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한 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꼭 있었던 기욤 뮈소의 신작. 
그간에 읽었던 책들을 통해 기욤 뮈소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기에 조만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책을 볼 때마다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기회가 닿지 않았다. 사실 약간의 게으름도 이유 중 하나이고..그러던 중에 겨우 집어들게 되었고 읽게 되었다. 

 가정부 일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네이선. 어머니가 일을 하던 집의 딸인 말로리와 어린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가고 성공한 변호사가 된 네이선은 말로리가 강력하게 밀고 나간 덕에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과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말로리 집안에 대한 풀지 못한 원망(?) 때문에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러던 중 아들을 갑작스레 잃게 되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네이선과 말로리는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 후 일에 묻혀 살아가던 네이선 앞에 낯선 의사가 방문한다. 그는 네이선에게 자신은 죽음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네이선은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을 전부로 여기고 살아온 덕분에 사회적인 지위도 명성도 얻었지만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된 네이선, 죽음을 앞두고 그는 결심을 한다. 

 역시 기욤 뮈소구나 싶었다. 특별할 것 없는 소재를 가지고 결국엔 특별하게 만들어버리는 능력이랄까. 책 속엔 이제는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소재들이 종종 등장한다. 유체이탈이나 죽음을 예견하는 능력 같은. 그렇지만 그 식상한 소재들이 기욤 뮈소를 만남으로써 보다 산뜻해졌다. 절로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니..

 또 하나. 이번에도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묘하게도 기욤 뮈소의 책은 늘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면서도  매번 조금씩은 다르게 그러나 늘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언제나 사랑은 늘 소중하다고. 늘곁에 있는 친구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다가 문득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친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과 같이 기욤 뮈소의 책 또한 늘 잊고 있는 사랑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다음엔 어떤 책이 나올까 하고 이야기가 끝나는 시점에 생각했는데 옮긴이의 글을 보니 이미 프랑스에선 기욤 뮈소의 신작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나오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되도록 빠르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때쯤 되면 또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가족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않을까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뭔가 사연있어 보이는 남자의 뒷모습이 인상적인 표지였다. 이 표지덕분에 내용도, 작가분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많지 않은 페이지 속에 길지 않은 네 개의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자리잡고 있다. 
각각의 아픈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만나 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환상의 빛"이란 이야기였다. 사실 이 책의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내용인즉슨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여인이 재혼을 한 후에도 전남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고 묻고 또 묻는 이야기이다. 
다른날과 같이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남편은 전차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다. 여인은 그런 남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마냥 슬퍼할 수도 없다.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죽음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슬퍼할 수 있을까?  

 이후에 이어진 이야기 속에도 '죽음'이 등장한다. 때론 아들이, 때론 친구가..
바로 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사라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스쳐가듯이 그 죽음에 대해서 알게 된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울부짖으며 슬퍼하기도, 때로는 그 사람과 있었던 지난일을 회상하며 감상에 젖기도 한다. 경우가 다르다고는 해도 '죽음'으로 인해 느끼는 슬픔과 허전함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떤 경우라고해도 곁에 있던 사람을 잃게 되는건 마찬가지니까. 

 책을 읽으면서 인물들의 마음이 글로써 잘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섬세하게, 요란하지 않게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사실 일본 문학이라고 하면 추리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로 인한 잔인함과 기발함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간 읽어온 책들 중에 추리 소설이 물론 많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반면에 지금까지 보아온 일본 영화의 경우 식후에 보면 좀 위험할 것 같은 잔잔한 내용의 영화들이 많았다. 글과는 달리 영상으로 표현된 잔인함을 보길 싫어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더 그런지는 몰라도. 

  결론은 이 책은 책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는 것이다. '죽음'으로 인한 사람들의 겪는 고통과 아픔등을 표현한 영화. 살짝 마음을 가라앉히는 경향이 있긴해도 멋지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읽기 전에 작가분의 이름 말고 가장 많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해 준 문구이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좋아했었다. 그런데 책의 광고글에 저런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읽으면서 앞의 문구를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어쩜이리 섬뜩한지..
책을 읽으면서 슬쩍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무서움을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다. 

 이야기는 어느 여자의 참혹한 죽음으로  시작된다.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여인..그녀는 죽어가면서 자신은 비록 죽지만 죽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바텐더인 신스케는 퇴근 길에 습격을 받는다. 범인은 얼마 전 그가 낸 사고로 인해 아내를 잃은  남편이었다. 사고 후 신스케는 자신이  낸 사고에 대해서 전혀 기억이 없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를 죽게 한 사고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신스케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자 한다. 

 적지 않은 페이지를 순식간에 읽었다. 읽는 도중 가끔 주변을 둘러보는걸 잊지 않으면서. 
읽기 전엔 '호러'라는 단어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읽고 있으려니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무섭다 생각이 들어서 혼자 읽지 못하곤 했지만 도중에 접을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마치 매운 음식에 자꾸만 끌리는 것처럼 무섭다 느끼면서도 페이지를 계속해서 넘겼다. 

 책은 사고에 대한 법에 의한 심판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죽은자와 남겨진 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그리고 사고를 낸 자의 죄책감에 의한 심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읽으면서 어쩌면 법보다도 죄책감이 더욱더 죄에 대한 철저한 심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법에 의해 중한 처벌을 받는다 한들, 본인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싶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무섭고,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ever 피버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가 박희정. 
딱 그 이름만으로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사람. 그리고 그의 만화. 
피버 또한 단지 박희정이라는 이름 때문에 소장하게 되었다. 

알기로 주로 20대  청춘의 이야기를 많이 했었던 그간의 만화와 다르게 
이번 작품은 십대 소년소녀들의 이야기이다. 
남들보다 조금은 다른, 그래서 조금은 불우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소녀 또한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였다. 
때문에 밖으로 나오기보단 안으로 숨길 더 원했던 소녀. 
우연한 기회에 들어가게 된 새로운 공간, 피버라는 곳에서 
소녀는 새로운 삶이 있을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 모두가 나름의 상처가 있고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 
두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단지 그곳에서 멈춰있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고 있었다. 
소녀는 이에 용기를 얻지만 그를 실천에 옮기기엔 너무나도 어려웠다. 
때문에 방황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소녀는 자신만의 울타리를 갖게 되고
앞으로 나아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조금은 뻔한 내용이었다. 
상처받은 소년소녀들이 서로서로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그 뻔한 내용에 별 하나를 깎았지만 
만화 속 가득한 따뜻함 때문에 별 네 개를 주었다. 

솔직히 내용에 좀 아쉬움이 남는다. 
왠지 마무리가 너무 급하게 된 느낌이랄까. 
조금 더 그렸으면, 조금 더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고개를 든다. 
마치 막 피어나려고했던 꽃송이가 다급히 꽃봉우리를 닫아버린 것 같았다. 
어쩌면 조금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박희정씨 특유의 멋진 그림과 멋진 글들을. 
생각보다 페이지도 적고, 4권이 끝이라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남'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풍족함이라는 단어가 따라 나온다. 아마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모든 것이 풍요로울 것만 같은 그곳 강남. 황석영씨의 신작인 '강남몽'은 읽기 전엔 어쩌면 이러한 이미지가 조금은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언뜻 부자들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었다. 

 강남몽은 우리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 얼켜 있다. 또한 그 사람들이 모두가 우리의 역사에서 부분부분을 차지한다. 

 우선 가장 많은 인연(?)을 갖고 있는 여자 박선녀. 그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뛰어난 외모와 뒤지지 않는 눈치(?)로 신분상승을 하는 여자이다. 어렸을 적 모델일을 잠시 하다 마담의 눈에 띄어 술집에 시간제로 나가던 중 김진이란 인물을 만나 엄청난 부를 누르게 되는 여자이다. 그리고 김진, 그는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조금은 흔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살기위해 일본쪽에 붙었다가 미군쪽에도 붙었다가 마지막엔 군정부에도 붙었던 인물. 그렇게 갈대마냥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오가다가 결국엔 한 몫잡아 역시나 부를 누리게 된 인물. 책 속엔 이 두 인물 말고도 깡패, 백화점 직원, 부동산업자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박선녀외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백화점 직원이었던 임정아란 여자였다. 박선녀와 함께 붕괴된 백화점에 깔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여자. 왠지 모르게 이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 내용이 과연 소설인가 싶었다. 소설이라고 간단히 말하기엔 뭔가 애매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정희나 김구, 이철희와 장영자 부부같이 실존했던 인물들이 책의 많은 부분에 등장했다. 또한 보도연맹사건이나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이 우리 역사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들 또한 마치 그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것 처럼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그 부분에선 소설이 아니라 역사 관련 인문도서나 교과서를 읽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등장 인물들을 통해서 '삶'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얼굴 한 번 본적 없음에도 구조만 되면 모든 걸 다 해주겠다고 쉽사리 말해버리는 부자의 삶을 사는 박선녀나 집 한채 마련을 위해 평생 노력했던 부모 밑에서 힘들게 살았던 임정아나. 일찍 폭력의 세계에 들어와 조직의 우두머리로 우뚝 서지만 그 말로는 좋지 않았던 홍양태나. 모두들 올바른 삶을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임정아는 제외하고..;;) 그렇다고 거짓된 삶을 산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최선을 다해서 산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워작에 출간 직후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이고, 황석영이라는 작가분께서 쓰신 책이었기에 읽기 전부터 책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했었다. 그래서 그 높은 기대치가 나중에 느낀 만족감에 살짝 스크래치를 남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의미있는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역시 황석영씨. 복잡한 우리 현대사를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잘 풀어내셨지 싶다. 때문에 역시나 다음번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