의 실현을 위해서는 바다를 벗어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해 보인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심지어 이런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다. 여러 지적 생명체의 가능성 중에서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과학기술 문명을 성취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솔루션이라고.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편견일까?

우리는 지구를 침략하고 정복하는 외계인이라는 이미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그의 저서 『코스모스COSMOS』에서 유럽인들이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학살한 예를 들며 외계인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인간의 원죄 의식을 반영함을 지적한다.

만일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이 그런 문명을 1000년 이상 지속해왔다면, 그 오랜 ‘시간’이 주는 무게에 걸맞은 성숙함을 갖추었으리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그들과의 만남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아마 외계인을 만날 때 우리의 감정은 낯선 이방인을 대할 때 갖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는 두렵고 경계하지만, 그들은 결코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세대, 환경 등의 문제로 현재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갈등을 마주할 때 우리가 과연 지금 외계인을 만날 자격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어쩌면 외계인이 아직 우리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준비될 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빅뱅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빅뱅이라는 현상이 있었다는 것 자체는 현재로서는 더 이상 반박이 어려운 과학적인 사실로 확립되었다. 빅뱅을 입증하는 증거가 너무나 압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특정 모습을 영원한 본질로 규정하고 그 틀에 맞지 않는 모습이 발견되면 죄, 타락, 혹은 합목적성에서 벗어난 것으로 이해하던 과거의 구습은 수많은 억압과 비극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별 먼지인 인간의 많은 측면은 역사의 여러 특수한 상황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미래 역시 미리 정해진 질서에 구속받지 않고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주의 광대함에 압도되어 우주의 끝이 어디인가를 종종 묻곤 한다. 하지만 우리를 더 설레게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우주가 내재하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의 한계는 무엇인가?인간의 역사도 우주 역사의 일부이며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한계를 시험하고 있는 과정이다.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중요한 갈림길에서 인간이 택하는 여러 가지 선택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저 밖의 밤하늘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 한계를 찾고자 구석구석을 헤매고 있다. 외계에서 발견될 생명의 다양성은 우리 지구에서 관찰된 것에 비해 과연 얼마나 더 광대할까? 지구에서 발견되는 생명의 보편성은 외계에서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을까? 인간보다도 더 경이로운 현상이 저 우주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도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질문은 과연 어디에서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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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방탄소년단의 <DNA>가 자연의 법칙이나 수학의 공식과 같이 변하지 않는 본질로부터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면, 성진환의 <GRB080913>은 우주의 역사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우주는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주는 빅뱅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우주에는 ‘역사’가 있다.

중력은 질량이 많은 곳에서 더 강하게 작용하기에 밀도가 주변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영역은 더욱 많은 물질을 끌어당길 것이다. 밀도가 낮았던 영역은 물질이 빠져나가기에 점점 더 밀도가 낮아진다.

계속 시간이 흐르게 되면 밀도가 높았던 영역은 주변의 물질을 다 빨아들여 은하들이 만들어지고, 밀도가 낮았던 곳은 은하가 없는 빈 공간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한다.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빈 공간의 밀도는 더욱 희박해진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물질들 중 가장 많은 것은 수소이고, 그다음이 헬륨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빅뱅우주론의 중요한 예측 중의 하나였다. 그 뒤를 이어 산소, 탄소, 질소, 네온, 실리콘, 황, 칼슘, 철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황은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생명체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여섯 가지 원소다.

우리의 DNA를 구성하는 원소인 수소, 산소, 질소, 탄소, 인, 황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보는 형태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다. 특히 탄소는 화학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안정적인 분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소이기에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양자터널 효과란, 원자핵이 쿨롱 장벽 사이를 특정한 확률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현상을 뜻한다. 고전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마치 사람이 벽을 향해 돌진하더라도 막히지 않고 쑥 통과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후 1932년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채드윅James Chadwick의 역사적인 중성자의 발견은 핵물리학 이론에 돌파구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1939년 베테와 독일의 물리학자 카를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Carl-Friedrich von Weizsäcker에 의해 마침내 수소 핵융합 이론이 완성되었다. 이 이론을 적용한 항성 진화 모델은 성공적으로 태양의 성질을 재현할 수 있었고 별들의 나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태양에너지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논쟁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호일이 탄소 공명에너지 준위를 찾아낸 방식을 두고 약한 인류 원리weak anthropic principle를 과학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하는 역사가도 있다. 약한 인류 원리란, 우주의 모든 성질과 상태는 인간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관성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진화 방식이나 물리적 작동 방식이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영국의 전파천문학자인 앤터니 휴이시Anthony Hewish가 펄사pulsar를 발견한 공로로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때, 휴이시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조슬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이 노벨상에서 제외된 점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펄사의 발견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휴이시가 아니라 버넬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일도 이 점을 놓고 노벨상 수상 위원회를 비난한 바 있다. 호일이 노벨상에서 제외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과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정상우주론의 우주가 마치 완성된 성인이 과거, 현재, 미래에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면, 빅뱅우주론의 우주는 영아, 유아, 소아, 청소년, 청년, 장년 등을 거쳐가면서 점점 변화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운동하거나 변화하는 것, 즉 ‘진화’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영원’한 것만이 참되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우주는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현재와 미래가 다르다.

결국 점근거성열 단계의 별은 표피층을 우주 공간으로 다 잃어버리면서 탄소와 산소 핵만 중심에 남겨놓게 된다. 이 단계에서 관찰되는 천체를 행성상성운planetary nebulae이라고 부른다. 중심부에 남은 탄소와 산소 핵 내부에서는 더 이상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기에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되어 차갑게 식어간다.

우리 태양도 50억 년 후에는 이처럼 죽어갈 것이다. 태양이 점근거성열 단계에 이르면 거대하게 팽창한 표피층이 지구를 삼킬 것이고 지구는 그 뜨거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릴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했던 원소와 지구를 구성했던 원소들 또한 태양 내부에서 새롭게 생성된 질소, 탄소, 그리고 각종 중원소와 함께 섞여져 행성상성운의 형태로 우주 공간에 흩어질 것이다. 결국 이 모두는 새로운 별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쓰일 것이다.

조선 시대 관상감 천문학자들의 이름이 붙지 않은 이유는 천문학을 비롯한 현대의 자연과학 대부분이 서구 사회에서 발전해온 만큼 용어 또한 그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이를 현대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초신성 잔해가 방출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철을 비롯한 중원소들이 이 잔해 안에 다량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케플러 초신성은 현재도 여전히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그 잔해를 우주 공간 속으로 계속 퍼뜨리고 있다.

별들 사이에 존재하는 성간물질에서 별이 탄생하고, 태양과 같이 가벼운 별들은 적색거성으로 진화했다가 점근거성열과 행성상성운 단계를 거치면서 내부에서 만들어진 질소와 탄소, 기타 여러 중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퍼트린다. 이렇게 퍼트려진 물질들은 다시 성간물질로 유입되어 이를 근거로 새로운 별들이 다시 만들어진다. 이런 순환이 반복되며 우주 공간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질소와 탄소가 존재하게 된다.

현대 과학은 평범한 육체인 인간에게서 진리를 발견한다. 빅뱅우주론이 추적하는 우주의 역사는 인간 또한 우주 역사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뜬금없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몸의 DNA를 이루는 원소들 중 수소는 빅뱅을 통해 우주에 존재했다. 즉 우리의 몸은 빅뱅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 외의 원소들은 모두 별 안에서 합성되어 우주 공간에 퍼져나갔고 그 물질이 다시 새로운 별을 탄생시켰다.

우리의 핏속을 흐르는 철,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에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별의 진화, 별의 죽음과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도 만들어졌고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지구에 마련되었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러니 만약 하늘의 별에 관해 알기 원한다면 저 하늘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당신은 우주 역사의 체현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주에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첨단 과학기술이 밝혀낸 우주의 신비 속에서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지구가 탄생한 것은 약 46억 년 전이었다. 그로부터 약 10억 년이 지난 35억 년 전, 생명체가 처음으로 지구에 등장한다. 10억 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피는 것이야말로 생명 탄생의 비밀을 푸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심지어 우리는 아직 DNA나 RNA처럼 자기 복제가 가능한 복합 유기분자의 기원에 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여기에서는 초기 지구에서 발생한 각종 복잡한 화학반응에 집중하기보다는,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생명의 가능성을 짚어볼 것이다.

행성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별과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첫째, 행성은 항상 별 형성 영역 주변에서 만들어진다. 둘째, 행성은 별 주변을 공전한다. 이런 사실은 에너지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인간은 동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데, 이 모든 것은 곧 다양한 형태로 저장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과정이다. 즉 인간은 별빛을 먹고 사는 존재인 것이다.

행성과 생명은 이처럼 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생명을 탐구하는 데 반드시 선행해야 하는 과정이다.

성간물질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에서는 중력의 작용으로 별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런 별 탄생 순간의 대표적인 장면이 1995년 허블 망원경에 의해 포착된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 숨 막히는 장면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침묵하곤 했다. 군데군데 붉게 보이는 점이 새로운 별이 탄생한 곳이며, 기둥 안에서는 지금도 여러 별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기둥 사이의 밀도가 낮은 영역은 새롭게 탄생한 별들이 주변 물질들을 증발시키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기둥들도 결국 새로운 별들이 더 많이 탄생함에 따라 모두 증발해 없어지게 될 것이다.

3H2 + CO → CH4 + H2O
 
즉 수소 분자 3개와 일산화탄소 1개가 반응해 메탄 분자와 물 분자 1개씩을 만드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분자는 대부분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오늘 아침 마신 한 잔의 물이 존재하기 위해 성간먼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1953년 미국의 화학자 해럴드 유리Harold Urey와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는 실험을 통해 원시 지구의 대기를 구성했으리라고 추측되는 수소 분자, 메탄, 물, 암모니아로부터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분자가 합성될 수 있음을 보였다. 즉 유리-밀러 실험에 사용된 재료들은 모두 성간얼음에도 포함되어 있다. 화학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는 에너지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성간얼음에서도 유기물이 쉽게 합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주에서 떨어진 생명의 씨앗
지금까지 설명한 우주에서의 화학반응은 생명의 기원과 관련해 중요한 암시를 던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척박한 암흑의 공간인 우주가 알고 보니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유기물이 가득한 생명 친화적 공간이었던 것이다. 성간얼음들과 성간먼지들은 별 형성 과정에서 서로 뭉쳐 소행성과 혜성이 된다. 혜성에는 태양계가 형성되던 시점에 성간얼음에서 합성된 다양한 분자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 안에는 많은 물 분자와 유기분자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가설은 점점 더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이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과 혜성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지구가 형성된 직후의 온도는 너무나 높았기에 초기 지구는 수증기를 표면에 붙잡아둘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지질학적인 증거 또한 지구가 형성된 이후 약 8억 년 동안 지구와 소행성 및 혜성 간의 충돌이 매우 격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지구에 존재하기 시작한 것 역시 지구가 태어난 지 약 7~8억 년 이후였다.

하지만 별의 질량이 태양보다 두 배만 무거워도 그 별은 14억 년밖에 살 수 없다. 그런 별 주변의 행성에서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은 존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구에서처럼 생명의 진화를 통해 고등 생명이 등장할 정도의 시간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질량이 태양의 10배라면 이마저도 1000만 년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에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등장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태양계가 형성된 이후 생명이 등장하기까지 적어도 약 10억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간이 등장하기까지는 그 이후로도 약 30억 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태양은 앞으로도 약 50억 년 동안 지금처럼 수소 핵융합반응을 통해 안정적으로 밝게 빛나며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줄 것이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 은하에 외계 행성계가 수천억 개가 있고, 그 중 일부에는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왜 우리는 외계 문명의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을까? 이 질문은 흔히 ‘페르미의 역설’이라 불린다.

행성계에서 거주 가능 지역이란 중심의 별에서 지나치게 멀지도 않고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아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거주 가능 지역은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 동화에는 어린 소녀 골디락스가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이 사는 집에 들어가 너무 뜨거운 아빠 곰의 스프나 너무 차가운 엄마 곰의 스프를 먹지 않고 온도가 적당한 아기 곰의 스프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물이 수증기나 얼음으로 되어 있는 행성에서는 생명의 자발적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에서 골디락스 존에 존재하는 행성은 금성, 지구, 화성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구는 태양계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화성의 경우 지금은 액체 상태의 물이 거의 다 사라졌지만 수십억 년 전에는 훨씬 더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금성은 골디락스 존의 안쪽 경계에 걸쳐져 있고 매우 강한 온실효과로 대기의 온도가 400~500도에 달하기에 적어도 지금은 생명에 적합한 곳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적어도 100억 개 이상, 최대 400억 개의 지구형 행성이 존재한다. 우리 은하와 유사한 은하들이 우주에 약 2조 개가 존재하고 있으니 우주 전체에는 무려 1022개가 넘는 지구형 행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에는 약 78억 명의 인구가 있다. 만약 100억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사건이 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 중 거의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기적이라 부른다. 인간의 존재도 이런 기적일까? 만약 골디락스 존 행성에서 인간과 같은 고등 지능을 지닌 생명체가 등장할 확률이 100억 분의 1이라면, 지구의 관점에서 이는 100억 분의 1의 극히 희박한 확률이 실현된 것이다.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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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라는 제목의 책이 케플러라는 단 한 명의 독자가 나타나기까지 1,00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 P126

그의 천재성은 즉시 교수들의 눈에 띄었다. 그중한 교수가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에 내포된 위험한 신비를 케플러에게알려주었다. 태양 중심의 우주관은 케플러의 종교관과 공명하였기에그는 이 가설을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 P127

태양은 신의 상징이었다. 만물은 그 주위를 돌아 마땅했다. - P127

그는 천문과 기상 현상에 관한 책력을 제작하여 별점을 치기 시작했다. "신께서 모든 동물들에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방도를 마련해 주셨듯이 천문학자에게는 점성학의 길을 열어 주셨다."
그가 남긴 문장이다. - P127

그는 자신의 생각을 "코스모스의 신비"라고 불렀다. 플라톤의입체와 행성 간 거리의 연관성은 단 하나의 중대한 사실을 설명한다고그는 굳게 믿었다. 그것은 신의 손이었다. 그에게 창조주의 손은 바로기하학자의 손이었던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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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지어스와 윌슨은 벨 연구소가 폐기 처분하려고 내놓은 값싼 전파망원경과 세 페이지 논문으로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노벨상급 발견을 위해서는 수백억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연구비와 수백, 수천 명의 연구 인력이 참여하는 거대과학이 필요한 오늘날의 과학계 상황과는 매우 비교되는 낭만적인 성과였다.

과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그에 걸맞은 인정을 받지 못한 무명의 과학자들은 사실 수없이 많다. 여러 과학의 이야기는 거인들의 영웅담을 위주로 진행되지만, 이는 오직 이야기 전개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학 발전의 진정한 토양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묵묵히 진행되면서 많은 경우 그저 잊혀가는 풀뿌리 연구에 있다.

빅뱅이 존재했다면 우주는 더 이상 영원하지 않으며 별의 개수 또한 무한하지 않다. 별은 과거의 어느 순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그 개수도 유한하기에 밤하늘이 어둡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우주배경복사는 정말로 흑체복사였던 것이다! 이는 우주가 과거 뜨겁고 조밀한 플라스마 상태에 있었다고 말하는 빅뱅우주론을 강력히 지지해주는 결과였다.

어떤 이들은 빅뱅처럼 실험실에서 재현 불가능한 과거의 우연적 사건은 과학이 아닌 역사라고 말하며 과학의 주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곤 한다. 특히 창조 과학 같은 사이비 과학에서 그런 주장들이 종종 언급된다. 물론 빅뱅은 역사다. 그러나 역사가 과학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거둔 기적적인 승리를 생각해보자. 12척의 배로 300여 척의 배를 무찔렀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 역사적 증거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량해전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없다. 그러나 명량해전의 기적적 승리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그 결과가 임진왜란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과정은 모두 정당하고 합리적인 학문적 주제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빅뱅 또한 비록 그 원인을 모를지라도 증거가 너무나 명확하기에 현대의 과학자들은 빅뱅을 합의된 정설로 받아들인다. 과학은 단순히 실험실에서 반복적으로 재현 가능한 현상이나 법칙만을 다루지 않는다. 과학은 ‘우연적이고 역사적인 사건’도 다룬다.

진화론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지구 어딘가에서 분자들의 화학반응을 통해 생명이 탄생했고, 미생물을 거쳐 긴 진화의 과정을 통해 고등 생명체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진화론을 과학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증거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문학과 진화론은 반복적이고 재현 가능한 현상이나 법칙뿐 아니라 비가역적이고 재현 불가능한 우연적인 역사를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자연에서 일어난 현상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모두 과학의 탐구 대상일 수밖에 없다.

호일이 빅뱅우주론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도 이런 철학적인 불편함 때문이었다. 호일은 역사적 우연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싫어했다. 호일에게 빅뱅은 과학적 필연이 결여된 현상이기에 종교에서 말하는 창조를 연상시켰다.

무신론자였던 호일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호일은 같은 이유에서 생명이 무생물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개념에 반대하며 1982년 한 라디오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생명의 자발적 탄생은 마치 회오리바람이 쓰레기장을 지나가는 동안 쓰레기들이 저절로 움직여 보잉 747을 만드는 것과 같다.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도 호일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생명이란 영원 전부터 이미 우주에 존재해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이 이미 영원 전부터 우주에 편만하게 존재해왔고, 소행성 충돌 등을 통해 지구에도 전달되었다는 발상이었다. 이런 가설을 흔히 판스퍼미아panspermia라고 부른다. 호일처럼 생각하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관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설명되므로 마음 또한 편해질 수도 있다.

호킹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 전체가 블랙홀과 같은 특이점에서 탄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호일의 정상우주론을 반박하고 빅뱅우주론의 손을 들어주는 이론적 성취였다.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설이라고 생각되는 이론에도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험대에 올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호일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 비록 실패한 경쟁 이론이라 하더라도 과학사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러니 만약 하늘의 별에 관해 알기 원한다면 저 하늘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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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입장에서 빅뱅 가설은 둘(빅뱅과 정상우주론) 중에서 훨씬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빅뱅은) 과학적 방식으로 기술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 철학적 측면에서도 빅뱅 가설을 선호해야 할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사실 철학적 관점에서 빅뱅은 명백히 불만족스러운 발상인데 왜냐하면 그 기본적 가정은 직접적인 관측과는 결코 마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빅뱅, 가설에서 정설로
빅뱅우주론은 관측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판타지라는 초창기의 편견을 이겨내고 검증 가능한 이론으로 발전했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빅뱅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빅뱅의 증거가 너무나 유력하기에 우리는 현재 빅뱅을 정설로 받아들인다. 우주배경복사, 수소와 헬륨의 비율, 밤하늘이 어둡다는 사실 이외에도 다른 독립적인 빅뱅의 증거는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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