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풍족함이라는 단어가 따라 나온다. 아마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모든 것이 풍요로울 것만 같은 그곳 강남. 황석영씨의 신작인 '강남몽'은 읽기 전엔 어쩌면 이러한 이미지가 조금은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언뜻 부자들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었다. 강남몽은 우리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 얼켜 있다. 또한 그 사람들이 모두가 우리의 역사에서 부분부분을 차지한다. 우선 가장 많은 인연(?)을 갖고 있는 여자 박선녀. 그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뛰어난 외모와 뒤지지 않는 눈치(?)로 신분상승을 하는 여자이다. 어렸을 적 모델일을 잠시 하다 마담의 눈에 띄어 술집에 시간제로 나가던 중 김진이란 인물을 만나 엄청난 부를 누르게 되는 여자이다. 그리고 김진, 그는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조금은 흔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살기위해 일본쪽에 붙었다가 미군쪽에도 붙었다가 마지막엔 군정부에도 붙었던 인물. 그렇게 갈대마냥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오가다가 결국엔 한 몫잡아 역시나 부를 누리게 된 인물. 책 속엔 이 두 인물 말고도 깡패, 백화점 직원, 부동산업자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박선녀외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백화점 직원이었던 임정아란 여자였다. 박선녀와 함께 붕괴된 백화점에 깔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여자. 왠지 모르게 이 인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 내용이 과연 소설인가 싶었다. 소설이라고 간단히 말하기엔 뭔가 애매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정희나 김구, 이철희와 장영자 부부같이 실존했던 인물들이 책의 많은 부분에 등장했다. 또한 보도연맹사건이나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이 우리 역사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들 또한 마치 그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것 처럼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그 부분에선 소설이 아니라 역사 관련 인문도서나 교과서를 읽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등장 인물들을 통해서 '삶'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얼굴 한 번 본적 없음에도 구조만 되면 모든 걸 다 해주겠다고 쉽사리 말해버리는 부자의 삶을 사는 박선녀나 집 한채 마련을 위해 평생 노력했던 부모 밑에서 힘들게 살았던 임정아나. 일찍 폭력의 세계에 들어와 조직의 우두머리로 우뚝 서지만 그 말로는 좋지 않았던 홍양태나. 모두들 올바른 삶을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임정아는 제외하고..;;) 그렇다고 거짓된 삶을 산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최선을 다해서 산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워작에 출간 직후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이고, 황석영이라는 작가분께서 쓰신 책이었기에 읽기 전부터 책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했었다. 그래서 그 높은 기대치가 나중에 느낀 만족감에 살짝 스크래치를 남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의미있는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역시 황석영씨. 복잡한 우리 현대사를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잘 풀어내셨지 싶다. 때문에 역시나 다음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