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C에서 신메뉴 업그레이비버거가 나왔다. 야채없이 매쉬드포테이토와 그레이비소스가 있는 버거다. 매쉬드포테이토는 으깬 감자라는 말이다. 단품 3천원이다. 최근 여론조사 논란도 있고 마케팅비를 써서 고용하는 댓글알바가 너무 많아서 인터넷 정보는 신뢰하지 못하겠다. 신메뉴는 내가 직접 사서 찍어먹고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한다. 똥을 먹는 날에는 다음날 화장실 내 똥도 안좋다. (최근에는 롯데리아 쥐포튀김)
매쉬드 포테이토는 그냥 우리 햇감자 으깨서 대충 버터와 생크림에 섞는다고 만들 수 있는게 아니다. 식감은 한국의 찹쌀떡보다는 훨씬 가볍고 순두부보다는 더 조밀하다. 포슬포슬함과 크리미함 사이의 경계선에서 미끄러지듯 녹아내리는 질감이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나는 그 맛을 내려면 특별한 감자 품종이 필요하다. 플라톤은 개라는 개는 없다고 했다. 플라톤도 동의할거다. 감자라는 감자는 없다. 엄청 많은 세부적인 감자의 종류만 있을 뿐. 한일의 주식이 쌀품종이 수백가지인 것처럼 감자도 품종이 무궁무진하다. 아일랜드 대기근이 왜 일어났겠는가. 주식인 감자의 품종을 재배쉬운 것 하나만 집중하다가 싹 다 감자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그 이후에는 반성으로 품종 다양성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롯데리아 감자튀김은 식물성기름때문에 맛 없는게 아니라 감자 퀄리티 컨트롤이 안되어서 맛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한창 논란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맥도날드는 아이다호 감자를 들여오고 재배농가를 특별관리해서 맛있다. 파이브가이즈도 한국진출할 때 맞는 감자가 없어서 종자를 주고 보성과 평창에서 재배시켰다고 했다. 땅콩기름으로 튀겨서 맛있는게 아니라 원재료가 원래 튀김에 특화된 감자여서 맛있다.
매쉬포테이토의 감자는, 흙빛 노을이 떠오르는 푹익어 제 모양을 잃은 감자국이나 말캉말캉하고 떡마냥 쫄깃한 감자옹심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버터감자구이 같은 데서 사용하는 감자가 아니다. 그 품종으로는 매쉬드 포테이토 특유의 부들부들 포실포실 몽글몽글한 맛을 낼 수가 없다. 대략 러셋 포테이토나 유콘 골드처럼 전분 함량이 높고 수분이 낮은 품종을 사용해야한다.
이런 품종의 감자는 우리 햇감자와 달리 삶은 뒤에도 수분이 과도하게 나오지 않아 으깼을 때 풀어지지 않고 뽀얀 결을 유지한다. 여기에 무염버터와 우유와 크림을 60도 이하의 저온에서 유화시켜 전분과 결합시키면 입자 간의 결합력이 유지되며 탄력 없는 부드러움이 완성되는 것이다.
여러 음식블로그에서 KFC 신메뉴에 대해 느끼하다, 그만저만하다 같은 평을 내리고 있다.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에 매쉬드 포테이토가 안 맞아서인지 원조 KFC의 핵심인 그레이비소스 메뉴가 힘을 잃고 2020년까지 단종되어왔던 것이 아닐까. 미국 정통을 쥐여줬는데 왜 좋은지 이해가 안되어서 꿈뻑꿈뻑 눈만 감았다 떴다 하고 있는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먹었던 매쉬포테이토를 먹었던 사람이라면 다 동의할 거다. KFC가 저가형에서 매쉬포테이토를 가장 잘 구현했다. 이 맛을 맛보고 이해를 못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매쉬포테이토 안 먹어본 사람이라고 단언하겠다.
일반적인 금액에서 유럽의 매쉬포테이토를 먹으려면 강릉의 스웨디시 다이닝 미트컬쳐까지 가야하고, 그게 아니면 가격 진입장벽이 있는 청담의 파인다이닝을 가야한다.

매쉬드 포테이토는 전분질 작물의 한계 너머를 탐미하는 한 그릇의 질감 예술이자 소금, 지방, 열, 미세한 공기의 입자들이 만든 유화된 전분입자의 구조체다. 첫 숟갈을 입에 넣으면 단백질구조가 우르르 분산되어 만들어내는 부드러움이 혀 위에서 저항없이 퍼진다.
한국인의 미각에서는 풍미가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매쉬드 포테이토의 고갱이는 강하고 자극적인 맛의 대립구조가 아닌 누적되는 부드러움의 뉘앙스로 완성된다. 고운 입자와 함께 중후한 바디감이 있는 되직한 맛이다.
오히려 장맛, 김치맛, 마늘맛에 익숙한 우리에게 매쉬포테이토는 맛의 공백을 주는 쉼표처럼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따뜻하고 고요하게 입 안을 잠시 정리해주는 흰 여백 같은 음식 말이다.
한식에서 굳이 대응되는 개념을 찾자면 맑은 무국에서 건더기 없이 떠오른 무 한 조각이나 혹은 설날 아침의 흰 떡국떡 한 입 같은 것이다. 입 안의 혼란을 잠시 비워주는 평온함이다.
매쉬드 포테이토 만세! 만국의 감자여 영원하라 세세토록 복록을 받을지어다 영원무궁하여라 매쉬드 포테이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