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방탄소년단의 <DNA>가 자연의 법칙이나 수학의 공식과 같이 변하지 않는 본질로부터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면, 성진환의 <GRB080913>은 우주의 역사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우주는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주는 빅뱅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우주에는 ‘역사’가 있다.

중력은 질량이 많은 곳에서 더 강하게 작용하기에 밀도가 주변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영역은 더욱 많은 물질을 끌어당길 것이다. 밀도가 낮았던 영역은 물질이 빠져나가기에 점점 더 밀도가 낮아진다.

계속 시간이 흐르게 되면 밀도가 높았던 영역은 주변의 물질을 다 빨아들여 은하들이 만들어지고, 밀도가 낮았던 곳은 은하가 없는 빈 공간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한다. 은하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빈 공간의 밀도는 더욱 희박해진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물질들 중 가장 많은 것은 수소이고, 그다음이 헬륨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빅뱅우주론의 중요한 예측 중의 하나였다. 그 뒤를 이어 산소, 탄소, 질소, 네온, 실리콘, 황, 칼슘, 철 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인, 황은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생명체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여섯 가지 원소다.

우리의 DNA를 구성하는 원소인 수소, 산소, 질소, 탄소, 인, 황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보는 형태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다. 특히 탄소는 화학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안정적인 분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소이기에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양자터널 효과란, 원자핵이 쿨롱 장벽 사이를 특정한 확률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현상을 뜻한다. 고전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마치 사람이 벽을 향해 돌진하더라도 막히지 않고 쑥 통과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양자의 세계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후 1932년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채드윅James Chadwick의 역사적인 중성자의 발견은 핵물리학 이론에 돌파구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1939년 베테와 독일의 물리학자 카를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Carl-Friedrich von Weizsäcker에 의해 마침내 수소 핵융합 이론이 완성되었다. 이 이론을 적용한 항성 진화 모델은 성공적으로 태양의 성질을 재현할 수 있었고 별들의 나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태양에너지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논쟁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호일이 탄소 공명에너지 준위를 찾아낸 방식을 두고 약한 인류 원리weak anthropic principle를 과학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고 평가하는 역사가도 있다. 약한 인류 원리란, 우주의 모든 성질과 상태는 인간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관성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진화 방식이나 물리적 작동 방식이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영국의 전파천문학자인 앤터니 휴이시Anthony Hewish가 펄사pulsar를 발견한 공로로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때, 휴이시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조슬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이 노벨상에서 제외된 점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펄사의 발견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휴이시가 아니라 버넬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일도 이 점을 놓고 노벨상 수상 위원회를 비난한 바 있다. 호일이 노벨상에서 제외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과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정상우주론의 우주가 마치 완성된 성인이 과거, 현재, 미래에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면, 빅뱅우주론의 우주는 영아, 유아, 소아, 청소년, 청년, 장년 등을 거쳐가면서 점점 변화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운동하거나 변화하는 것, 즉 ‘진화’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영원’한 것만이 참되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우주는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현재와 미래가 다르다.

결국 점근거성열 단계의 별은 표피층을 우주 공간으로 다 잃어버리면서 탄소와 산소 핵만 중심에 남겨놓게 된다. 이 단계에서 관찰되는 천체를 행성상성운planetary nebulae이라고 부른다. 중심부에 남은 탄소와 산소 핵 내부에서는 더 이상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기에 백색왜성white dwarf이 되어 차갑게 식어간다.

우리 태양도 50억 년 후에는 이처럼 죽어갈 것이다. 태양이 점근거성열 단계에 이르면 거대하게 팽창한 표피층이 지구를 삼킬 것이고 지구는 그 뜨거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릴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했던 원소와 지구를 구성했던 원소들 또한 태양 내부에서 새롭게 생성된 질소, 탄소, 그리고 각종 중원소와 함께 섞여져 행성상성운의 형태로 우주 공간에 흩어질 것이다. 결국 이 모두는 새로운 별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쓰일 것이다.

조선 시대 관상감 천문학자들의 이름이 붙지 않은 이유는 천문학을 비롯한 현대의 자연과학 대부분이 서구 사회에서 발전해온 만큼 용어 또한 그들의 관점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이를 현대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초신성 잔해가 방출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철을 비롯한 중원소들이 이 잔해 안에 다량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케플러 초신성은 현재도 여전히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그 잔해를 우주 공간 속으로 계속 퍼뜨리고 있다.

별들 사이에 존재하는 성간물질에서 별이 탄생하고, 태양과 같이 가벼운 별들은 적색거성으로 진화했다가 점근거성열과 행성상성운 단계를 거치면서 내부에서 만들어진 질소와 탄소, 기타 여러 중원소들을 우주 공간으로 퍼트린다. 이렇게 퍼트려진 물질들은 다시 성간물질로 유입되어 이를 근거로 새로운 별들이 다시 만들어진다. 이런 순환이 반복되며 우주 공간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질소와 탄소가 존재하게 된다.

현대 과학은 평범한 육체인 인간에게서 진리를 발견한다. 빅뱅우주론이 추적하는 우주의 역사는 인간 또한 우주 역사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은 뜬금없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몸의 DNA를 이루는 원소들 중 수소는 빅뱅을 통해 우주에 존재했다. 즉 우리의 몸은 빅뱅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그 외의 원소들은 모두 별 안에서 합성되어 우주 공간에 퍼져나갔고 그 물질이 다시 새로운 별을 탄생시켰다.

우리의 핏속을 흐르는 철,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에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별의 진화, 별의 죽음과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도 만들어졌고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지구에 마련되었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러니 만약 하늘의 별에 관해 알기 원한다면 저 하늘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당신은 우주 역사의 체현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주에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첨단 과학기술이 밝혀낸 우주의 신비 속에서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지구가 탄생한 것은 약 46억 년 전이었다. 그로부터 약 10억 년이 지난 35억 년 전, 생명체가 처음으로 지구에 등장한다. 10억 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피는 것이야말로 생명 탄생의 비밀을 푸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심지어 우리는 아직 DNA나 RNA처럼 자기 복제가 가능한 복합 유기분자의 기원에 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여기에서는 초기 지구에서 발생한 각종 복잡한 화학반응에 집중하기보다는,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생명의 가능성을 짚어볼 것이다.

행성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별과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첫째, 행성은 항상 별 형성 영역 주변에서 만들어진다. 둘째, 행성은 별 주변을 공전한다. 이런 사실은 에너지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인간은 동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데, 이 모든 것은 곧 다양한 형태로 저장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과정이다. 즉 인간은 별빛을 먹고 사는 존재인 것이다.

행성과 생명은 이처럼 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므로 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생명을 탐구하는 데 반드시 선행해야 하는 과정이다.

성간물질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에서는 중력의 작용으로 별이 형성될 수 있다. 이런 별 탄생 순간의 대표적인 장면이 1995년 허블 망원경에 의해 포착된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 숨 막히는 장면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침묵하곤 했다. 군데군데 붉게 보이는 점이 새로운 별이 탄생한 곳이며, 기둥 안에서는 지금도 여러 별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기둥 사이의 밀도가 낮은 영역은 새롭게 탄생한 별들이 주변 물질들을 증발시키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기둥들도 결국 새로운 별들이 더 많이 탄생함에 따라 모두 증발해 없어지게 될 것이다.

3H2 + CO → CH4 + H2O
 
즉 수소 분자 3개와 일산화탄소 1개가 반응해 메탄 분자와 물 분자 1개씩을 만드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분자는 대부분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오늘 아침 마신 한 잔의 물이 존재하기 위해 성간먼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1953년 미국의 화학자 해럴드 유리Harold Urey와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는 실험을 통해 원시 지구의 대기를 구성했으리라고 추측되는 수소 분자, 메탄, 물, 암모니아로부터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분자가 합성될 수 있음을 보였다. 즉 유리-밀러 실험에 사용된 재료들은 모두 성간얼음에도 포함되어 있다. 화학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는 에너지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성간얼음에서도 유기물이 쉽게 합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주에서 떨어진 생명의 씨앗
지금까지 설명한 우주에서의 화학반응은 생명의 기원과 관련해 중요한 암시를 던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척박한 암흑의 공간인 우주가 알고 보니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유기물이 가득한 생명 친화적 공간이었던 것이다. 성간얼음들과 성간먼지들은 별 형성 과정에서 서로 뭉쳐 소행성과 혜성이 된다. 혜성에는 태양계가 형성되던 시점에 성간얼음에서 합성된 다양한 분자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 안에는 많은 물 분자와 유기분자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가설은 점점 더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이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과 혜성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지구가 형성된 직후의 온도는 너무나 높았기에 초기 지구는 수증기를 표면에 붙잡아둘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지질학적인 증거 또한 지구가 형성된 이후 약 8억 년 동안 지구와 소행성 및 혜성 간의 충돌이 매우 격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지구에 존재하기 시작한 것 역시 지구가 태어난 지 약 7~8억 년 이후였다.

하지만 별의 질량이 태양보다 두 배만 무거워도 그 별은 14억 년밖에 살 수 없다. 그런 별 주변의 행성에서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은 존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구에서처럼 생명의 진화를 통해 고등 생명이 등장할 정도의 시간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질량이 태양의 10배라면 이마저도 1000만 년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에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의 등장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태양계가 형성된 이후 생명이 등장하기까지 적어도 약 10억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간이 등장하기까지는 그 이후로도 약 30억 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태양은 앞으로도 약 50억 년 동안 지금처럼 수소 핵융합반응을 통해 안정적으로 밝게 빛나며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줄 것이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는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 은하에 외계 행성계가 수천억 개가 있고, 그 중 일부에는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왜 우리는 외계 문명의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을까? 이 질문은 흔히 ‘페르미의 역설’이라 불린다.

행성계에서 거주 가능 지역이란 중심의 별에서 지나치게 멀지도 않고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아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거주 가능 지역은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 동화에는 어린 소녀 골디락스가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이 사는 집에 들어가 너무 뜨거운 아빠 곰의 스프나 너무 차가운 엄마 곰의 스프를 먹지 않고 온도가 적당한 아기 곰의 스프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물이 수증기나 얼음으로 되어 있는 행성에서는 생명의 자발적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에서 골디락스 존에 존재하는 행성은 금성, 지구, 화성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구는 태양계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화성의 경우 지금은 액체 상태의 물이 거의 다 사라졌지만 수십억 년 전에는 훨씬 더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금성은 골디락스 존의 안쪽 경계에 걸쳐져 있고 매우 강한 온실효과로 대기의 온도가 400~500도에 달하기에 적어도 지금은 생명에 적합한 곳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결과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적어도 100억 개 이상, 최대 400억 개의 지구형 행성이 존재한다. 우리 은하와 유사한 은하들이 우주에 약 2조 개가 존재하고 있으니 우주 전체에는 무려 1022개가 넘는 지구형 행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에는 약 78억 명의 인구가 있다. 만약 100억 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사건이 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 중 거의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기적이라 부른다. 인간의 존재도 이런 기적일까? 만약 골디락스 존 행성에서 인간과 같은 고등 지능을 지닌 생명체가 등장할 확률이 100억 분의 1이라면, 지구의 관점에서 이는 100억 분의 1의 극히 희박한 확률이 실현된 것이다.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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