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에서 우연히 천당, 마귀, 장로가 원래 불교용어라는 글이 스쳐지나갔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고 한형조 교수가 금강경 별기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을 쓰면서 거기 어딘가에도 썼던 것 같다 도교 불교 용어에서 그리스도교 용어로 바뀌었다고. 돈베이커의 조선후기 가톨릭연구서의 황사영백서 영역을 읽으면 시대마다 의미가 재전유되는걸 알 수 있다

배움이 크고 나이가 많고 덕이 높은 승려를 이르는
장로(長老)가 현대엔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최고직급으로 전유된다.

칼뱅은 교회의 직분을 말씀을 전하는 목사(pastors)와 교회의 권징과 행정을 맡는 연장자로 구분하면서 후자의 평신도 출신 지도자들을 라틴어로 세니오레스seniores, 희랍어로 프레스뷔테리presbyteri, 불어로 앙시앵 ancien이라고 불렀고 이 단어의 영역 elder를 다시 한역한게 장로다. 그런데 그리스어보다 또 더 올라가면 원래 히브리어에서 지혜와 권위가 있는 공동체 원로를 이르는 회색수염, 자켄(זָקֵן)의 번역어였다

조셉 솔로도우가 쓴 살아있는 라틴어라는 책에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등 로망스어에 라틴어 어휘와 통사가 어떻게 계승되는지 친절하게 설명되어있는데 중립적인 그리스어 단어가 그리스도교 세례를 입어 변모되는 과정이 재밌다. 원래 단어가 어쨌든 수백 년이 지나고 지리와 문화가 바뀌면 사회문화적 의미장이 바뀌는 것이다.

장로는 월인석보에도 등장하는 단어다. 원래 산스크리트어로 수명이 길다, 장수한다를 뜻하는 아유슈만आयुष्मान्을 의미를 따라 한역한 것인데 아유솔만(阿瑜率滿)으로 음역하기도 한다. 캡틴 아메리카를 미국대장이라고 의미만 따를 수도 있고 논리logic을 최대한 중국어 발음에 맞춰 luoji루워지라고 음역하는 정도의 차이다. 아유슈만 장로 아유솔만 그리고 존자 결국 다 같은 뜻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제자를 부를 때 아유슈만 아난다(Āyuṣmān Ānanda)라고 하는데 한문 경전에서는 수명(壽命)이 긴 이’라는 뜻을 직역하여 具壽(구수) 또는 慧命(혜명)이라고번역하기도 했다. 현대 인도정부 보험제도 Ayushman Bharat Yojana도 장수하는 인도라는 뜻이다. 인디아와 바라트는 동의어다.

산스크리트어-한자의 관계는 히-그-라 관계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리스어 단어가 라틴어로 그냥 차용된 것이 아니라 기독교라는 새로운 문화와 종교의 등장으로 기존 단어들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semantic specialization)했다. 사과-apple 하는 식으로 그리스어-라틴어 1:1로 의미가 대응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재맥락화된다. 그러므로 언어차용은 단어의 형태뿐 아니라 의미체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기독교는 그리스어권인 동로마제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신약성경, 교리, 예배, 종교 용어가 모두 그리스어로 형성되었고 서방으로 전파되면서 그 용어들이 그대로 라틴어로 옮겨졌다. 이 전파 과정에서 원래 그리스어 단어가 기독교적 의미를 획득하면서 의미가 변화한 사례가 많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라틴어에 그리스어 어휘를 가장강력하게 유입시킨 요인이었다고 표현해 볼 수 있다. 기독교의 문화적 세례를 받아 변모된 그리스어 단어는 종교 용어화되고, 라틴어에 재정착한 후 오늘날 영어와 로망스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실 호메로스, 일리아스를 읽을 때 어휘와, 신약성경 희랍어를 읽을 때 어휘가 같더라도, 뉘앙스적으로 큰 차이가 느껴진다.

예를 들어 위 조셉 솔로도우의 사례는 이렇다

예시
1) ecclesia (ἐκκλησία)
원래 의미: 집회, 모임(assembly)
기독교 이후: 신자들의 모임, 교회(church)
현대어
스페인어 iglesia
프랑스어 église
이탈리아어 chiesa
참고: 영어 church, 스코틀랜드어 kirk, 독일어 Kirche는 ecclesia가 아니라 kyriakon(주님의 것, 즉 주님의 집)에서 유래했다.

2) presbyter (πρεσβύτερος)
원래 의미: 연장자, 장로(elder)
기독교 이후: 사제(priest)
관련 단어:
Presbyterian(장로교): 장로들이 교회를 다스리는 교단
presbyopia(노안): 노인에게 흔한 원시(遠視)
참고: πρεσβύ+τερος의 합성어다. πρεσβύ 자체가 old man, elder, chief, prince라는 뜻이 있고 현대그리스어에서는 대사ambassador을 의미한다.

3) episcopus (ἐπίσκοπος)
원래 의미: 감독자, 감시자(overseer)
기독교 이후: 주교(bishop)
같은 어근 scop-(˝보다˝)가 남아 있는 단어:
scope
telescope
periscope
scopophilia

4) propheta (προφήτης)
원래 의미: 미리 말하는 사람(one who speaks beforehand)
기독교 이후: 예언자(prophet)

5) martyr (μάρτυς)
원래 의미: 증인(witness)
기독교 이후: 순교자
자신의 죽음으로 신앙을 증언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특수화되었다.

6) angelus (ἄγγελος)
원래 의미: 전령, 메신저(messenger)
기독교 이후: 천사(하느님의 사자)
참고: los angeles 로스 엔젤레스는 스페인어로 천사들을 의미. 스페인어로는 로스 앙헬레스라고 읽는다.

7) evangelium (εὐαγγέλιον)
에반겔리움, 유앙겔리온

원래 의미: 좋은 소식(good news)
기독교 이후: 복음(Gospel)
접두사 eu는 좋은(good)이라는 뜻이다.
eugenics(우생학), euphemism(완곡어법)에서 활용된다.
eu는 ev는 같다.
원래 v만 있었는데 모음으로 읽을 때 차별화하기 위해 끝을 둥글게 해서 u를 쓴 것이다. 영어만 w를 더블유(double+u)로 읽고, 나머지 유럽어에서는 더블브이로 읽는다. (double+v)

8) diabolus (διάβολος)
원래 의미: 중상모략하는 사람, 비방자(slanderer)
기독교 이후: 악마(D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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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통적 모순이 관찰된다.

의사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희생한다. 높은 업무강도에 스트레스, 감정노동, 우울중, 번아웃과 흡연. 건강한 삶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자기 건강은 망가뜨려야 하는 역설.

예술가는 군인처럼 산다. 성공한 예술가는 창의적인 삶을 위해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 많은 작업량을 기계적 루틴으로 수행한다. 배우는 컷을 반복하며 감정연기를 공장처럼 10초만에 생산해야한다.

학생입장에서 교실에서 처음 배우는 지식이 너무 새롭고 신기하지만, 가르치는 자는 몇 십년을 우려먹은 고인물.

셰프는 집에 돌아와 피곤해 라면을 끓여먹고, 배우자를 위해 음식 만들 기력이 없다. 고객은 2시간 동안 레시피를 맛보지만 요리사는 5분만에 샌드위치를 위에 욱여넣는다.

투자담당자는 공적기금은 몇 조원을 운영하지만 자기 라이프 스타일은 단순하게 유지해 결정에서 오는 피로를 줄인다.

번역자는 문화교량으로서 무수한 생각의 가지를 뻗었다가 자기 목소리를 다 숨긴다.

일반인의 인생을 뒤흔드는 조언을 하는 성직자는 그 진리의 말을 수십 년 반복해왔을지도.

이런 사례를 통해 곰곰히 생각해볼 때 전문가는 자기의 외적 표현방식이 자기 자신에게 되먹임되지 않으며, 하등 놀라운 것 없는 지루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전문성은 정보량의 증가이자 놀라움의 감소다. 전문가는 초보자처럼 놀라거나 감탄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대부분 이미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많이 알면서 새로움이 점점 줄어드니 지루하다. 하지만 그 지루함 덕분에 미세한 이상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예컨대 응급의학의사는 징후에서 위기를 읽고, 음악가는 음이탈을 즉시 캐치하고, 미술사가는 붓질에서 진위를 의심한다. 초보자가 놓치는 미세한 차이가 전문가에게는 큰 정보가 된다.

그리하여 특별하고 일회적이고 극적이고 결정적인 사건보다 평범한 행동시스템을 오래 지속하는 능력에서 최고수준의 성과가 나온다. 노벨상과학자, 올림픽선수, 세계적인 작가는 하루를 무너뜨리지 않으며 평범에서 비범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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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라는 제목 특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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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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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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