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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미술관 초현실주의전에 다녀왔다


현대예술에 관심있으면 근처 성곡미술관의 젊은시각, 새로운 시선전과 함께 방문해도 좋겠고, 초현실주의에 관심있으면 MMCA덕수궁의 초현실주의와 한국근현대미술을 보는 것도 참 좋겠다

전시는 무료다. 주제 자체가 낯설고 인기가 덜하기도 하고 작품의 임팩트나 종류가 덜해서다. 허나 출품 작가들이 귀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길게 잡아도 1시간이 채 안걸려 가볍게 볼 수 있다. 시간도 그러하거니와 주머니도 가볍게.


로르 푸르보의 작품에서는 알몸의 프랑스 할머니가 번지점프하다가 자유롭게 접혀 날아다닌다. 김명범이 직관적이고 위트있다. 풍선 길들이기, 양초위에 자란 나무, 힘을 잃은 화살 등 일상적인 사물을 낯설게 보게한다. 인도 고아의 농인들이 부르는 노래와 눈이 보이지 않게 블러처리한 사진에서는 청각신호를 듣지 못하는 자들의 음성출력, 시각신호를 감각하지 못하는 자들의 시각출력이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심래정의 팔리박사의 목욕법 연작에서는 수도꼭지가 뾰족한 철로 만들어져 모나 하툼의 휠체어를 떠올리게 한다. 디지털 프린팅 위에 벌레 긁어먹은 듯한 유리창 기스를 낸 작품도 있고, 마지막에 이르러 이시 우드와 파이퍼 뱅스에서 초현실을 나타내기 위해 표현기법과 조형요소 둘 중 하나는 조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기존 유화 질감에 현실에 없는 오브제 구도를 만들거나, 있는 요소에 증기나 매지컬 아우라를 심는 것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현대예술은 어떻게 탈맥락화시켰는가 그 아이디어를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초현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 모티브를 파악하는 것이 흥미롭다. 작가는 수많은 생각을 해야하지만 관객은 쓱 지나가 작가로선 ROI가 좋지 않다. 현실을 초월해서 기존에 없던 생각을 짜내야하나, 무를 무한정 만들 수 없기에 도식화된다. 현실이 오히려 자유롭고 초현실이 작위적이된다. 기존에 없던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전달하려면 기존 꿈, 환상, 경계, 판타지 같은 도식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어 패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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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에서 신메뉴 업그레이비버거가 나왔다. 야채없이 매쉬드포테이토와 그레이비소스가 있는 버거다. 매쉬드포테이토는 으깬 감자라는 말이다. 단품 3천원이다. 최근 여론조사 논란도 있고 마케팅비를 써서 고용하는 댓글알바가 너무 많아서 인터넷 정보는 신뢰하지 못하겠다. 신메뉴는 내가 직접 사서 찍어먹고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한다. 똥을 먹는 날에는 다음날 화장실 내 똥도 안좋다. (최근에는 롯데리아 쥐포튀김)


매쉬드 포테이토는 그냥 우리 햇감자 으깨서 대충 버터와 생크림에 섞는다고 만들 수 있는게 아니다. 식감은 한국의 찹쌀떡보다는 훨씬 가볍고 순두부보다는 더 조밀하다. 포슬포슬함과 크리미함 사이의 경계선에서 미끄러지듯 녹아내리는 질감이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나는 그 맛을 내려면 특별한 감자 품종이 필요하다. 플라톤은 개라는 개는 없다고 했다. 플라톤도 동의할거다. 감자라는 감자는 없다. 엄청 많은 세부적인 감자의 종류만 있을 뿐. 한일의 주식이 쌀품종이 수백가지인 것처럼 감자도 품종이 무궁무진하다. 아일랜드 대기근이 왜 일어났겠는가. 주식인 감자의 품종을 재배쉬운 것 하나만 집중하다가 싹 다 감자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그 이후에는 반성으로 품종 다양성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롯데리아 감자튀김은 식물성기름때문에 맛 없는게 아니라 감자 퀄리티 컨트롤이 안되어서 맛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한창 논란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맥도날드는 아이다호 감자를 들여오고 재배농가를 특별관리해서 맛있다. 파이브가이즈도 한국진출할 때 맞는 감자가 없어서 종자를 주고 보성과 평창에서 재배시켰다고 했다. 땅콩기름으로 튀겨서 맛있는게 아니라 원재료가 원래 튀김에 특화된 감자여서 맛있다.


매쉬포테이토의 감자는, 흙빛 노을이 떠오르는 푹익어 제 모양을 잃은 감자국이나 말캉말캉하고 떡마냥 쫄깃한 감자옹심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버터감자구이 같은 데서 사용하는 감자가 아니다. 그 품종으로는 매쉬드 포테이토 특유의 부들부들 포실포실 몽글몽글한 맛을 낼 수가 없다. 대략 러셋 포테이토나 유콘 골드처럼 전분 함량이 높고 수분이 낮은 품종을 사용해야한다.


이런 품종의 감자는 우리 햇감자와 달리 삶은 뒤에도 수분이 과도하게 나오지 않아 으깼을 때 풀어지지 않고 뽀얀 결을 유지한다. 여기에 무염버터와 우유와 크림을 60도 이하의 저온에서 유화시켜 전분과 결합시키면 입자 간의 결합력이 유지되며 탄력 없는 부드러움이 완성되는 것이다.


여러 음식블로그에서 KFC 신메뉴에 대해 느끼하다, 그만저만하다 같은 평을 내리고 있다.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에 매쉬드 포테이토가 안 맞아서인지 원조 KFC의 핵심인 그레이비소스 메뉴가 힘을 잃고 2020년까지 단종되어왔던 것이 아닐까. 미국 정통을 쥐여줬는데 왜 좋은지 이해가 안되어서 꿈뻑꿈뻑 눈만 감았다 떴다 하고 있는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먹었던 매쉬포테이토를 먹었던 사람이라면 다 동의할 거다. KFC가 저가형에서 매쉬포테이토를 가장 잘 구현했다. 이 맛을 맛보고 이해를 못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매쉬포테이토 안 먹어본 사람이라고 단언하겠다.


일반적인 금액에서 유럽의 매쉬포테이토를 먹으려면 강릉의 스웨디시 다이닝 미트컬쳐까지 가야하고, 그게 아니면 가격 진입장벽이 있는 청담의 파인다이닝을 가야한다.


매쉬드 포테이토는 전분질 작물의 한계 너머를 탐미하는 한 그릇의 질감 예술이자 소금, 지방, 열, 미세한 공기의 입자들이 만든 유화된 전분입자의 구조체다. 첫 숟갈을 입에 넣으면 단백질구조가 우르르 분산되어 만들어내는 부드러움이 혀 위에서 저항없이 퍼진다. 


한국인의 미각에서는 풍미가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매쉬드 포테이토의 고갱이는 강하고 자극적인 맛의 대립구조가 아닌 누적되는 부드러움의 뉘앙스로 완성된다. 고운 입자와 함께 중후한 바디감이 있는 되직한 맛이다.


오히려 장맛, 김치맛, 마늘맛에 익숙한 우리에게 매쉬포테이토는 맛의 공백을 주는 쉼표처럼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따뜻하고 고요하게 입 안을 잠시 정리해주는 흰 여백 같은 음식 말이다. 


한식에서 굳이 대응되는 개념을 찾자면 맑은 무국에서 건더기 없이 떠오른 무 한 조각이나 혹은 설날 아침의 흰 떡국떡 한 입 같은 것이다. 입 안의 혼란을 잠시 비워주는 평온함이다.


매쉬드 포테이토 만세! 만국의 감자여 영원하라 세세토록 복록을 받을지어다 영원무궁하여라 매쉬드 포테이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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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공대생 중에 이렇게 신박한 기술을 구현했는데 시장에 내놓으면 날개 돋힌 듯 팔리겠지? 하는 경우가 있다. 인문대생 중에도 이렇게 귀한 지식인데 사람들이 당연히 알아야해 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경영하면 주식투자 성공하겠지? 처럼 나이브한 생각이다. 군대에서 너 음식점 알바 해봤으니까 취사병해, 라고 하는 것처럼


만히 보니 이런데서 이렇게 돈이 벌리는 것 같다


1. 본능적, 생물학적, 사회적 욕망자극

남성의 성욕, 여성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 자아효능감, 우월하다는 엘리트의식, 뒤쳐지고 싶지 않다는 위기의식, 빨리 돈 벌고 싶은 마음


2. 가만히 있어도 눈 감고 일어나면 알아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을 채집해 가공해서 팔기

-원자재보다 가공과 유통단계에서 돈이 된다

눈 깜짝하면 성장하는 아이들 교육

원유 가공_ 정유산업, 플라스틱 생산

물_채취는 원가가 안든다 천원 생수 유통비 및 냉장고 보관비로 800원 지불

심리 _ 끊임없이 생성되는 고민을 사주타로굿점으로 해결


3. 사교육이 돈이 되는 이유는 상대평가 제도에서 결과가 명확하고 주변에서 다 보내고 원래 그렇게 해왔고 계층사다리를 제공하기 때문

자기만족을 위한 공부나 마이너한 분야는 쉽지 않다. 그걸 배우려는 사람은 정당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무료로도 얼마든지 좋은 가이드가 많기 때문.

하지만 모두가 돈을 쏟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생명과학도 분자생물학이나 인체학 같이 제도권의 주류로서 각종 시험과 직접 연관성 있는 게 아닌 다른 분야, 예를 들어 생태학이나 환경학은 혹은 고고미생물학은 외면된다


교육에 돈을 쓰는 이유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해서(아웃소싱)

명확한 결과(시험성적 상승)

그로 인한 자기효능감상승 및 실질적이득(내신고득점, 입시승리)

향후 돈을 벌 것으로 생각되는 각종 자격증취득(각종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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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와 헤레틱을 보고 왔다.

최근 넷플에서 본 딸에 대하여와 더불어 이 영화 세 조합은 범상치 않다. 6시그마 밖이다. 전문영화리뷰어나 영화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이 영화 세 개를 다 찾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말

고인물 일본애니, A24의 종교철학적 메시지가 가득한 공포서스펜스, 그리고 여성, LGBTQ의 가족드라마

두루두루 다 만족시키는 영화가 아니라 확실한 관객층을 의식하고 정확히 타겟팅한 메시지로 찐팬을 만족시키기 위한 영화들이다. 상영관에서도 이 영화를 볼 법한 관객들이 보인다. 이젠 스필버그 루카스 디즈니의 시대는 차츰 저무나보다. 영화에 1억달러 투자해서 10억달러 먹는 그런 시대가

육각형에서 뾰족한 영화, 자기 색깔이 확실한 영화, 브랜딩이 선명한 영화가 고정관객을 불러모은다. 투자금대비 대박을 터뜨릴지는 모르지만 근근히 계속 영화를 만들며 살 수 있을 정도의 관객은 모을 수 있다

마블스튜디오도 그 길을 간다. 관객 예습량이 너무 많아졌다

헤레틱은 휴 그랜트의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 화란의 송중기, 위플래시의 제이케이 사이먼스의 비중과도 같다. 미묘한 눈표정, 정확한 딕션, 설득력있는 대사를 제공하는 배우의 존재감없이는 그 맛이 다 살지 않았을 것이다.

유대교 기독교 몰몬교 보드게임 음악 비유도 재밌고

펀치라인도 좋다.

기승이 너무 재밌는 반면 전결에서 확실한 임팩트가 없고 후반부에서 동력을 잃었다. 시놉시스상에서는 반전이 확실했을 듯 한데..

건담은 마블보다 예습량이 많다. 있어야할 클리셰은 다 있다. 기학습된 설정들을 아낌없이 듬뿍 끼얹었다. 다 캐치하기 어려울 정도다. N차 관람을 요한다. 도입부의 80년대 작화부터 시작해서.. 온갖 복선회수... 일본애니의 온갖 레퍼토리에 이전 시즌과의 연관성..매우 쉽지않다 겐지모노가타리와 셰익스피어와 도스토예프스키급이다. 미래에는 건담이나 마블로 문학박사도 나올 거다




헤레틱 각본상으로 좋았던 점



1. negotiating transactions of ideology


2. wendys. taco bell.. east/philadephia/salklak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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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andlmuseum.com/exhibitions/

선바위역에 있는 K&L 뮤지엄에 다녀왔다.


선바위는 순우리말로 서있는 바위라는 뜻이다. 역명 표기에 한자로는 설 립 바위 암 입암立岩으로 되어있다. 일어로는 훈독으로 읽어 타테이와たていわ이고 중문으로는 리4옌2이다.


3층 이상 독립 건물을 보유한 중대형 뮤지엄 중에서는 가장 신상이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준공후 지금까지 전시회는 대략 7번했다. 이번이 주제상으로 8번째다.


4월 10일부터 독일 베를린의 현대미술관 Ann-Kritin Hamm전을 하고 있다.

함씨라고 해서 한국계는 아니다. 독일 North Rhine–Westphalia지역에 함이라는 지명도 있고 옛 독일어로 강굽이를 말한다. 장-프랑수와, 르네-마리처럼 이름 2개를 합하는 것은 프랑스만이 아니다. 한스-페터처럼 독일도 이름 2개를 합한다. 다만 크리스틴은 C가 아니라 K로 쓴다.


독일 표현주의와 추상미술의 계보를 잇는 알버트 욀렌에게 사사를 받았다. 욀렌은 의도적으로 추한 모습과 조화롭지 않은 색감을 충돌하며 회화라는 매체를 실험적으로 해체한 작업을 펼쳤다. 아래 사진과 같다.



함은 비평적 성찰을 계승하면서도 고유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사진 2번부터 이어진다. 욀린의 급진적 실험정신을 존중하면서도 체계적이고 조형적 질서와 시각적 탐구에 집중했다. 캔버스 위를 오브제로 채운 게 아니라 마치 색감과 형상이 번식하는 듯이 보인다. 스승과 제자 모두 회화가 무엇인가를 화두로 삼았으나 욀렌은 급진적 파괴로 함은 질서와 패턴을 통한 구조적 재구성으로 구현했다.



한국에 출품되지 않은 다른 시도 중에는 수학적, 기하학적 그림도 있다. 식물이나 프렉탈을 닮기도 한듯한데 조형이 건조한 계산이 아닌 회화적 감각으로 버무려져 있는 회화연작이다. 이번 K&L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중 가장 비근한 예시는 아래 그림이다.





전시회에서 보이는 공통 모티프는 정제된 조형성이다. 선, 면, 색이 반복하고 교란되는 것이 미생물처럼 번식하고 있는 듯하다. 회화적 표면 위에 질서와 혼란을 반복시켜 관찰자의 시선이 미끄러지도록 유도한다. 일견 욀렌의 구성의 파괴와 닮았지만 불편하지 않다. 언뜻 데칼코마니 같기도 하고 색과 구조가 시각적 리듬을 유도하는 것 같다. 그러나 결국 관객은 특정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없어 의미의 붕괴를 경험하게 된다. 의미의 붕괴라고 표현함은 곧, 끝내 관객은 무엇을 보았는지 말할 수 없어 뜻이 스르르 흩어지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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