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뭔가 사연있어 보이는 남자의 뒷모습이 인상적인 표지였다. 이 표지덕분에 내용도, 작가분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많지 않은 페이지 속에 길지 않은 네 개의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자리잡고 있다. 
각각의 아픈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만나 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환상의 빛"이란 이야기였다. 사실 이 책의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내용인즉슨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여인이 재혼을 한 후에도 전남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고 묻고 또 묻는 이야기이다. 
다른날과 같이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올 줄 알았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남편은 전차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다. 여인은 그런 남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마냥 슬퍼할 수도 없다.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죽음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슬퍼할 수 있을까?  

 이후에 이어진 이야기 속에도 '죽음'이 등장한다. 때론 아들이, 때론 친구가..
바로 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사라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스쳐가듯이 그 죽음에 대해서 알게 된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울부짖으며 슬퍼하기도, 때로는 그 사람과 있었던 지난일을 회상하며 감상에 젖기도 한다. 경우가 다르다고는 해도 '죽음'으로 인해 느끼는 슬픔과 허전함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떤 경우라고해도 곁에 있던 사람을 잃게 되는건 마찬가지니까. 

 책을 읽으면서 인물들의 마음이 글로써 잘 표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섬세하게, 요란하지 않게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사실 일본 문학이라고 하면 추리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로 인한 잔인함과 기발함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간 읽어온 책들 중에 추리 소설이 물론 많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반면에 지금까지 보아온 일본 영화의 경우 식후에 보면 좀 위험할 것 같은 잔잔한 내용의 영화들이 많았다. 글과는 달리 영상으로 표현된 잔인함을 보길 싫어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더 그런지는 몰라도. 

  결론은 이 책은 책보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는 것이다. '죽음'으로 인한 사람들의 겪는 고통과 아픔등을 표현한 영화. 살짝 마음을 가라앉히는 경향이 있긴해도 멋지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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